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온종일 내리고 나더니 가로수의 낙엽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떨어져 인도를 울긋불긋 수 놓은 듯 뒤덮었다.
환경미화원들이 낙엽을 쓰느라 이른 새벽부터 바삐 움직였다.
필자가 어느 가게 앞을 지나는데, 70대 초반 쯤 되어 보이는 노인이 비(청소도구)를 들고 가게 앞 보도 위에 깔린 낙엽을 쓸어 내고 있었다. 이 때 필자 바로 앞에 20대 젊은 이가 지나가면서 노인이 쓸고 있는 빗자락 끝 부분이 밟히자 노인은 잡고 있던 빗자루를 놓치고 말았다.
필자가 보기에도 우연이지 고의성은 없어 보였다. 이 순간 빗 자루를 밟은 젊은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심코 지나갔고 노인은 노기 찬 얼굴로 지나가는 젊은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드디어 노인이 저만큼 지나간 젊은이의 등 뒤를 향해 성난 목소리로, “야!”하고 소리 쳤다. 젊은 이는 뒤를 돌아보며, 노인을 향해 “뭐요!”라고 떫은 표정으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노인은 되받아 “뭐야, 이놈아!, 네놈이 잘했다는 거야!, 저런 배워먹지 못한 놈 봤나, 내가 너 같은 손자가 있어!, 젊은 놈이 버르장머리가 없어.”라고 하자 이 젊은이 하는 말, “그래 어 쨌단 말이야”라며 대드는 자세다.
이 순간 필자도 참을 길 없어 젊은이를 향해, “이 사람아, 노인분 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라며 위엄을 보였으나 나한테 향하는 눈빛도 곱지가 않았다.
나는 젊은이에게 좀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봐요! 젊은이, 빗자루를 밟은 것이 고의성은 없었지만 ‘죄송합니다’라고 한 마디 하고 갔으면 될 일을 그냥 지나쳐 간데서 노인께서 화가 난게 아닌 가.”라고 하고 노인분 한테는 “노인장이 참으십시오.”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양측이 진정은 되었으나 젊은이는 끝내 사과 한 마디 없이 불쾌한 얼굴로 가버리고 말았다. 여기서 젊은이의 무례함은 말 할 것도 없지만, 노인도 어 르신답게 품위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필자 역시 뒷맛은 씁쓸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어른을 대하는 예절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데는 나이든 층에서는 다 공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고 살아 왔기에 특히 삼강오륜은 계층 불문하고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내려져 왔으나 근대화 되는 과정에서 점점 퇴색해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삼강오륜을 내세우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 케케묵은 소리를 왜 하느냐고 오히려 조소거리가 된다. 하긴, 시대가 이렇게 바뀌었는 데 삼강오륜을 고집한다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변하는 시대에 맞는 예절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부모 자식간에, 형제간에, 친구간에, 선· 후배간에, 젊은이와 노인간에, 상급자와 하급자간에, 나름대로의 예절은 지켜야 한다.
 예절은 어려서부터 교육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익혀야 할 것은 물론,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시장에서나 길거리에서나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어른들의 모습을 보라. 어느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 신년 소원이 뭐냐고 묻는 말에 ‘명박 급사’라고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되받아 트위터에 올리고 자신도 동의한다는 내용의 표현을 했고 그는 국회의원이 되고도 국정감사에서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을 ‘민족반 역자’라고 했다. 또 어느 국회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그년’이라고까지 했다. 국회의원의 입에서 이런 막말이 나올 정도면 더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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