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평택시 문인협회
  지구라는 동그라미에 물방울이 떨어진다. 세교동 대임연립 등뼈휜 건물 화단에 누군가 심어 올린 호박잎도 빗물의 수액을 맞는다.

  쩍쩍 하얗게 갈라진 이파리 정맥에 물기가 돌자 환하게 낯빛 싱싱해진다. 그 연립을 따라 마주한 공영부지는 작은 나무 공원이다. 몸체를 불린 커다란 사철나무가 곳곳에 무상 임대한 거미집들 폭우에도 탄탄하다.

  아기거미 어미거미 곳간마다 저장해둔 하루살이며 깨알 같은 먹이들이 가득한 걸 보니 잘 견디며 살아온 일생의 내력이 보인다. 꽃사과는 손가락 한마디 정도 열매를 달고 땡볕에 익은 열기를 식힌다.

  마음 넓은 그 나무 그늘아래는 단체급식 장소다. 캣맘이 주고 가는 밥과 물을 싸우지 않고 나누는 길고양이들, 새와 비둘기 그리고 개미군단이 순서다. 생존의 순서를 얌전히 수행하는 저 눈물 나는 질서를 보면 마음이 순연해진다.

  능소화는 궁녀의 얼굴처럼 피어 가난한 동네를 비추는 꽃등이다.  죽은 나뭇가지 쌓아놓은 무덤에도 살포시 꽃잎 떨어뜨려 어루만진다.  나무가 잎을 키워 그늘을 드리울때 얼마나 많은 우주의 꽃들이 피었다 갔을까.

  개망초가 청춘의 꿈나라로 가려하자 강아지풀이 꼬리를 흔들어 어우러져 빚는 존엄한 풍경들. 동행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이라네. 학대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사람이나 동물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괴롭히고 가혹하게 대하는 것이 학대의 정의다. 노인학대, 아동학대, 동물학대, 장애인학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학대의 종류는 무수하고 또한 그 대상이 약자라는 점이다.

  가혹자의 심신이 불안정하거나 선천적 악의 기질, 성장기 여러 환경요인으로 인해 사회의 잔혹한 범죄자가 된다. 특히, 반려동물 인구 천만시대가 되면서 애완이라는 말에서 반려라는 말로 호칭도 바뀌고, 교감과 정서적으로 소통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무분별하게 준비 없이 순간에 이루어지는 행동들이 한 때 가족이었다가 버려지는 동물을 만들기도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지구본을 돌려서 세계를 본다. 우기든 건기든 사막이든 밀림이든 빙하지역이든 그 어느 곳에도 인간만이 살 수는 없다. 먹이 사슬 없이 어떻게 생존이 이루어질 것인가.

  모든 생명이 생명의 연대기를 이루어 지구 시곗바늘을 움직인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그치고 다시 뜨거운 정오, 나무 공원 꽃사과 아래 발걸음이 분주하다. 우중에 비워진 그릇에 소복이 고봉밥이 담기고 빗물 천연수를 삼키는 참새가 귀엽다.

  ‘우리 함께’ 공생해도 될까요. 우리를 사랑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관심해 주세요, 학대만 말아 주세요. 사료를 먹고 달아나는 고양이가 눈으로 말하는 인간에 대한 애절한 요구사항 들어 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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