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평택시 문인협회
  튤립 꽃밭이다! 네델란드의 작은 귀퉁이를 떼어 옮겨 심은 것 일까, 4월 햇빛을 그대로 받아먹고 다시 세상에 내어 비추는 꽃송이들을 본다. 고운 빛들의 상호작용! 아름다운 이 법칙은 어디에서 왔을까? 노랑, 빨강, 분홍, 자주, 주홍빛 그라데이션으로 꽃물결 일렁이는 동산, 그냥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다. 목적이 있어 길을 가던 사람들도 시선이 멈추었다. 돌아 들어와 사진을 찍고 바쁜 중에 ‘쉼’으로써 꽃구름 위를 걷는다.

  튤립이라는 어원은 터번으로부터 온 것인데, 신밧드처럼 머리에 터번을 감은 터키 사람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한다. 꽃들은 햇빛의 영향으로 낮에는 활짝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빛을 오므린다.

  튤립정원은 불안정한 나에게 자연의 위로를 주고 상상과 시의 소재를 주는 장소이기도하다.  여기는 튤립만 있는 건 아니다.

  수선화, 흰나리꽃, 가을에 필 쑥 부쟁이와 구절초도 잎이 돋아나 왔다. 저쪽 벚나무 아래 쭈그려 앉아 쑥을 뜯는 아주머니 모습이며, 아장아장 아기들을 데리고 나와 걷는 어머니의 생기 있는 얼굴도 보았다.

  맹꽁이가 떼로 살고 있다는 작은 연못은 물이 맑았다. 그 물 위로 내리는 빗방울 무늬와 낱장의 벚꽃잎들이 얇게 떠있는 풍광을 보며 나는 깊이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은 사월 아침, 폭폭한 삶에 쓴 바다만 있겠는가,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가 내주머니에서 들려 퍼지고, 오늘나는 튤립 동산의 주인이 되어 꽃길을 유유히 걷는다.

겨울 내내 마른 구근으로 움츠렸던 내 마음이 튤립정원으로
활짝 피었으리라.
이것이 내 것이었음을
이 완벽한 감미로움이 내 자신의 가슴속에서
꽃 피웠던 것임을
그때는 정녕 알지 못했습니다
<타고르의 ‘기탄잘리 20편’ 중에서>

  덕동산 언덕에서 예전부터 꽃동산을 가꾸었던 사람들의 손길과 마음들에게 공손히 고마움을 전한다. 작은 연못과 봄비와 튤립꽃이 내 안에 들어와서 시들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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