아줌마, 단어만 들어도 드세고, 억세고, 억척스러움을 떠올리게 된다. 결혼한 중년의 여성, 본디 ‘아주머니’라는 호칭을 낮추어 부르는 말로써 사용되어온 이 아줌마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억척스럽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근에 와 그 부정적 이미지가 희석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아줌마’에 대한 호칭은 긍정과 부정 그 사이에 있는 묘한 단어다.
   아줌마, 단어만 들어도 드세고, 억세고, 억척스러움을 떠올리게 된다. 결혼한 중년의 여성, 본디 ‘아주머니’라는 호칭을 낮추어 부르는 말로써 사용되어온 이 아줌마라는 단어는 어딘지 모르게 억척스럽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왔다. 최근에 와 그 부정적 이미지가 희석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아줌마’에 대한 호칭은 긍정과 부정 그 사이에 있는 묘한 단어다.
  평택시에는 35세부터 50세까지 이런 아줌마들로 구성 되어 있는 ‘줌마농구단’이 활동을 하고 있다.

  총 15명의 선수들이 구성되어 있는 줌마농구단은 이름 그대로 결혼한 주부들, 아줌마들만 선수로 활동할수 있다.

  평택시의 유일한 그리고 전국에 단 두 팀(평택과 울산) 뿐인 줌마농구단은 평택시청소년문화센터에서 유소년 농구단을 지도하고 있는 박정근 지도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어느날 아줌마들로만 구성된 농구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줌마농구단을 계획해 선수들을 모집했다고 한다. 다이어트 삼아, 운동 삼아, 취미삼아 하나둘씩 모여 이룬 선수단이 올해 벌써 6년이 됐다.

  박정근 지도자는 “지난 2012년 6월에 창단식을 가졌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모일까 걱정도 되긴 했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농구단에 들어왔어요. 제가 가르치는 유소년 농구단의 어머니들도 관심을 보였고... 그렇게 지금의 농구단이 만들어지게 됐죠”라고 설명한다.

  중간에 멤버가 바뀌기도 했지만 15명 중 10여 명은 창단멤버로서 현재까지 농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선수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센터 체육관에 모여 2시간씩 연습을 한다. 1년에 두 번 정도는 시합에 나가, 같은 여성 농구단들과 시합을 벌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10여회 정도 대회를 나갔었죠. 사실 대회에 나가면 여성농구단 중에서 가장 평균나이가 높은  팀일 거예요. 처음에는 20~30점 차이로 져서 그 때문에 속상해 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점점 갈수록 점수차이를 좁혀나가기 시작했죠.

  그러다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처음으로 승리를 거머줬어요. 교체 선수도 두 명뿐이었던 7명의 정예 부대였는데 말이죠. 그날 모두들 울고 정말 감격스러운 날이었죠”

  운동삼아 재미삼아 시작했던 농구였다. 하지만 어느새 농구는 이들의 삶의 한 부분이 됐고, 경기장에서 만큼은 아줌마들이 아닌 정식 선수로서 출전해 골대에 골 한번 넣어 보는 것이 간절한 프로의 마인드를 가지게 된 것이다. 물론 이들의 첫승리에는 아줌마들 특유의 끈기와 근성이 있었으리라. 그날의 감격을 어느 것과 비교하리.

  지난해 처음 울산 줌마농구단의 초청으로 교류의 시간을 가지며 더욱 농구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다졌다.
 
  또한 1년에 한번 정도 가족들을 초청해 경기도 하고 관람도 하는 시간도 가진다.

  박정근 지도자는 “저희 농구단의 목표는 1승이었어요. 근데 이제 그목표는 이뤘으니 더 큰 목표를 가지려고 합니다. 바로 입상이죠. 4강에 꼭 진출해서 적어도 3위까지는 해보자. 하는 것이 이제 저희 팀의 목표예요”

  평균 나이 40세. 때로는 뒤떨어지는 체력과 미흡한 경기실력에 비웃음도 샀지만 그 어느 젊은 선수들보다 넘치는 활력은 어느 팀에도 비교할 수가 없을 것이다.

  “농구 룰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배우고, 때로는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아 힘들기도 하지만 저는 우리 선수들이 그저 그런 아줌마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식 선수들처럼 엄하게 꾸짖기도 하죠. 제 스스로 가끔은 왜 이분들이 내 앞에서 이렇게 혼이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경기장 안에서 만큼은 선수 대 지도자로 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선수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저를 따라주고 있고요. 아직 갈 길이 멀긴 했지만 열정 만큼은 최고의 선수들이라 생각합니다”줌마농구단의 유일한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선수들 사이의 유대감, 그리고 가족 못지 않은 끈끈함, 이것이 바로 줌마농구단이 자랑하는 팀워크이다.

  창단 초기부터 활동해온 김지숙회장(52), 올해 4년차 멤버 김주희주장(47), 활동 2년차지만 농구단의 에이스로 활약 중인 차윤미 총무(42). 줌마 농구단에서 활약 중인 세 사람의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떻게 농구단에 참여하게 됐나?
  김지숙 - 아들이 유소년 농구단에서 배우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 농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당시 마침 주부 농구단 선수를 모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참여하게 됐다. 전혀 농구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고 흥미도 못 느꼈지만 활동하면서 그 매력을 느꼈다.

  김주희 - 유소년 농구단에서 활약 중인 아들이 배우는 걸 보고 나도 한번 배워볼까? 라는 생각에서 하게 됐다. 농구는 TV에서나 봤지, 공을 직접 잡아본 건 농구단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차윤미 - 원래 운동을 좋아했었다. 육아를 하느라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았었는데...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나서 내가 직접 운동을 배워 아이들을 알려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을 했다. 그러다 마침 좋은 기회를 만나 활동하게 됐는데 이제는 아이들로 여기 유소년 농구단에서 배우고 있다.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김지숙 - 가족들이야 당연히 그거 뭐 오래 하겠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꽤 오래 하고 있어서 나도 놀랍고 가족도 놀라워한다.

  김주희 - 농구단 활동 자체가 가족들이 지원을 많이 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가족들 모두가 농구 자체를 좋아해서 내 활동도 좋아라 했다. 뭘 시작했다 하면 오래 못하는 성격 탓에 지금 이렇게 4년간이나 활동하는 것이 가족들 모두 놀라운 모양이다. 이제는 NBA 할때는 먼저 보자고 할 정도니... 가족과의 공감대가 생긴 것이 가장 긍정적인 효과다.

  차윤미- 남편은 별로 운동을 안좋아한다. 나와 정반대의 성격이라 이런 활동에 대해 굉장히 부러워한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랑거리가 되는 것 같다.

첫 경기를 기억하나?
  김지숙 - 사람이 안보였다.(웃음) 그저 공만 좇아 따라갔다. 다른 팀에 비해 체력으로도 힘으로도 스피드로도 모든 면에서 다 안따라주니 큰 점수 차이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들 아줌마라 그런지 끈기들은 대단하다.

  점점 점수차이를 좁혀가고 지난해 처음 첫 승까지 했으니 다들 대단한 것 같다. 그날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울산에 갔을 때는 어땠나?
  김주희- 비슷한 연령대의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 너무도 반갑고 신이났다. 정말 가장 즐거운 하루가 아니었다 싶을 정도였다. 그날 울산팀과의 경기도 가졌는데 당연히 우리가 이겼다.(웃음)

농구단 활동은 언제까지...?
  김지숙 - 사실 이런 농구단 자체가 별로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디서든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는 일이라 서로가 싫으면 아무래도 할 수 없는데 우리 농구단은 팀워크가 너무 좋다. 다들 주부라는 공감대도
그렇고 가족만큼이나 끈끈하다. 내나이 60까지는 계속하고 싶다.

  김주희 - 관절에 조금 무리가 가다 보니 병원에서는 그만하라 한다.(웃음) 그런데 이렇게 훈련하는 날 만큼 내 스스로 힐링이 되고 스프레스 해소가 되니 멈추질 못하겠다. 왜 조금 더 젊었을 때 시작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만 든다. 회장님 나이만큼은 계속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차윤미 - 일상생활에서 큰 낙인 만큼 항상 일주일 중 금요일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1년에 한 번씩은 함께 여행도 가서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더 좋다. 여기 세 명 중 가장 어린 나이니 가장 오래 하지 않겠나(웃음)

  줌마농구단의 선수들은 아줌마라 불리는 것이 껄끄럽거나 불쾌하지 않다. 어느 누구에게는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아줌마일지라도 금요일 만큼은 농구 코트 위를 누비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아줌마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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