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옥 이현주 목사님의 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세상에 오신 것은 벙어리 소경 절름발이를 고쳐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랬더라면 갈릴리 호숫가를 지나서 산에 올라가 앉는 대신 병자들이 있는 마을을 순방하셔서 대대적인 치유집회를 계속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십자가에 달리는 대신 많은 군중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시면서 백발노인으로 천수를 누리다가 운명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입으로 ‘내가 다 이루었다’는 말씀은 끝내 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그분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세상에는 고침 받지 못한 벙어리 소경 절름발이들이 무수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보는 것을 보는 눈이 행복하다. 도서출판 kmc. 2008년)

  아무 생각 없이 책을 꺼내 들어 펼쳤는데 귀한 목사님의 글에 눈길이 멈추게 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무엇을 ‘다 이루었다’고 하신 것일까요? 하늘 아버지의 뜻일 겁니다.

  하나님 나라라는 이름의 새로운 세상, 서로가 서로에게 해됨이 없고 의와 화평이 입을 맞추는 세상, 남에게 대접을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해 주는, 모두가 온유하고 모두가 평화로운 복된 세상을 이루는 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며 그 뜻을 몸소다 실천하셨다는 선언입니다. 복잡한 세상 한 가운데에서 예수님 자신은 그렇게 살아내셨다는 고백이며 동시에 남은 자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씀하신 것이기도 합니다.  선거가 코앞입니다. 후보들은 저마다 새로운 세상을 말합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말하고 다짐하는 장면은 참 좋습니다. 어떤 이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고, 어떤 이는 통일을 이루겠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화합을 말하고 어떤 이는 적폐청산을 말합니다.

  다 좋습니다. 나라도 부강해져야 하고 지역도 발전해야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그분들 임기가 마쳐질 때쯤이면 또 다른 분들이 새로운 세상의 기치를 걸고 등장할 것입니다. 예수님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신 그 자리에 남아있는 각종 장애인들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의 뜻’입니다.
예수께서 ‘하늘 뜻’을 이루신 것처럼, 이번 지방선거에 당선된 분들은 ‘국민의 뜻’을 온전히 이루는 분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의 신념 또는 정치철학을 국민들에게 주입하려고 하는 경우가 없기를 바랍니다. 이념이나 명분이 사람을 앞지를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선거 때는 국민을 하늘처럼 모신다고 말하면서, 선거가 끝나면 국민을 개니 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한 때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었습니다.

  말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게 아닙니다. 국민을 위한다는 그 사람이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집에 살고, 무엇을 가장 원하는 지를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말의 진위를 알 수 있습니다.

  부디 이번 선거에는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이 온전히 말하는 좋은 분들, 국민의 뜻을 온전히 알고 이룰 수 있는 좋은 분들이 우리 지역의 대표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4년 뒤 ‘다 이루었다’ 할 수 있는 좋은 도지사님 시장님을 기대해 봅니다.

 
 
한 명 준
서정교회 담임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연세대학교 세인폴대학교에서 공부하였고
현재 서정감리교회
담임목사로서 감신대와 평택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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