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C 메디슨 한인 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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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에 사사기라는 책이 있다. 천주교인들은 판관기라고 부르는데,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도착한 후 왕정이 시작되기까지 ‘재판관’들이 다스리던 시기의 이야기이다. 머털도사의 모델쯤 되는 삼손이나 300명의 구릿빛 훈남 들의 대장, 기드온 같은 사람이 사사, 판관이다.

  이 책에는 ‘그 때에 왕이 없어서 사람들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행하였다’ 라는 말이 계속 반복된다. 물론, 후에 등장하는 왕정을 옹호하려는 의도가 있는 표현이지만,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읽는 사람들은 ‘그 때에 (늘 이스라엘의 왕이셨던) 하나님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살다가 망했다.’라고 읽는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백성들이 윤간, 살인, 시체 유기, 집단학살과 인신매매 그리고 내전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 본격적인 결말에 앞서 어떤 이야기 하나가 있다.

  에브라임 산골에 미가라는 사람이 있었다. 정의를 행하고 친절을 사랑하라고 외치던 기독교인들이 잘 알고 있는 미가 선지자와 이름은 같지만 다른 사람이다. 그 사람 집에 어떤 레위 사람이 찾아온다. ‘레위’ 족속은 이스라엘에서 제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다. 마침 미가는 자기 집에 신당을 차려 놓고 여러 신상도 만들어 놓았는데, 제대로 복 비는 제사를 드릴 줄 몰라서 자기 아들 가운데 하나를 제사장이랍시고 앉혀 놓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미가는 레위사람 제사장을 고용한다. 일 년에 은 열 냥, 숙식제공의 조건을 제시하고, 협상이 타결된다. 베들레헴 출신의 이 레위 사람은 미가 개인을 위한 ‘종교인’ 이 되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미가는 자기가 이제 레위 사람을 제사장으로 삼았으니, 주님께서 틀림없이 자기에게 복을 주실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인천의 한 큰 교회 목사님이 요즘과 같은 시국에 정부의 한 ‘장’을 맡았다고 한다.

  성경이 말하는 제사장의 주된 임무는 제의의 실행과 함께, 정한 것과 부정한 것을 판단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피부병이 나서 험해 보여도, 전염의 위험이 있더라도 그걸 자세히 살펴서 격리해야 하는지 그냥 같이 살아도 되는지 판단해 주는 것이 제사장의 임무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부정을 저질렀다면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을 통해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고, 무고한 자를 놓아주고 죄는 벌하게 하는 것이 제사장의 일이다.

  그런데 미가의 집에, ‘그의 친아들’ 같이 되어 살았던 제사장은 힘과 권력 앞에 하늘로부터 내려 받은 자신의 역할을 잊었다. 미가가 자신만을 위한 제사장을 고용하고 얼마가 지나 단 지파 사람들 600명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이동을 하다가 미가의 집을 거쳐 간다. 그리고 미가가 출타해 있는 동안 그 집에 있는 신상과 돈 되는 것은 모조리 가져간다. 그 레위 사람도 데려간다.

  미가가 돌아와 그들을 뒤쫓아 항의하지만, ‘죽을래? 그냥 갈래?’ 라는 말 한마디 듣고, 돌아온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하늘 무서운 줄모르는 사람들의 비극’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미가는 재산을 잃고 사람도 잃고, 당연히 우주의 기운도 잃었다. 힘 있는 자들의 제안을 좋은 것으로 여겨 사람의 소유가 된 제사장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잃었다. 그리고 그런 정신 나간 사람들의 선택가운데, 백성들은 평화와 생명을 잃어간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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