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kbs 정오 뉴스가 끝나는 12시 10분이면 90이 넘은 송해 진행자의 (“전국노래자랑~”)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노래자랑 프로그램이 관람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과 함께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은 36년간의 국내 최장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이 15%에 달한다고 한다. 한편 이 장수 프로그램 못지않게 30여 년을 한결같이 진행을 맡아온 92세의 송해 씨의 나이야 저리가라 할 정도의 정력과 넘치는 재치와 달변의 진행이 더욱 이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준다.

  또한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스튜디오가 아닌 전국 시·읍·대도시 지역을 순회하며 그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그 지역의 유래와 명소· 명물 등의 소개와 함께 지역을 알리며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도 살려 주는 효과도 동시에 나타내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또한 국내뿐만이 아니라 교민이 많이 사는 외국 현지에 가서도 공연을 하여 교민들의 고국의 향수를 달래주기도 하며 한민족으로의 일체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한편, 워낙 장수 프로그램이라 그동안에 알게 모르게 변해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초기에는 출연자들이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는데 요즘에 와서는 초등학생에서부터 중·고·대학생에 이르는 청소년층과 주부, 노인들도 출연하고 가족, 직장동료, 학교 선생님과 학생이 같이 출연하는 등 다양한 계층이 출연하는 모습을 본다. 또 노래의 장르를 보아도 전에는 흘러간 옛 가요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가요는 물론 팝송, 민요, 가곡 등 다양해 졌고 가만히 서서 부르던 전에 모습과 달리 출연자 나름대로의 춤과 폭소를 자아내는 몸짓, 분장 등으로 개성과 장기를 최대한 드러내며 부른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민족도 오랜 유교의 전통 속에 잠재되어 있던 정서감이 시대 변화와 함께 암흑에서 벗어났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 동안 우리는 유교적 도덕 덕목인 삼강오륜을 잘 지키는 것이 삶의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 왔다. 게다가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 속에 남존여비의 풍조와 남녀칠세부동석 같은 사회 통념에 얽매어 일상생활 속에서 남녀관계가 어색했고 부자연스러웠다. 이런 관계로 학교도 남·여학교가 따로 있었고 초등학교는 남녀공학이었는데도 학교 내에서는 남학생반, 여학생반 따로 편성되었다.

  요즘 전국노래자랑에서 젊은 며느리가 시부모님 보는 앞에서 무대에 나와 몸을 야하게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이런 일이 예전에 있었다면 이 며느리는 불량 며느리로 찍혀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이 가능할 일이다. 또 학생들이 노래자랑 무대에 나와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면 다음날 당장 징계 처분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관념이나 혹독한 징계는 있지도 않을 뿐, 오히려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함께 즐기며 권장하는 풍조가 되었다. 이런 영향에서일까? 우리의 남·여 아이돌 그룹의 노래와 춤이 한류의 바람을 일으켜 전 세계에 그 이름을 떨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열린사회가 되었다.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구시대의 관렴과 규범에서 벗어나 새 시대의 환경에 적응하며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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