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용실에 갔습니다. 미용실에 오신 아주머니들이 이야기를 나누시는 걸 듣게 되었습니다. 저마다 어버이날 자녀들에게 받은 선물 자랑들을 하십니다. 아주 작은 것까지도 부모님들에게는 큰 자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녀들의 선물이 기쁜 것은 선물의 값보다 그 안에 담긴 자녀의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진정성만 확인하면 선물의 크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이 감사함의 열매라면 그 열매를 맺게 하는 감사하는 마음은 나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나무와 열매 중에서 열매보다는 나무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은 사람이 마음에 쌓은 선에서 선을 내고 마음에 쌓은 악에서 악을 낸다고 말합니다. 본래 좋은 나무, 나쁜 나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듯이 좋은 마음 나쁜 마음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내일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오늘 좋은 마음을 품은 나무가 되어야 하는 것도 분명한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무, 마음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얼마든지 감출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만 보아서는 효자인지 불효자인지,  선한 사람인지 악인인지 모릅니다. 무엇으로 알 수 있습니까? 열매로 알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만들어 낸 보이는 삶을 통해 마음의 진정성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사람 인생에 어떤 열매가 맺혔는지 보면 그 사람의 진정성 또한 알 수 있는 법입니다.

  열매는 ‘앎’이나 ‘깨달음’ 자체가 아닙니다. 앎이 만들어낸 삶이 열매입니다. 사람이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좋은 생각을 해야 하고 깨우쳐야 합니다. 그리고나서 해야 할 것은 그 앎과 깨달음이 손과 발로 내려와야 합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실천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나무가 좋은 열매를 지속적으로 맺을 수 있음과 같은 원리입니다.

  주일 새벽부터 시작되는 모든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몹시 피곤합니다. 좀 쉬었으면 하지만 어지럽혀진 집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아내는 청소기를 잡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냥 둬요. 당신 힘들잖아요.”말합니다. 아내를 아끼는 제 마음입니다. 하지만 더 좋은 것은 리모컨을 들고 누워서 쉬라고 말하는 대신 집안일을 함께 하려고 나서는 것이 겠지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그래도 내 마음은 아내를 아끼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관계를 힘들게 하는 공허한 것일 뿐입니다.

  사랑은 실천입니다. 아주 구체적인 실천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랑의 실천으로 우리 마음속 사랑의 진정성이 증명됩니다. 마음먹기는 실천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길, 더디 가는 것 같아도 구체적인 실천은 단단합니다. 마음으로는 하루에 몇 번씩 집을 지었다가 허물 수 있습니다. 말로 집 짓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집을 지으려면 기초부터 파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오늘 땅 파고, 내일 기둥 쌓고, 다음날 지붕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천천히 행하며 가는 사람들에게 미련하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 그 진가가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작은 실천들을 통해 단단해진 인생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열매로 자신과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좋은 나무, 구체적인 실천, 흔들리지 않는 복된 인생이 독자 여러분의 것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지혜로운 사람처럼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한 명 준
서정교회 담임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연세대학교 세인폴대학교에서 공부하였고
현재 서정감리교회 담임목사로서
감신대와 평택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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