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침묵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소중하게 다뤄야 할 자원입니다.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살려면 이런 것, 저런 것 필요 없지만 나름대로 삶의 가치를 지니고 뜻있고 무게 있는 삶을 위해선 갖춰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자기만의 혼자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내와 침묵은 개인을 아름답고 지혜롭게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이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매개입니다. 중국의 위나라 왕 문후는 전설적인 명의인 편작(扁鵲)을 불러 물었습니다.

  ‘그대 형제들은 모두 의술에 정통하다 고하는데 누구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가?’ 편작은 ‘맏형이 으뜸이고 둘째형이 다음이며 제가 가장 부족합니다’. 이같은 대답에 문왕이 ‘그런데 어째서 자네의 명성이 가장 높은가’ 이에 편작은 ‘맏형은 모든 병을 발병의 근원을 제거해 버립니다. 환자가 고통을 느끼기 전에 표정과 음색으로 환자에게 닥쳐올 큰 병을 미리 치료합니다. 때문에 환자는 맏형이 자신의 큰 병을 치료해주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됩니다. 둘째형은 환자의 병이 깊지 않은 단계에서 치료함으로써 그대로 두었다면 목숨을 앗아갈 큰 병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다들 눈치채지 못했던 것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병을 다스렸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둘째형도 이름을 떨치지 못한 이유입니다. 다만 저는 병세가 심각한 환자의 맥을 짚고 침을 놓고 독한 약을 써 큰 수술을 하는 것을 보고 큰 병을 고쳐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의 의술이 뛰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근원을 알고 처방했던 형님들이 명의였던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형들은 명의로서 직분을 다해왔으나 자신들을 굳이 나타내지 않으려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입니다. 대인은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신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아이가 시끄러운 공장에서 일하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회중시계를 잃어버렸습니다. 아이는 사방을 뒤졌으나 찾을 길이 없어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찾아도 시계를 찾을 수 없게 되자 모든 하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있어 보자고 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듯싶더니 얼마 되지 않아 재깍재깍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주위 환경이 조용해지자 구석진 바닥에서 시계는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이 시끄러울 때 조용히 있어보면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침묵 속에 참된 가치와 위대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요한 물은 깊이 흐르고 깊은 물은 소리가 나지 않듯 고용함 속에 참 진리가 있는 것입니다’ 인내가 없이는 씨를 뿌린 후 새싹을 볼 수 없고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기 위해서는 6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복잡한 세태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이 한번쯤 새겨봐야 할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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