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여럿이 가서 음식을 먹고 계산할 때 보면 일행 중 누구 한 사람이 내거나 단체의 경우라면 공동 비용에서 내거나 하는 게 보통 우리의 계산법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서양 사람들이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내는, ‘더치페이((Dutch pay)’ 문화에 대해서는 정이 없고 야박하다며 부정적이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우리의 이런 문화에 대하여 이해를 못한다.

  요즘도 가끔 여럿이 식당이나 찻집에 갔다가 계산할 때가 되면 서로 자기가 낸다며 지갑을 빼들고 계산대를 향하여 경주하듯 하는 모습을 본다. 이런 경험은 대부분 사람들이 다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말로만 자신이 내겠다고 선수를 치면서 막상 계산에 임박해서는 화장실을 가거나 구두끈을 매는 등 딴청을 피우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먼저 계산을 하고 난 후에 내가 낸다고 했는데 왜 냈느냐고 허례를 떠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진실이라면 다음 기회에는 자기가 내야 도리일 것이다. 이런 공짜 친구들은 결국 동료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양쪽 다 위선은 마찬가지인 셈이다. 내기 경쟁에서 이겨 모두의 음식 값을 냈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지 공짜로 먹는 친구를 비난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또 공짜 친구는 처음부터 내가 낸다고 나서지나 말았으면 오히려 낫지 않았겠는가. 이것이 바로 생색내기 문화인 것이다.

  이런 생색내기 밥값을 탈피하는 친목 모임이 요즘은 많이 생기고 있다. 한 예를 들면, 이 모임은 여느 친목회처럼 회칙도 없다. 그러기에 임원 조직도, 회비 책정도, 사업 내용도 없다.

  그런데도 20년 가까이 되도록 이탈자도 없고 내분도 없이 죽마고우처럼 두터운 정으로 뭉쳐 있다. 처음에는 월 1회 정해진 날에 모여 식사하고 담소하고 헤어 졌다. 그런데 언제부터 인가 정기모임 말고도 수시모임이 더 많아 졌다. 회원 중 누구든지 시간과 장소를 정하여 휴대전화로 문자를 전 회원에게 보내면 시간있는 사람은 참석한다. 전원 참석이 아니더라도 참석한 사람들끼리 만남 그것으로 족하다. 만나면 우선 음식  주문하고 식사와 반주로 담소하며 즐기는 것이다. 계산은 총 음식 값을, 참석자 수로 나눠 즉석에서 수합하여 지불한다.

  음식 뿐 아니라 회원들의 단체 활동에는 모두 이런 계산법을 적용한다.  대개 회비제로 하거나 순번을 정해서 식비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철저한 각자부담제로 한다.

  이 계산법은 기존의 우리의 정서를 깬다고도 보겠지만, 계산에 앞서 서로 눈치 살핌 없이 마음을 터놓고 부담 없이 회식을 즐길 수 있지 않은가. 때로는 어떤 명분을 가지고 초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당연히 초청자가 부담해야 한다. 요즘 유행어로 내가 쏘는 것이다.

  집에서는 아이들 과자 값도 아까워하면서 나가서 음식 먹고 계산하는 데는 앞장을 서는 생색내기 계산법,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없다고 하니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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