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바다
봄기운이 완연한 남해안의 하늘은 그 어느 때 보다 곱다. 마치 이국의 어느 섬에라도 온 것 마냥 조각구름이 둥실 떠다니고 청산도행 카페리호에 오른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다도해 풍경에 흠뻑 빠져있다. 승객과 자동차를 가득 실은 배는 완도를 떠나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섬들을 헤치고, 한 시간이 채 못 걸려 도청리 청산도항에 닻을 내렸다.

  도청리에서 섬 순환도로인 청산로를 따라 이동하면 주변에 온통 샛노란 유채꽃밭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매년 3월 말부터 4월까지 섬 곳곳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유채를 볼 수 있다. 특히 청산도항이 위치한 도청리와 <봄의 왈츠>, <서편제> 촬영지였던 당리마을 일원은 바다와 유채꽃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

  청산도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낙점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청산도에는 크기도 모양도 제멋대로인 돌들을 일일이 손으로 쌓아올린 고즈넉한 돌담길과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푸른 논밭 그리고 지금은 거의 사라진 서남해안 지방 전통 매장 풍습인 초분 같은 잊혀져가는 우리네 옛 풍경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서다.

샛노란 유채꽃으로 둘러
싸인 섬마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지막한 언덕 위에 올라앉은 <봄의 왈츠> 세트장이다.  당리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천천히 산책하듯 세트장까지 걸어보자. <봄의 왈츠> 세트장까지는 대략 400미터 거리인데 돌담길을 걷다보면 영화 <서편제> 세트장을 먼저 만나게 된다.

  세트장이라는 거창한 말로 설명하기에는 초가 몇 채가 전부지만 마당에서 바라본 잔잔한 청산도의 바다는 이를 데 없이 아름답다.

  물론 관광객들은 <봄의 왈츠> 세트장을 더 좋아한다. 초원 위에 지어진 그림 같은 집에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이들 손을 붙잡은 부모나 연인들, 섬 주민을 태운 경운기 그리고 관광객을 실은 사륜구동 자동차 택시가 차례로 이 돌담길을 지나 언덕 위 예쁜 집으로 향한다. 돌담길 오른쪽으로는 활처럼 휜 해안선을 따라 마을이 있고,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초원같은 논밭 한가운데 또 하나의 마을이 위치한다.

  청산도가 품은 마을은 대부분 이런 형태를 하고 있다. 바다와 인접해 있거나 분지에 들어앉았어도 마을 주변에는 커다란 나무나 숲이 보이지 않아 강원도 대관령 일대에 분포한 목초지처럼 이국적이다.

전남 완도군 청산면 청산로 136(봄의 왈츠 세트장)
061-550-5412(완도군청 관광정책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정적 풍경

  청산도가 이처럼 독특한 풍경을 갖게 된 것은 섬 주민들의 근면함에서 비롯된다. 생계를 위해 주민들은 어지간한 언덕배기는 모두 논이나 밭으로 일구어 놓았다. 그 결과 봄부터 초가을까지 섬 전체가 소나 양이 한가로 이 풀 뜯는 목초지처럼 아름답다. 특히 3~4월 이맘때면 유채꽃이 만발해 다도해에서 가장 이국적인 섬으로 변모한다.

  세트장을 기점으로 길은 두 갈레로 나뉜다. 오른편 길로 접어들면 화랑포 해안으로 갈 수 있다. 차를 몰고 가도 되지만 길이 좁아 맞은편에서 다른 자동차가 올 경우 비켜서기가 쉽지 않으므로 주의하자. 조금 더 걸어보고 싶다면 세트장 왼편으로 난 길을 선택하면 된다.

  길섶에는 들꽃들이 소박하게 피었고 밭에는 살찐 황소가 꼬리를 흔드는 평화로운 정경이 도시인의 메마른 가슴을 적신다. 이 길은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서 끝난다.

  남해 특유의 비취빛 바닷물이 햇살을 듬뿍 받아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고 청산도와 크고 작은 섬들이 구름 아래 숨어있다. 청산도 앞바다는 바다 속이 훤하게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아 이곳으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다도해를 향해 일갈하듯
우뚝 선 범바위

  주차장에서 다시 자동차를 몰아 읍리로 향한다. 청산로를 따라 약 2.7km 이동하면 범바위 입구로 통하는 시멘트 포장길로 접어들 수 있다.

  범바위를 알리는 작은 팻말을 보고 샛길로 접어든 다음 좁은 시멘트 포장길 따라 계속 오르다 작은 삼거리를 만나면 우회전 해 계속 직진하면 범바위 턱밑에 위치한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범바위 일대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당리 마을과는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검붉은 해안절벽 위로 파도가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비탈진 능선을 오르면 툭 불거져 나온‘범바위’가 보인다. 보적산(해발 330미터) 기슭에 자리한 범바위는 맑은 날에는 멀리 제주도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전망이 좋다.

  범바위 뒤편 전망대에도 반드시 들러보자. 전망대에서는 청산도 남단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냥갑 같은 섬마을과 산등성이에 우뚝 선 범바위가 어우러져 매우 독특한 풍경이 연출된다. 완도항에서 아침 첫 배를 타고 들어왔다면 <봄의 왈츠> 세트장과 화랑포 그리고 이곳 범바위까지 청산도의 주요명소들을 둘러볼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전남 완도군 청산면 청계길 8-28(범바위 전망대) 061-550-5412(완도군청 관광정책과)

청산도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완도

  청산도에 가려면 전라남도 완도군을 거쳐야 한다.

  지난 2005년 종영된 드라마 <해신> 제작진이 완도 대신리와 불목리에 대규모 세트장을 짓고, 드라마를 촬영한 것을 계기로 완도를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그러나 여행 깨나 한 사람이라면 정도리 구계등의 몽돌해변이나 완도수목원 등 완도의 아름다운 풍경에 더 후한 점수를 줄 것이다.

  완도읍에서 77번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면 가장 먼저 명승 제3호‘정도리 구계등에 닿게 된다. 정도리 구계등은 통일신라시대 황실림으로 지정됐던 숲으로 지금도 수령 100년이 넘은 소나무, 참나무, 팽나무 등 40여 종의 수목이 자라고 있다. 바닷가 몽돌밭에서 육지의 상록수림까지 이어지는 고랑과 언덕이 모두 아홉이라 하여‘구계등(九階燈)’이라 불린다.

  파도가 칠 때마다‘차르르’자갈 구르는 소리가 들리는 해변에는 커다란 느티나무 한그루가 있다. 느티나무는 그 넉넉한 품안에 바다를 끌어안고 있는 듯하다. 느티나무 뒤쪽으로는 방풍림이 형성돼 있는데, 한낮에도 볕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다.

  또한 방풍림 안쪽으로 연결되는 2.4km 길이의 탐방로는 천천히 둘러보면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전남 완도군 완도읍 정도리 151 061-550-0900(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사무소)

완도수목원, 붉은 동백 활짝 핀
난대림 산책
  완도읍을 기준으로 약 5km 북쪽에는 장보고기념관(061-550-6919 www.wando.go.kr/changpogo)과 청해진 유적지가 자리 잡고 있다. 알다시피 장보고는 완도를 대표하는 전설 같은 인물로 기념관 내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념관 북동쪽의 작은 섬장도에 위치한 청해진유적도 둘러보자.

  국내 최대의 난대수종 자생지로 알려진 완도수목원(061-552-1544 www.wandoarboretum.go.kr)에도 꼭 한 번 가보아야 할 것이다.

  수목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호수처럼 넓은 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저수지에는 수변 탐방로가 설치돼 있는데 우거진숲과 물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수목원 안에는 산림전시관, 열대온실, 관찰원, 수생식물원, 전망대 그리고 캠핑카를 갖춘 오토캠핑장 등이 조성되어 있으며 동백나무도 많아 봄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완도 본섬과 이웃한 신지도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일몰을 감상하며 여정을 마무리 해보자. 완도읍에서 신지대교에 올라서면 사방이 탁 트이면서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상쾌함이 느껴진다. 명사십리해변의 하늘을 곱게 물들이는 황혼이 환상적이다.

전남 완도군 신지면 명사십리길 85-105(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061-550-5151~5153(완도군 관광안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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