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 판문점 공동 경비구역 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병사가 탈북하던 중 북측 초소에서 쏜 수십 발의 총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병사를 우리측이 발견하고 즉시 헬기로 수원아주대 병원으로 후송해서 수술을 받았다는 보도를 우리 국민 모두가 들었을 것이다.

  수술을 직접 집도한 이국종 교수의 의하면 그 병사의 장내에서 크게는 27cm나 되는 회충의 성충이 수십 마리가 발견되었다 한다. 북한에서 판문점 경비구역에 근무하는 병사는 출신 성분도 좋아야 하고 근무조건도 최고 수준이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탄을 맞으며 귀순한 병사의 뱃속서 기생충이 나왔다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지난날 어렵게 살던 시절에는 기생충을 지니고 산 때가 있었다. 기생충은 감염 경로가 기생충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기생충이 알에서 부화한 유충이 중간 숙주를 거쳐 다시 인체로 음식물이나 피부를 통해 들어와 기생하며 자라게 된다.

  특히 회충이 장내에서 기생을 하게 되는 것을 횟배라고 하여 배가 아프며 구토증도 생겼다. 유충이 자라서 성충이 되면 대변과 함께 밖으로 나온다. 그 당시 구충제로 ‘산토닌’이 있었는데 그나마도 우리나라에서 생산도 안 되고 귀해서 농촌지역에서는 치료도 어려웠다. 

  당시는 비료가 귀해서 대부분 농가에서는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인분 속에 섞여있던 기생충알이나 유충이 채소에 묻어 있다가 그 채소를 먹게 되어 우리 몸에 들어와 기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유충이 가축의 살 속에 파고들어 있다가 그 가축의 고기를 먹었을 때 인체로 들어오는 기생충도 있다.

  이처럼 인체 내에서 기생하는 기생충도 있지만 ‘이’나 ‘벼룩’, ‘빈대’처럼 피부에 기생하는 기생충도 있었다. ‘이’는 주로 내복 옷솔기 틈에 붙어 있어서 번식하며 피부를 통해 직접 피를 흡수했기 때문에 직접 옷을 벗어서 손으로 잡아 죽이기도 했다. 벼룩이나 빈대는 외부에서 사람의 피부로 파고들어 역시 피를 흡수했다.

  이들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해 당시는 미국산 흰색 분말의 DDT라는 약품을 분사기로 머릿속이나 옷 속으로 분사했다. 특히 학교나 군부대 같은 집단 생활하는데 와서 일제히 소독하듯 뿌려주었다.

  이런 일이 해방 후 6.25 전후까지도 예사롭게 있어왔다. 이 당시는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이 열악했던 시절이었기에 모두가 빈곤하게 살았고 따라서 방역이나 의료 혜택이 전무하다시피 했기에 기생충 박멸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시대의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기생충의 존재를 잊고 살고 있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은 이런 기생충을 보지도 못했을 것이고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국민들의 몸속에 기생충의 존재 여부는 바로 그 나라의 문화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다.

  북한이여! 핵무기 미사일 개발을 거두고 아직도 인민들의 몸 안에서 기생하고 있는 기생충 박멸에나 나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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