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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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이란 가면(假面) 또는 탈바가지, 초라니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현재는 통칭 탈이라 부른다. 그 탈의 종류도 여러 가지이며 사용 방법이나 의미가 제 각기 다른 것을 알고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 탈의 용처란 얼굴을 가리고 인간 본연의 모습이나 내면을 함께 가리어 신분을 감추거나 남을 속이기 위한 도구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을 가리고 상대방이 나의 모습을 알아 보지 못하도록 위장하여 본연의 모습 전부 혹은 일부를 공개하지 않는 미묘한 도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탈과 진실은 지극히 상반되는 의미가 분명해 보인다.

  4월의 날씨로는 꽤나 무덥게 태양이 내리쬐던 지난 주말을 맞아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 돌아보면서 각종 탈들이 전시된 박물관에 들렀다. 여러 종류의 탈들과 각국의 특색이 다른 가면들이 전시돼 있었다. 그리고 그 사용의 의미나 유래 등이 각각이 기재돼 있었지만 그중 가장 눈에 뜨인 것은 바로 안동 하회마을에서 별신굿을 할 때 사용하던 하회탈이었다. 다른 탈과 달리 사용 후 소각하지 않고 보관하는 그 하나하나의 탈들의 의미를 새기면서 이제껏 잘못 생각해 왔던 나의 탈에 대한 편견을 털어놓고 싶다. 하회탈은 총 9종류가 있는데 그 종류부터가 아주 흥미롭다. 양반의 종인 초랭이 탈은 양반 옆에 붙어 다니면서 다른 방향에 대고 양반을 씹어대고, 한쪽엔 주름이 7개요 다른 한쪽은 3개이며 고개를 젖히면 웃고 숙이면 화가 난 표정을 짓는 하회탈의 대명사인 양반탈이 있는데 그 예술성이 뛰어나다 하여 하회탈의 맏형격 이라 한다.

  생활이 넉넉지 못하여 볼이 홀쭉한 선비 탈, 가난한 선비의 종인 이매 탈, 도덕과 절개를 잃어버리고 여자만 꼬이려하는 사기성 어린 중탈, 험상궂지만 서민의 미소가 숨어있는 백정 탈, 결혼하여 귀머거리 3년 봉사3년 벙어리3년을 살아야한다며 입이 붙어있는 풀이 죽은 각시 탈, 갸름한 얼굴의 기생인 부네 탈,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각시 탈은 입이 붙어 있지만 기생탈은 약간 벌어져 있고, 다 늙은 마당에 콧대를 낮출 일이 없어 콧대도 높고, 죽을 날이 가까워할 말 안할 말 가리는 것 없이 다한다는 입이 쩍 벌어진 할미 탈이 있다.

  차마 말하지 못하는 진실의 모습들이 이와 같은 여러 종류의 탈을 매개로 세상을 향해 풀어내던 서민의 애환이 점철된 의미 심중한 탈이었다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오히려 민낯을 드러내고 허식과 일탈을 자행하는 부류를 더러 보기도 한다. 차라리 탈을 쓰고 진실을 토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쉽다. 양반을 흉보는 초랭이나, 바보스럽지만 순박한 이미지의 이매 탈 하나쯤 마음속에 간직하고, 좌우상하 구분할 줄 아는 양반탈 하나 쯤 소장하고 살면서 탈과 진실은 멀지 않다는 너스레라도 떨며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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