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평택시 문인협회
  문화 예술인으로 구성된 광교산 패밀리 밴드 송년모임이 있었다.

  수원 화성 수류 방화정과 화홍문을 돌며 우중에도 행복한 소풍이 되었다.

  무엇보다 귀감이 된 것은 92세 현역 성악가이신 선생님의 덕담을 들으며 모두 한결같은 수긍의 자세를 잊지 않았다.

  어느 화가 분께서 선생님의 건강 비결은 무엇인지 알려 달라는 질문을 하자 그분은 ‘별 거 없어’ 그냥 걷는다, 마음 비우기, 나이 많은 척을 버리기, 대접받을 생각 버리기 그것뿐이라며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가장 어려운 게 버리고 비우는 것 이라며 가벼운 듯 강하게 강조하셨다.

  그리고 사회를 살아가면서 배려, 이해, 양보, 감사 이 네 가지를 가지고 산다면 아무 문제없이 살아갈 것이라고 하시자 모두들 선생님 진짜 ‘별 거 아니네요’ 하자 웃음꽃이 피었다.

  또 한 가지 노인이 될수록 매일해야 할 일이 깨끗이 몸을 씻는 일이라고 하셨다. 늙으면 씻어도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아기들은 젖 냄새 살 냄새 심지어 기저귀 냄새까지 섞여도 참을 수 있을 만큼 좋은 냄새지만 늙으면 총기가 소멸되고 인생의 고락이 범벅이 되어서인지 참을 수 없는 냄새를 풍긴다.

  몇 해 전 요양 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산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요양원에서 열흘 동안 실습을 한 경험이 있다.

숲속 길은 아직도 소담한 청춘의
이력서
저 먼 곳에 전하지 않았으므로
늙음은 외로운 길 아니었구나
쌕쌕 봄바람마저 놓아버린 길은
늪골에
무심의 친우들 둥글게 앉아
파랗게 풀어진 시간들을 기대고
있다
<지팡이>중에서

  제 손으로 밥숟가락도 들 수 없는 쾡 한 눈빛과 아랫도리 누런 변명들이 침상에 고요히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늙음은 내가 말한 외로운 길이 아닌 게 아니라 맞는 것에 가까웠다.

  다시 한번 노인의 정의를 말하자면 인간의 마지막 과정이다. 늙은이, 어르신, 고령자, 실버란 호칭으로 노인의 삶은 인생의 또 다른 2차 삶이기에 다양한 대안도 마련 되어야 한다.

  젊음을 상실한 이후 누구나 노인으로 가는 길을 피할 수 없기에 결코 늙은이로 분류할 일이 아님을 늙어 가면서 깨닫는 어리석은 인간의 과오, 한 열정의 아름다운 예술가의 살아 있는 눈빛을 보면서 내 몸에 밴 냄새를 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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