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발표된 주목할 만한 통계가 있습니다. 종교인구에 있어서 개신교 인구가 거의 천만 명에 이르게 되었다는 보고입니다. 가히 개신교가 대한민국의 1대 종교가 된 것입니다.

  표에 따르면 개신교 인구는 2005년 800만명 조금 넘었는데, 2015년에는 천만에 가까운 숫자로 늘어났습니다. 95년부터 2005년까지 거의 변동이 없었던 것에 비해서 150만명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로마 카톨릭까지 합치면 대한민국에 크리스천이 무려 1400만에 육박합니다.

  이쯤 되면 기독교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개신교 목사로서 참 감사한 일입니다.
  주요 교단별 교세현황을 보면 이 통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교인 수는 여전히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멤버십은 줄어 드는데, 기독교인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교회에 출석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 소위 가나안 성도(가나안을 뒤집으면 ‘안나가’가 됨)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성탄절에 무용을 하고, 학창시절 문학의 밤에서 기타를 치며 시를 읊조리고, 청년시절 교회에서 희망을 발견했던 사람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은 분명한데, 어느 한 교회 마음 둘 곳 없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입니다.

  나는 개신교 목사로서 위의 그래프를 통해서 개신교 공동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봅니다. 우리 시대의 부흥은 숫자 늘리기가 아니라, 영적인 대각성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대로 숫자 놀음만 하다가는 전 국민이 다 기독교인이라고 해도 교회가 꿈꾸는 하나님 나라는 더욱 멀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외적 부흥은 영적 대각성의 결과이어야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00년전인  1517년 로마 카톨릭의 신부였던 마틴루터는 교황청에서 발행하는 면죄부에 대한 반박문을 비텐베르그 성당 앞에 라틴어로 써서 붙입니다. 당시 라틴어는 사제들과 학자들만 읽을 수 있던 글입니다. 루터는 사람들을 선동하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사제들과 이 일에 대해 토론을 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죄를 사면해 주는 면죄부를 돈을 받고 팔아서, 그 돈으로 성전 첨탑을 올리는 일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인지 얘기해 보자는 겁니다. 그런데 그 95개조의 반박문은 독일어로 번역되었고, 인쇄술이 발달함에 따라 삽시간에 독일 전역으로 퍼져갑니다. 위대한 종교개혁이 시작된 것입니다.

  당시 로마 카톨릭은 로마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다른 종교들 사이에 제 1종교가 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로마가 크리스텐돔, 기독교 왕국이었습니다. 그리고 거룩한 교회갱신은 기독교 왕국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개신교는 규모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제 1종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제일 큰 종교집단이 된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상 가장 힘든 때를 지나고 있습니다. 모두가 우리 개신교인들의 책임은 아닐지라도 하나님의 책망을 피할 길은 없어 보입니다. 부디 표면에 세워지는 기독교 왕국이 아니라, 이면에 세워지는 하나님 나라를 사모하고 선포하는 영적 갱신과 각성.. 그 일이 새로운 부흥으로 연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 명 준
서정교회 담임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연세대학교 세인폴대학교에서 공부하였고
현재 서정감리교회 담임목사로서
감신대와 평택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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