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와 말복과 처서를 차례로 다 보내는 이 8월, 유난히도 무더위와 폭염이 우리의 삶을 힘들게 했던 여름도 바뀌는 계절 앞에는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없는가보다. 이

제 아침저녁 시원한 바람이 땀에 젖어 눅눅한 살갗을 스칠 때 가을이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우리나라는 온대성 기후이기에 일년 중 사계절이 뚜렷하게 바뀌며 그것도 3개월씩 고르게 나눠짐이 신기롭기까지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여름은 6, 7, 8월 석달이다.

이 6, 7, 8월이 여름철이라는 특징도 있지만 묘하게도 우리 민족에게는 근래 역사에서 전쟁과의 깊은 인연이 있는 달 들이다.

우선 6월은, 67년 전 북한 공산군의 기습 남침으로 3년여에 걸친 처참한 동족 간에 전쟁이 발발한 달이다.

또 7월은, 그 전쟁이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일단 멈추게 된 달이다. 그리고 8월은, 72년 전 일본이 2차 대전에서 연합군에 의해 패전함으로써 우리 민족이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36년간을 식민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받아오다가 해방을 맞은 달이다.

이렇게 볼 때 6, 7, 8월은 나란히 모아서 볼 때는 여름철이지만 각기 전쟁의 고난과 휴전의 유감과 해방의 기쁨이 서려있는 잊지 못할 달로 기억되는 달이기도 하다. 따라서 38선, 휴전선이라는 이름도 이때 생겨난  것이다.

38선은 해방과 함께 2차 대전의 전승국인 미국과 소련이 패전국 일본의 식민지였던 이 땅을 반으로 갈라 소련군은 북쪽 땅에, 미군은 남쪽 땅에 진주하면서 그어놓은 경계선으로 북위 38도선을 말하는 것이다. 당시는 단순히 일본군의 무장해제가 명분이었으나 결국은 민족 분단의 단초가 된 것이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남북 분단 상태에서 두 개의 정부가 남과 북에 세워지고 드디어 전쟁까지 치르다가 승자도 패자도 없이 휴전협정을 맺으면서 38선은 없어지고 지금의 휴전선이 생긴 것이다.

지금은 흘러간 옛 노래가 되었지만 노년층들은 남인수가 부른 <가거라 삼팔선>, 남백송이 부른 <휴전선 나그네>라는 애절하고도 그분단의 한스러운 국경 아닌 국경선 없어지기를 바라는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아마도 8.15해방이나 6.25의 경험이 없는 세대들은 38선이나 휴전선에 대해 어떤 절실한 감정 없이 피상적으로 들릴는지 모른다.

그동안 북한은 수차례 핵실험과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며 지난 9월 3일에는 6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실험의 위력은 서울 전체를 한 발로 초토화할 수 있는 위력이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안보의 중요성을 내세우면서도 사드배치를 놓고 주민들과 일부 반대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완전한 배치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핵 위협의 현실 앞에서 우리 대한민국 내에서는 안보 문제에서 만은 양론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 곳곳에 나타나고 양극화 현상이 남남 갈등으로 번져간다면 이를 반길 쪽은 이미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이 아니겠는가. 이제 이 여름을 보내면서 지난 시절 6, 7, 8월의 역사를 되새겨 보며 이 사회의 모든 갈등과 반목의 문제도 함께 떠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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