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이라는 어원은 터번으로부터 온 것인데, 신밧드처럼 머리에 터번을 감은 터키 사람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한다. 꽃들은 햇빛의 영향으로 낮에는 활짝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빛을 오므린다.
튤립정원은 불안정한 나에게 자연의 위로를 주고 상상과 시의 소재를 주는 장소이기도하다. 여기는 튤립만 있는 건 아니다.
수선화, 흰나리꽃, 가을에 필 쑥 부쟁이와 구절초도 잎이 돋아나 왔다. 저쪽 벚나무 아래 쭈그려 앉아 쑥을 뜯는 아주머니 모습이며, 아장아장 아기들을 데리고 나와 걷는 어머니의 생기 있는 얼굴도 보았다.
맹꽁이가 떼로 살고 있다는 작은 연못은 물이 맑았다. 그 물 위로 내리는 빗방울 무늬와 낱장의 벚꽃잎들이 얇게 떠있는 풍광을 보며 나는 깊이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사월 아침, 폭폭한 삶에 쓴 바다만 있겠는가,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가 내주머니에서 들려 퍼지고, 오늘나는 튤립 동산의 주인이 되어 꽃길을 유유히 걷는다.
겨울 내내 마른 구근으로 움츠렸던 내 마음이 튤립정원으로
활짝 피었으리라.
이것이 내 것이었음을
이 완벽한 감미로움이 내 자신의 가슴속에서
꽃 피웠던 것임을
그때는 정녕 알지 못했습니다
<타고르의 ‘기탄잘리 20편’ 중에서>
덕동산 언덕에서 예전부터 꽃동산을 가꾸었던 사람들의 손길과 마음들에게 공손히 고마움을 전한다. 작은 연못과 봄비와 튤립꽃이 내 안에 들어와서 시들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