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대학교의 동물생명환경과학과 윤종택 교수가 운영하는 생명과학교실은 그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꽤나 오랜 히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과학교실은 윤 교수가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시골 학교로 찾아가는 과학교실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게 됐다.
“벌써 20년이 됐죠. 당시 시골학교에는 과학교재들이 없으니까 찾아가는 과학교실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여의치는 않더군요. 대신 이렇게 지금이나마 학생들에게 생명과 과학에 더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게 돼서 나름 보람됩니다”
윤 교수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론과 실습을 병행함은 물론 재학생들과 1대1멘토링 연결을 통해 수업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생명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어렵게만 생각했던 생명과 과학이라는 분야에 새롭게 눈을 뜨면서 덩달아 생명공학도의 꿈을 키워 한경대에 진학해 윤 교수의 제자가 되기도 했다.
처음 생명과학교실에 참여한 공도 중학교를 시작으로 안성 관내 학생들이 생명과 학교실에 참여해 윤 교수의 가르침을 받았다.
“학생들이 과학과 얼마나 친밀해질 수 있느냐가 저의 가장 큰 목표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학생들이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호기심이 계속 이어져서 앞으로 지금의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가 된다면 저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한경대학교에서는 현재 생명과학교실뿐 만 아니라 영어, 물리, 문예창작, 조리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교수들이 참여해 자유학기제를 안성교육청과의 연계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전하다
윤 교수가 운영하는 생명과학교실에서는 어떤 교과과정에서도 다루지 않는 특별한 교육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생물의 구조를 알기 위한 쥐 해부를 비롯해 정자와 난자의 세포 관찰 및 수정과 생명체의 탄생과정, 유전자 분석까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학생들에게는 이 시간이 신기하면서도 경이롭게 느껴지는 한 순간이 될 것이다.
윤 교수가 생각하는 생명과학교실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학생들이 생명과학을 통해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경외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요즘처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망각되고 있는 사회적 현실에 비춰볼때 윤 교수의 생명과학교실은 이처럼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생명이 얼마나 천문학적 확률로 태어나는지 알고 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과 자부심을 가지게 됩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알게 되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조금 더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순간이죠”
이처럼 윤 교수의 생명과학교실은 과학과 인문학이 만난 조금은 특별한 수업인 것이다. 수업 시간에 윤 교수는 학생들을 만나면서 항상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말한다. 한번은 해부 실습 시간에 한 학생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도 쥐 해부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쥐도 하나의 생명인데 실험 때문에 죽일 수 없다’면서 거부하더군요. 그럴때 저는 ‘인류 복지증진을 위해서 동물의 실험은 불가피하다. 그나마 최소한의 희생이라고 할 수 있는 쥐를 해부하는 것이다. 대신 너희들이 이 작은 생명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진실되게 실험에 임해야 한다’고 말하죠. 인간이 살아가면서 자연을 희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인류가 살아있는 한 그럴 수는 없겠죠.(웃음) 다만 그래서 우리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가져야 하는 겁니다. 어떤 생명이든 함부로 희생될 수 없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게 된다면 그 누구보다도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고 항상 생각하며 살아가게 되겠죠.”
이렇게 윤 교수는 항상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며 자신이 배울 때도 있다고 전한다.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도 교육자의 참된 자세일 것이다.
“교육을 하는 지식 전달자로서 전달에만 그치는 것이 나의 도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학생들이 창의적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제공해주는 것 또한 제가 해야 할 일이죠.”
앞으로도 윤 교수는 이러한 자신만의 철학으로 학생들과 생명과학교실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생명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 앞에 우리가 어떻게 태어나게 됐고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에 대한 인식이야 말로 우리가 조금은 더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하는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조미림 기자
p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