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럴 때는 그저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파도치는 바닷가도 좋고 물 맑은 계곡도 좋겠다. 물론 파라솔 아래 혹은 계곡물에 발 담그고 달디 단 수박 한 통 썰어 먹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가만히 있어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럴 때는 그저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파도치는 바닷가도 좋고 물 맑은 계곡도 좋겠다. 물론 파라솔 아래 혹은 계곡물에 발 담그고 달디 단 수박 한 통 썰어 먹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대가천 물굽이에
펼쳐지는
아홉 절경

 
 

이 땅의 옛 사람들은 계곡을 따라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는 명승지를 이름 지을 때‘구곡(九曲)’이라는 단어를 붙이고는 했다. 그것은 대부분 중국 남송의 철학자 주희가 노래한‘무이구곡(武夷九曲)’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특히 조선시대 선비들은 자연 속에 숨어들어 은일한 삶을 살며 산과 바위 혹은 물굽이의 이름을 짓고는 했는데 이는 단순히 명승지를 부르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주자(주희)의 도학적 사상을 실현하고자 하
는 작은 실천이었다. 그런 연유로 우리나라 곳곳의 물가에 자리 잡은 산자수려한 풍경은 구곡이라 불리고는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경상북도 성주와 김천시에 걸쳐 있는 무흘구곡이다.

무흘구곡(武屹九曲)은 조선 중기의 학자인 정구(鄭逑)가 대가천을 따라 이어지는 아홉 개의 절경에 이름 짓고 그에 대해 지은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아홉 절경은 성주댐 아래쪽 대가천하류 방면에 위치한 제1곡 봉비암에서 시작해 대가천 지류 중 하나인 옥동천 상류에 숨겨진 제9곡 용소폭포까지 약 35km에 걸쳐 이어진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무흘구곡은 경상북도 성주군과 김천시 두 개의 시군에 걸쳐 있다. 그 것이 속한 권역이 넓다보니 괴산화양구곡처럼 걸어서 돌아보는 것은 어렵다. 때문에 자동차를 타고 달리며 무흘구곡 전체를 둘러보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제1곡인 봉비암은 성주군 수륜면 신정리 회연서원 옆의 커다란 바위를 말한다. 그 아래로 맑은 물이 깊은 소(沼)를 이루며 흘러간다. 그 위로 제2곡에서 5곡까지는 성주군에 속해 있다.

특히 제3곡에 닿기 전에 성주댐을 지나면 도로는 성주호를 끼고 이어지는 여유로운 호반 드라이브길로 변모한다. 김천시에 속한 무흘구곡에서 가장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제8곡 와룡암과 9곡 용추이다.
 
무흘구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9곡 용추에서는 대가천 지류인 옥동천의 맑은 물이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남국의 휴양지
부럽지 않은

물빛 고운 바닷가

 
 

한담해변은 제주를 자주 찾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드라마 <멘도롱또돗> 촬영지라고 설명하면 누구나 금방 알아들을 것이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레스토랑은 촬영용 세트가 아니라‘봄날’이라는 이름의 카페건물.

물빛이 얼마나 고우면 이름이 한담(漢潭)일까? 현무암이 드문드문 섞인바다는 모래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마치 남국의 어느 휴양지 사진을 보는 것처럼 이국적이다.

한담해변에서는 바로 이 시리도록 맑은 물 위를 두둥실 떠다니는 투명 카약을 체험할 수 있다. 이토록 좋은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한담에서 곽지과물해변까지 1.2km에 걸쳐 개설된 산책로를 따라 산책하는 것. 한낮에는
곳곳에 자리 잡은 예쁜 카페에서 더위를 식히면 될 일이다.

제주 공항에서 곧바로 한담해변을 찾아갈 생각이라면 당연히 하귀애월 드라이브길을 거쳐 갈 것을 권한다. 애월읍 하귀2리에서 애월항까지 약 10km에 걸쳐 절경이 이어지는 해안길.

이 드라이브 코스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구간이 많은 것이 특징. 특히 바람이 강한 날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애월해안도로의 하이라이트는 드라이브 시발점인 하귀2리에서 서쪽으로 약 5.5km 지점에 위치하는 신엄포구에서 고내포구로 넘어가는 언덕길 구간이다. 첫 번째 언덕을 넘어가기 직전, 오른편에 전망대를 지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신엄포구 방면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가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경이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현무암 해안절벽이 이어지고 그 끝자락 포구 일대에는 예쁜 리조트와 펜션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복호에
숨겨진 절경과
와불의 미소

 
 

‘와불이 일어나는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전설과 함께 고려 태조 왕건의 삼국통일을 예견했던 도선국사가 하루 밤에 천불, 천탑을 세웠다는 불가사의한 전설이 전해지는 신비의 고장. 전남 화순을 찾아야 하는 까닭은 바로 이 신비의 와불과 화순적벽 때문이다. 우선 요즘 뜨고 있는 명소 화순적벽을 찾아가 보자.

화순적벽은 이서면 장학리, 보산리, 창랑리 일대 동복천 상류인 창랑천 물길을 따라 약7km에 걸쳐 자연적으로 발달한 수려한 경관의 절벽이다. 이 절벽은 노루목적벽을 비롯해 물염적벽, 창랑리적벽, 보산리적벽까지 모두 네개의 군으로 나뉜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동복댐이 건설되면서 상당부분 수몰되어 경관이 많이 훼손되었고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노루목 적벽은 접근하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현재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물염적벽이다. 이곳에는 조선시대의 선비 송저순이 지었다는 물염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그 일대가 운치있는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정자 위에서 바라보는 적벽의 경치가 가히 선경이라 할 수 있다. 화순적벽에 빙문하려면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점염두에 두자.

운주사는 사찰의 정취도 좋지만, 장엄하리만큼 넓고 길게 펼쳐진 불탑의 행렬이 방문자를 압도한다. 일주문을 지나면서부터 계곡을 따라 불상과 탑들의 기나긴 행렬이 기다리고 있는 것.

한때는 탑과 불상이 각각 천 개씩이었지만 현재는 석탑 17기, 석불 80여기만이 남아있다. 물론 지금도 국내 어느 사찰보다 운주사가 보유한 탑과 불상의 수가 더 많다.

그런데 운주사의 불상은 여느 불상과는 좀 다르다. 정교한 방식이 아닌 마치 돌칼을 깎아 놓은 후 손잡이 부분을 머리로, 칼부분을 몸통으로 그려 넣은 듯 투박한 모습의 형태로 땅에 꽂힌 듯 서있다. 하지만 그 투박한 불상들은 모두 하나같이 오묘한 표정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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