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시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어렵고 불편한 한자를 사용하고 있었을 것을 생각할 때 세종대왕께 두고두고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이다. 전 세계 여러 민족 중에 고유의 언어는 있어도 글이 없는 민족도 많다. 우리 민족도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기 이전에는 우리글이 아닌 중국의 한자를 사용했었다.

  그나마도 벼슬길에 나가 있는 상류층 사람들이나 알았지 많은 일반 백성들은 한자를 배울 기회도 배울 자격도 없었기에 그야말로 까막눈 일자무식일 수밖에 없었다.

  한자는 원래 뜻글자이기에 중국 사람들이 아닌 우리는 말을 그대로 한자로 표시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구나 같은 한자라도 그 뜻은 같아도 음은 중국과 우리가 달라서 불편한 점이 많다. 그러나 한글은 소리글이기에 발음 나오는 대로 표기할 수 있는 편리한 점이 있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가 있고 읽으면 말로 하는 것과 똑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한글은 10개의 모음과 14개의 자음 모두 24개의 문자로 11,000개 이상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데 비해 일본어 가나는 48자, 영어 알파벳은 26으로 300개 정도, 중국 한자는 수천여자의 많은 문자이지만 400개 정도 밖에 표현을 못한다. 소리 글자라면 무엇보다도 많은 소리를 표현할 수가 있어야 한다.

  한글은 소리글자이면서 과학적이고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우수성이 인정되어 1997년,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 언어로선 처음으로 문화유산에 지정된 것이다. 세계 언어학자들도 우리나라 한글을 세계 공통어로 해야 한다고 까지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훈민정음이 반포된 이후에도 양반 계층에서는 언문(諺文-한글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 하여 잘 사용이 안 되고 중인이하 서민, 부녀 층에서나 사용해 왔으며 그나마 일제 강점기에 들어와서는 일제가 우리의 역사나 전통 문화, 언어, 문자까지 말살 정책을 폈고 심지어 학교에서는 우리말조차 사용 못하게 하였다. 이렇게 천시되던 한글이 오늘날 이렇게 문법체계가 잡힌 한글로서 전용화 된 것은 해방을 전후하여 우리 한글 학자들의 공헌이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어휘가운데 발음이나 표시 글은 한글이지만 뜻은 한문에서 온 것이 많다.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단어 70% 이상이 한문자에서 온 것이다. 그것은 순수한 우리말의 낱말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한자는 뜻글자이기에 한자의 뜻만 살려 음을 한글로 표현하면 자연스레 새로운 우리말 단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휴대전화가 생활화 되다 보니 문자 교신이 빈번해지며 국어사전에도 없는 준말 신조어들이 버젓이 통용되고 있다. 게다가 일상 대화나 문장 중에 외래어까지 혼용 되어 이런 변화에 둔감한 사람은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이러다가는 자칫 우리의 고유한 말과 글이 그 순수성을 잃어버리고 국적 불명의 잡탕 언어가 되는 게 아닌가 한다.

  5월 15일은 한글을 창제하신 우리 겨레의 큰 스승 세종대왕의 탄신일이다. 한편 이날을 스승의 날로 제정한 것도 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우수한 우리의 한글을 소중히 여기며 함부로 변질시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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