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평택시 문인협회
  큰아들이 충주시내 신규 오픈한 매장 점장으로 발령이 나서 떠났다. 회사에서 숙소도 마련해 주어 독립을 하게 되었다. 2년이 못 되어 승진한 아들이 대견하면서도 일에 매여 아직 찾아 가지를 못 했다.

  자신이 관리하는 신규점이 손님이 많아 여러모로 힘은 들어도 기분은 좋다고 은근 자랑을 한다. 호사다마라는 표현을 하기는 그렇지만 최근 잘 지내던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전화기 너머 전해왔다.

  낙엽이 가을 왈츠로 덤블링하는 거리 은행나무가 열매를 떨어뜨려 비통한 향기를 부리는 계절,
첫 이별을 맛본 아들의 이별 이야기에 내 가슴이 허하다.

  오래전 일이다. 추억을 추억하기 좋은 계절 외지에 머문 경험을 떠올려 본다. 자기가 태어난 고향이나 성장한 고장이 아닌 다른 지방인 외지, 외지에 머물던 나의 홀로그램들이 지금도 선연히 보인다. 쉽게 정이 가지 않는 사람과 마을과 집과 하물며 한 끼 식사를 사 먹던 식당들도 낯설던 마음이 참혹한 곳에서 눈물은 늘 길게 자랐다.

녹슨 컨테이너가 덩그런
수상한 마을 평형감각을 잃고
늘어서다
어둠의 광목이 이불처럼 덮여있는
사마귀 등짝 위 날 선 신경망
구불구불한 마을 초입
포물선처럼 이어진 나그네 발길에
목적을 들킨 외지 단발마
황토 먼지를 일으키며
좌표를 제시하다 퍼득이는
민물 생선의 비음들이
흑벽에 휘갈겨진 안현양어장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는 동굴을 통해
오르내리는 편협뿐
가을 스크린에 피워놓은
풀벌레의 구애는 어디까지
조울증 걸린 태엽 소리를
나레이션으로 깔아놓는다
시 외지 中

  당시에 썼던 외지란 제목의 자작시를 보며 인간의 외롭고 쓸쓸한 습성들을 다시 보기 한다.

  어느새 성인이 되어 인생의 성장통을 겪는 아들, 삶의 희로애락을 수 없이 반복하며 살고 싶기도 때로는 죽고 싶기도 할 일들이 많을 청춘 가도에서 훌훌 비장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의 마음 아닐까.

  늦은 귀가를 하며 엄마의 안부를  묻는 아들은 정작 초연한데 덜 여문 그리운 것들이 후려치는 중년의 성장기는 아직도 감정이 화려하다.

  외지에서 키운 1센치 눈물과 향수와, 선천적 우울과 허기로 참 그립게 빛나고 있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