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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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무엇이든 팔고 사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삶의 주변과 현장에 산재해 있음을 종종 망각하고 사는 듯하다. 돈으로 책은 살 수 있어도 지식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약은 살 수 있지만 건강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친구를 살 수 있으나 친구의 사랑은 살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자에게 이런 주문을 했다. 새로운 친구 10명을 사귈 때 마다 만원씩을 줄 터이니 많은 친구들을 사귀라고 주문을 하고는 꼭 10명이 아니어도 한동안은 9명이든 8명까지만 친구를 사귀어도 똑같이 지급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고개를 갸웃 거리던 손자는 백 명 혹은 천명을 사귀어도 그 돈을 주겠느냐고 되물었다. 난 그러겠다고 몇 번을 약속했다. 아마도 참으로 쉬운 주문을 할아버지가 하시는구나 하는 회심의 눈빛을 보았다. 돈으로 친구를 직접 사오라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사귀기 위한 노력과 마음 씀씀이의 대가를 치
르고 싶어서 제안한 것이었다.

  과연 나의 속마음을 얼마나 헤아렸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그리 중요하지는 않게 여기려 한다. 어떠한 목적에 치중하여 친구를 사귀든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손자가 많은 친구를 사 귀고 그 친구들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말 해주지 않으려 한다. 언젠가 나의 속마음을 알아 차릴 그날 아이는 성인이 되어 나를 이해 할 것을 안다.

  나의 고교시절 아버지께서 넌 친구가 몇 명이나 되느냐고 불쑥 물어 보신 적이 있다. 단숨에 많아요! 라고 대답을 했다. 그래봐야 동내 친구들과 학교 반 친구들이 전부였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까지는 꽤나 많은 세월이 필요 했었다.

  지금도 나의 진정한 친구는 몇 명 일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답변은 매우 인색해 진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생일파티를 해 줄 터이니 너의 반 친구 모두를 초청할 수 있느냐 물었다. 단연 그렇다고 했다. 시내 음식점에 아이들을 모이게 했다. 이런 저런 이유와 사정으로 10여 명의 친구만이 참석했다. 무척 당황해 하던 아들의 모습이 지금도 역력하다.

  대학시절 나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을 때쯤 여러 분야와 지역의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 한 듯 했다. 결혼식장에 모여든 친구들의 숫자를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랬었다. 이 정도면 나의 주문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 했다.

  지금 난 또 한번의 원대한 주문을 한 것이다.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분주하게 손자의 핸드폰이 바빠질 것을 안다. 10명 그 이상의 비용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아니 그 이상의 대가를 준비 하다보면 나의 본연의 주문 취지를 손자가 먼저 알아차리지 않을까 조용히 생각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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