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추석은 온 국민이 다 복을 받아서인가, 10일간의 긴 연휴의 행운을 얻었다.

본래 설과 추석 명절은 법정 공휴일로, 당일을 전후하여 하루씩 더 해 3일간의 연휴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추석은 3일간의 연휴가 주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법정공휴일 둘(개천절, 한글날)과 게다가 임시공휴일(10월 2일)과 대체공휴일(10월 6일) 둘이 더 추가되고 그리고 본래 휴무일인 토요일 일요일이 앞뒤로 겹쳐져서 마치 짜 맞추기라도 한것처럼 10일간 연속된 것이다.

아마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명절 연휴로 10일간이나 이어진 경우는 이 번이 처음인 것 같다.

법정공휴일중에 연휴로 정해진 날은 ‘설’과 추석‘ 밖에는 없다. 이 두 명절은 조상을 섬기는 마음과 효를 키워가는 정신과 가족 간의 따듯한 정을 나누는 날로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명절로 지켜온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기에 이 두 명절이 되면 원근 각지에 흩어져 살던 형제들이 모두 고향에 부모님 계시는 곳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도 하며 부모님께 평소 못 다한 효도의 마음으로 선물과 용돈도 드리며 오래간 만에 만난 온 가족들이 음식도 나누며 정을 새기는 더 없는 행복감에 젖어드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명절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파란을 겪었다.  일제 강점시절에는 그들의 우리민족 문화 말살 정책에 의해 마음 놓고 명절을 지낼 수도 없었고 해방 후 정부 수립 초기에는 양력 사용 정책에 따라 자연 원래의 설날인 음력설은 공휴일도 아니어서 제대로 지킬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구정 신정으로 나뉘어 이중과세에 논란이 되어 결국은 설을 ‘민속의 날’로 이름을 바꿔 하루를 공휴일로 정하였고 그 후 1989년 2월 1일, 공휴일규정을 고쳐 3일 간의 공휴일로 제정되었다. 

따라서 ‘설’의 명칭도 되찾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추석 명절만큼은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별 시련 없이 음력 8월 15일을 잘 지켜왔다.

금년 추석은 유례없이 10일간의 긴 연휴에서인가, 해외여행자가 연일 10만 명이 넘게 인천공항을 통해 나가는 개항 이래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는 보도다.

연휴가 끝날 무렵 귀국하는 여행객이 200만 명이 넘었다 한다.  그런가 하면 추석날의 차례 음식은 만드는 번거로움 없이 전문업소에 주문해 차려서 지내고 성묘는 미리 다녀왔기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신세대 주부들도 전통에 얽매어 평소 몸에 익숙지 않은 차례 음식 준비를 하다 보면 명절 증후군이라는 증세가 나타나며 화병(火病)으로 까지 발전하는 사례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명절의 의식은 간소하게  치르고 연휴를 편안하게 쉬며 다른 방법으로 즐기는 명절로 변해 가는 양상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의식도 변해 가고  전통 문화도 자연히 현실 생활에 맞게 변화 적응해 나가는 현상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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