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가짜 석유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조 단위의 가짜석유를 판매한 일당이 최근에 붙잡혔다.
지난 11일 서울수서경찰서와 한국석유관리원은 2009년 10월 말경부터 역할을 분담한 유통망을 조직해 유령회사를 차리고 회사명의로 용제 3억 2천700만 리터를 매입, 시가 1조 597억 원 상당의 가짜 석유를 전국 길거리 판매업자 및 주유소 등에 공급한 서모(39세)씨 등 일당 21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최근 전국 평균 휘발유 값은 리터당 2천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지난 18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가격은 리터당 2,026.25원, 경유는 리터당 1,839.25원, LPG는 리터당 1,040.25원을 기록했다.
치솟는 석유가격으로 가짜석유 판매업체들이 전국 곳곳에 불량석유를 공급하는 가운데 평택시의 주유소들은 어떨까? 8월말 기준으로 평택시가 가짜석유 판매업소 행정처분 현황을 살펴보면 가짜석유를 제조 또는 판매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덜미를 잡혔다.
업체들의 분포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평택시 모곡동, 도일동을 비롯해 진위면 가곡리, 마산리와 평택항에 인접해 있는 포승읍 만호리에서도 가짜석유 판매업소가 적발됐다. 이들은 자동차용 경유에 탄화수소유인 용제 등이 포함된 석유제폼을 혼합한 가짜 석유를 보관 및 판매하다 꼬리를 밟혔다.

50%에 육박하는 유류세, 주유업소들의 탈선원인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해도 ‘가짜 석유’판매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유류세를 포함, 석유에 부과되는 세금 문제다.
높은 유류세와 인건비, 임대료 등을 견디지 못한 영세 주유업소들이 일제히 폐업신고를 하고 있는 마당에 가짜석유 판매는 업소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경기도지회 평택시지부 관계자는 “50%에 육박하는 세금으로 인해 주유소를 운영하는 업자들에게 가짜 석유는 달콤한 유혹이 된다”고 말했다.
일정량 이상을 주유하면 기름이 덜 주유되게 계량기를 조작하고 농업용 면세유, 공업용 면세유, 어업용 면세유 등을 값싸게 구입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평택시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는 박 모씨는 “(주유업소들이) 석유가격 고공행진으로 인해 통상 50%에 육박하는 세금과, 임대료, 인건비 등에 견디지 못해 경영난에 빠져있다”며 “때문에 가짜석유 판매를 권유하는 브로커들의 유혹을 쉽게 물리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솔벤트와 벤젠 등의 인화성 물질과 공업용 색소를 첨가해 만들어지는 가짜 석유가 엔진에 무리를 줄 수 있으며 차량 사고 시 각종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가짜석유 판매가 주유업소 측에는 자그마한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정부와 소비자들에게는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저품질 석유가 유통되는 시발점 '평택항'

한국주유소협회가 최근 발표한 불법거래업소 현황(2012년 8월 기준)을 살펴보면 경기도는 33곳의 불법거래업소가 적발돼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주유업계 관계자들은 평택항을 지목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평택항은 지리적인 위치로 인해 중국과 동남아시아로부터 저품질의 원유 및 석유가 수입되는 통로”라고 말했다.
가짜 석유를 제조·판매하는데 품질이 떨어지는 동남아산 원유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는 “평택항 인근지역 주유소에서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많은 것을 보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일부에서 말하는 가짜석유 유통의 아지트(?)라 불리는 평택항. 가짜석유 판매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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