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가는 곳마다 그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자들과 만났습니다. 예수께서 하는 일을 못마땅하게 여긴 사람들은 많은 대중 앞에서 모욕을 주어서 그의 인기를 떨어뜨리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바리새인이라고 불리는 일단의 사람들과 헤롯당원 몇몇이 예수를 찾아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바리새인들은 미리 준비한 질문을 예수에게 던집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야 합니까? 내지 않아도 됩니까?” 궁금해서 던진 질문이 아닙니다. 예수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함정입니다.

만약 예수께서 황제에게 세금을 내야 한다고 대답한다면 인기가 추락할 것입니다. 당시 거의 모든 유대인들은 세금 내는 일을 반대하고 있었고, 이제까지 예수는 로마황제 시저가 아닌 또 다른 왕이 다스리는 나라를 말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만약 그렇게 말했다간 함께한 헤롯당원들에게 당장 체포될 상황입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놀랍도록 지혜로운 방법으로 이 상황을 극복하셨습니다. 예수는 동전 하나를 가져 오라고 하십니다. 그리고는 묻습니다. “이 동전에 새겨진 얼굴이 누구의 얼굴이냐?” 그들이 대답합니다.

“가이사(황제)의 것입니다.” 그리고는 말씀하십니다. “가이사(황제)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마가복음 12장 15절)” 황제가 건설한 건물 도로 제반 시설 등을 사용했다면 황제에게 값을 지불하면 됩니다. 만약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것이라면 마땅히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면 될 일입니다.  선택의 권한이 예수가 아니라 그 질문을 던진 자들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들 역시 황제에게 바쳐야 한다면 모여든 유대인들의 미움을 살 것이고, 하나님께 바쳐야 한다면 로마법을 어긴 죄로 처벌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된 것입니다. 성경은 이 일 이후에 사람들이 예수께서 하신 일로 매우 감탄하였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는 질문의 이면에 있는 그들의 계획을 간파하였습니다. 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고집스런 마음이 문제인 것입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상황을 보았고,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또 다른 질문으로 딜레마의 상황을 극복하였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참 많은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여러분들도 아마 삶속에서 이런 곤란한 상황들을 만나실 것입니다. 예수께서 하셨던 방법을 사용해 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당장 입을 열어 대답하고 얼굴을 붉히는 대신에 먼저 내 마음을 살피는 겁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내 마음을 살피는 가운데 상대방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 질문이 궁금해서 던지는 것인지,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믿는 자들에게는 기도가 좋은 방법이 되겠군요. 그리고 기도 이후에 눈을 떴을 때,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상황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때 내면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질문을 다시 상대방에게 던지시는 겁니다. 만약 나를 넘어뜨리려는 자였다면 그는 그 질문으로 반드시 자기주장에 발이 걸려 넘어지게 될 것입니다.

올 가을은 여당과 야당이, 보수와 진보가, 아버지와 자식이, 사장과 직원들이 그렇게 새로운 시각으로 상황을 돌아보는 지혜가 풍성한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복된 날 되소서.

 
 
한 명 준
서정교회 담임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연세대학교 세인폴대학교에서 공부하였고
현재 서정감리교회 담임목사로서
감신대와 평택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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