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평택시 문인협회
  스승이신 김 시인님은 노년의 하루하루를 막걸리를 마시며 인생을 위로하는 재미로 살고 계신다. 약한 잇몸으로 지탱하기 힘든 치아들이 일주일정도 흔들리다 낙화를 준비하는, 취기에 기분이 좋아지면 전화로 살뜰한 잔소리도 하신다.

  현재 어금니 1개와 아래 위쪽 잔존하는 치아가 총 4개, 오늘 또 하나가 흔들려 술이 취한 지금도 엄청난 통증에 견디기 힘들다고 하시기에 병원 가셔서 빼시라고 해도 한사코 자연사로 빠지기를 기다린다고.

  ‘나하고 60년간 동행하고 희생한 이를, 나의 분신이자 몸체이고 삶의 한 부분인 이, 지금 혀로 이를 좌우 위 아래로 밀어내며 살아있는 신경 두 줄과 그네타기 게임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시도 고통에서 나와야 빛나는 거다 이런 아픔이 시야. 통증이 많아도 이 또한 나의 삶을 유기하는 아름다운 추억이지.’

  대취한 노시인의 깊은 사유와 내면의 향기가 세월의 물살을 타고 은은하게 밤 벚꽃 날리듯 소로록 전해진다.

  모든 치아가 자신을 빠져나가 완전한 합죽이 할아버지가 되면 이에 대한 60년 봉사에 대한 예우를 마치고 나면, 의치를 하고 방긋방긋 한 달마다 찾아오는 손녀에게 부채처럼 웃어 줄 것이라고.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이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뜻의 유기는 정말 소중하다. 얼마 전 위쪽 어금니 통증으로 고생하다 치과에서 뒤늦은 나이에 주범인 사랑니를 뽑았다. 나이가 들면 잇몸도 살이 내리고, 투명한 눈물이 흐르던 눈동자는 백내장이 조금씩 진행되어 침침하고 뿌옇게 세상을 보게 되고 스스로도 나이가 드는 것을 실감한다.

  어디 이뿐일까. 기억력도 떨어지고 걸음걸이도 느려져 아장거리는 아이처럼 유모차를 의지해 걷는 노인의 모습을 보면 겸허해진다. 바람이 분다. 꽃바람이 분다.

  꽃잎에 꽃비에 맞아도 아프지 않으니 나는 여전히 그 길에서 순간을 수놓는 세월의 간이역이고 싶다.

4월 길가온
유영희

달빛 앉은 놀이터에 가보세요
녹색 수의가 보인 줄
모르고 울었던
목련이 달빛의 영혼입니다
눈물이 촛농이 되어
분홍의 계절이 되는
가끔
계절도 수련을 해야
바람을 이긴답니다
나는 목석일지라도
붉게 울 것이니 점 하나 찍자
웃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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