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찬 시인은 지난해 문인협회 평택지부장으로 취임해 올해 1년이 됐다. 2010년 늦은 나이에 시인으로 처음 등단해 그해부터 평택시의 자랑스러운 문인으로 활동해 온 권혁찬 시인. 나의 삶,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해 시를 쓴다는 권 시인의 철학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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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평택시지부에는 현재 33여 명의 회원들이 소속되어 평택시에서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설, 수필, 시 등

여러 문학 장르들의 개성 넘치는 작가들이 모여 서로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른다. 권 지부장은 때때로 발생할 수 있는 작가들과의 견해차이와 의견을 조율하며 협회를 이끌고 있다.

권 지부장은 “회원들이 소속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서로의 글을 공유하면서 자극을 받기도 하는 등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성장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권 지부장은 조금 늦게 시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본래 논리적인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던 터라 글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었지만 시라는 영역은 그에게 있어 또 다른 신세계였다.

그는 시를 쓰는 몇몇의 지인들을 통해 처음 시에 매력을 느끼면서 2007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등단 후에는 더욱 왕성하게 시인으로서 활동해 나갔다.

권 지부장은 “때로는 수필도 쓰지만 사실 시와 수필의 언어는 구조적인 면에서 많이 달라요.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말들을 쭉 나열하는 것보다 함축해서 쓰는 것은 힘든 일이죠. 하지만 늦게나마 시라는 것을 알고 시작하게 된 것이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점점 자신만의 시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확고히 해 나갔다. 문인협회의 회원들 역시 그처럼 그저 문학이 좋고 글이 좋은 순수한 사람들이 모여 글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문학이라는 것은 장르를 불문하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쓰게 되는 순간 그 순수성을 잃어버리게 돼요. 글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질감을 느끼게 하죠. 문협의 회원들도 모두 그렇겠지만 저 역시나 그 글이 변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합니다. 항상 글을 쓰면서 긴장감을 그리고 감각을 잃지 않는 훈련들이 필요하죠”

이것이 권 지부장이 말하는 문인들을 위한 협회의 역할이다.

# 나에게 시란?
권 지부장은 그간 확고히 해온 자신만의 시에 대한 철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쓸수록 더 어려운 것이 시 같아요. 비움을 보여주면서 채움을 느끼게 해야 하는 작업이 바로 시라고 생각해요. 이를 테면 사람들에게 커피잔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 담긴 커피와 그 커피를 마시면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를 상상해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요. 커피잔 안에는 차갑게 식은 커피가 담겨있을 수도 있고 향이 부드럽고 진한 라떼가 담겨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커피잔만 보고도 어떤 커피를 누구와 마셨는가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죠. 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일종의 상상력 훈련을 하게 하는 것 같아요”

또한 권 지부장에게 시와 글을 쓰는 작업들은 모두 스스로를 놓치지 않기 위한 작업이다. 나이가 들고 장성한 자식들도 또 손주들도 있지만 일상적인 삶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잊지 않고 나를 느끼기 위해 계속 시를 쓰고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서 더욱 따뜻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요. 어느 누가 내 글을 보더라도 그 안에 담긴 인간성과 따뜻함이 느껴지도록 하는 거죠.”

그는 또한 자신이 평택 문인으로 활동한 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시인, 문인,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적은 것이 아쉽지만 문학도 문화와 예술의 한 분야로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그런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문협과 지부장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시집 출간 계획을 밝힌 권 지부장은 “시의 언어는 일반 문학과 조금 다를 수 있어요. 지속적으로 접하고 그 안에 숨은 뜻을 알게 되는 순간 시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어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접하고 표현은 좀 다르지만 생각보다 재밌고 흥미로운 분야구나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셨으면 좋겠어요. 시인의 시 한편이, 글 한편이 다른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 문인들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평택시 역시 문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과 우리 지역만의 특색· 정서가 담긴 문학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본다면 평택의 예술 분야가 더욱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비움을 보여주고 채움을 느끼게 한다는 그의 말처럼 문학은 현대인의 공허한 마음을 채우는 작은 행복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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