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는 지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2017 경기도 예비 귀농 귀촌인 체류형 농촌살이’를 체험하고 왔. 경다기도 산하의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 주관하고 농업아카데미가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경기도에서 준비한 첫 번째 귀촌·귀농 귀농·귀촌 준비교육이다. 7080세의대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 후 가장 선호하는 대안 1위가 바로 귀농·귀촌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원하고 있지만, 막연함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귀농·귀 준촌비’ 4박 5일간의 교육과정을 기자가 직접 참여, 그 내용과 느낌을 2회에 걸쳐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7080세대의 희망사항,‘귀촌·귀농’
30~40년 전 대학 진학을 위해 직장생활에 매달리느라 서울로 향한 청년들이 이제 50대, 60대가 되었다. 성공과 명예를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더 크게는 조국 근대화를 위해 정신없이 청·장년의 열정과 시간, 체력을 쏟았으나, 이제 시간이 흘러 체력도 약해지고 직장에서 설 자리를 잃으면서 한가한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자기를 돌아보고 주변을 살펴보니 허전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왜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살았는지 현재 뭐가 남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제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명절에 잠깐 방문하던 고향과 부모님 생각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그래서 아마도 귀촌이나 귀농을 생각하는 것인가 싶다. 귀어(歸漁)나 귀산(歸山)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농업이 주요 산업이었던 60~70년대를 생각하면 귀촌과 귀농으로 생각해도 무리는 없다.

특히 최근에는 도시생활에 지친 나머지 도시인들이 육체적, 정신적 힐링을 목적으로 한 귀촌·귀농의 비중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불치병이나 호흡기 질병 등 어려움을 겪던 환자들이 자연을 접해 치료가 됐다는 사례들은 이제 더 이상 큰 화젯거리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들도 이런 수요를 파악하고 적극적인 귀촌·귀농 지원을 하고 있는 요즘, 상당히 체계화된 귀촌·귀농 지원시스템을 접할 수 있다. 지자체는 노령화, 부녀화로 줄어드는 인구와 일손을 보충하기 위한 도시인 유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양평군 청운면 여물리 체험마을
이번 교육은 인터넷 신청을 받아 4박 5일 간 농촌에서 합숙하며 농촌과 농업, 농사를 이해하고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합숙 장소는 경기도 양평군 청운면 여물리에 있는 체험마을로, 교육과 식사가 가능한 교육장과 마을이 운영하는 펜션시설에서 숙박을 했다. 현장은 주변의 논, 밭, 비닐하우스 등 농업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귀촌·귀농교육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었다.

양평군은 서울에서도 1시간 이내의 거리지만 강원도와 접하는 지역으로 산수(山水)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귀촌·귀농 대상지다. 특히 한강 상류지역이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제조업, 공장 등의 유치보다 먹고, 자고, 즐기는 관광자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여물리 체험마을은 10년 이상 된 체험마을로 경기도 내에서는 상당히 앞선 운영 노하우를 가진 곳이다. 이곳은 농민들의 힘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팔 곳이 없어 수입이 변변치 않았으나 방문하는 도시인들을 위해 마을 곳곳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을 마련하고, 현지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활용해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번갈아 식당에서 일을 하며 농가수입을 올리고 있다. 1년에 500만 원도 손에 잡지 못하던 노인들이 농작물을 팔아 500만 원, 체험마을 노동으로 500만 원, 월 1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도시에서 살다가 일찍 여물리를 찾은 귀촌·귀농인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정부의 지원을 활용해 이런 변화를 만든 것이다. ‘함께 잘 사는 마을’이 만들어진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경기도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경기도는 1천3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모여 사는 대표적인 인구 밀집지역인데, 지역적인 편차가 매우 크다. 최근 통계를 살펴보면 경기도 내 가장 큰 도시인 수원은 인구 123만 명, 인구밀도 10,182명/㎢ 이지만 수원의 5배가 넘는 면적에 인구는 5만이 안 되는 연천군은 인구밀도가 69명/㎢ 정도다. 부천시는 인구밀도가 16,294명/㎢으로 경기도 평균인 1,290명/㎢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인구의 도시 집중화가 여러 가지 문제를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7080세대의 귀촌·귀농 수요가 있다면 경기도 내에서 귀촌·귀농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해 농촌 활성화를 시도해보자는 것이 이번 교육의 배경이라고 도청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귀촌·귀농 교육이 교육 후 실제의 정착과정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번 경기도의 계획은 구체적으로 귀촌·귀농의 정착과정까지 계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26살부터 65세까지 남녀가 모두 모여서
 20여 명이 모여 4박 5일 동안 42시간의 계획된 프로그램을 통해 이론과 체험 등 다양한 농촌살이를 경험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50대 전후의 남자 7명을 포함해 모인 20명 중에서 특이한 것은 여성이 13명으로 남자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남자를 대신해 참석한 경우도 있겠지만 스스로 귀촌·귀농 생활을 하기 위해 참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특이사항이었다.
 
특별히 40대~50대 중년층 틈에서 20대 여성이 2명 참석해 많은 관심을 독차지했다. 3년 정도 직장생활을 경험한 Y양은 농업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지난 3월부터 이미 도시농업아카데미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부분 도시에서 생활해 밭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는 참석자들은 이번 교육을 통해 귀촌·귀농의 성공과 실패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만족해했다. 감자를 처음 캐보고 들깨를 처음 심어본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교육생들은 귀농이 만만치 않은일이고 귀촌을 먼저 하고 천천히 귀농을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만 해도 이번 교육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할 것이다.

근사한 전원주택에 몇 백 평의 토지를 구입해 원하는 농작물을 심어 놓고 기다리면 다 잘 될 것 같았던 농촌살이가 결코 기대만큼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그렇게 다시 도시로 돌아간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기에 이번 귀촌·귀농 교육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호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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