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평택시 문인협회
  오색 장미가 만발했던 작년 유월 어느 날, 그녀와 나는 고리 굵은 인연을 맺었다. 붉은 장미 속에 노랑 빛과 흰 빛 장미들이 송이송이 섞여서 긴 울타리를 타며 피워 오르고 있었다. 그 환한 장미덩굴을 보며 ‘와, 장미다!’라고 이름의 감탄사를 내뱉자 그녀는 ‘어머, 저것이 장미예요?’ 하고 되물었다.

  그녀는 어려서 큰 병을 앓고 휠체어에 앉아 살았다. 바퀴 달린 이동식 의자 위에 앉았다는 사실보다 사회의 무시와 편견에 더 놀란 가슴을 지니고 있었다. 말 그대로 이 사회에 의해 더 큰 ‘장애’를 입은 꼴이 되었다. 인간사회에 고립이 되어 그늘에 자라면서 사물의 이름들을 잠시 잊은 것이 아닌가 싶어 당황하며 나를 되돌아본 기억이 있다.

  휠체어는 사람이 태어나 살면서 질병과 사고를 얻어 혼자 앉거나 걷지 못할 경우, 이 의자에 앉아서 생활해야 한다. 휠체어를 고안한 역사를 보면, 1933년에 기술 공인 헤리 제닝스는 채광 사고로 등을 다쳐 장애를 입은 동료 기술 공인 허버트 에버레스트를 위해 그와 함께 휠체어를 고안해 산업화하였다.

  지금은 평등사회이다. 인도의 카스트제도, 나는 모른다. 장애와 비장애, 금수저와 흙수저, 정규와 비정규 언제부터 나뉘어졌나! 낡은 경제 위에서지만, 인력시장에도 인권과 사랑이 없이는 시장이 돌아가지 않는다. 심지어 강아지 조차에게 생명애를 힘주어 말하는 세상이 아닌가!

  사람이 먼저 구별 짓지 않는다면 말이 먼저 앞장서서 행한다. 해와 달이 세상을 비추는 일이 제 일이듯, 있는 그대로 하루의 일을 할 뿐이다. 우리의 육체는 생노병사 안에 갇혀있다. 때가 되면 점점 장애를 얻으면서 서서히 부서진다.

  장애의 존재에 대한 배려가 없는 마음이란 무존재나 다름없다. 내가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어디에도 없는 이상, 하늘 아래서 풀과 이슬 같은 생명들은 모두 평등하다.

어느 시인은 생명의 수평을 꿈꾸며 종이에 이렇게 새긴다.

나는 나를 보태기도 하고
덜기도 하며
당신을 읽어나갑니다
나는 당신을 통해
나를 읽을 수 있기를 기다리며
당신 쪽으로 기울었다가
내 쪽으로 기울기도 합니다
상대를 향한 집중, 끝에, 평형,
실제 던 짐은 없으나
서로 짐 덜어 가벼워지는.....
우리
수평의 깊이
- 함민복의 ‘양팔 저울’ 부분

  어둠과 폭력을 이기고, 추위와 주림을 거쳤다. 그 세월의 통로로 꽃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다.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마음으로 평등세상을 불러 함께 살 수 있다.

  헬렌켈러와 앤 설리번이 그러하듯이!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