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은 한문의 입문서다. 누구나 한문을 배우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것이 천자문이다. 한문의 시작인 것이다. 천자문만 모두 익히면 일반적인 한문을 응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이렇듯 천자문은 일생동안 배워도 전체를 익히기 어렵다는 한문의 기초다. 천자로 되어있는 한문 입문서지만 천자문엔 자연현상에서부터 인륜도덕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넓고 오묘한 글귀들이 수록되어 있다.

  천자문에 수록된 한자의 깊은 뜻만 이해하더라도 우주의 기본 이나 인간 삶의 온갖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그만치 천자문은 단순한 한문 입문서로서 뿐 아니라 수록된 내용에 깊이가 숨어있다. 한자 사용에 대한 찬, 반 논란이 있지만 이를 떠나 한문의 이치를 깨닫는 것은 자기 자신이 서야 할 반듯한 위치를 올바르게 찾을 수 있다. 우리가 한문을 가까이해야 할 이유의 하나이다.

  천자문은 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502~557)의 양무제의 명을 받아 주흥사(周興嗣)가 지은 책이다. 모두 다른 한자 1,000자로 1 구 4자의 사언(四言) 고시(古詩) 250구로 구성되어 있다. 글체는 우리가 잘 아는 왕희지의 필적에서 글자를 모았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치 않다.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해 언재호야(焉哉乎也)의 어조사로 끝나 만물의 자연현상과 인륜에 관련한 모든 글이 수록돼 있다. 천자문은 당나라 때부터 빠르게 보급되어 여러 판본이 만들어 졌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왕희지의 7대손인 왕지영이 진서와 초 서의 두 서체로 만든 ‘진초천자본’으로 1109년에 새긴 석각에 남아 있고 둔황에서 발견된 문서에 그 필사본이 많다.

  송나라부터는 완전히 정착되어 ‘속 천자문’을 만들어지기도 하고 ‘서고 천자문’과 같은 전혀 다른 필체를 이용한 천자문이 생기기도 했다. 전설에는 주흥사가 무제의 명에 따라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야 했으나 마지막 4 자를 짓지 못하여 고심하고 있던 중 홀연히 귀신이 나타나서 어조사 언재호야의 마무리를 알려 주 었다고 한다. 이 같은 천자문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는 명확치 않다. 일설에는 285년 백제의 왕인(王仁)이 논어 10권과 함께 천자문 1권을 일본에 전했다는 기록이 있어 백제에는 이보다 훨씬 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후 신라 때인 법흥왕 8년(521)에 중국 남조양의 승려 원표가 사신으로 들어오면서 많은 불경과 천자문을 가지고 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조선 선조 8년 광주에서 간행된 광주 판 천자문으로 현재 일본 동경 대학 중아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한국에서 가장 널리 보급된 것은 조선 선조 16년(1583년) 어명에 의해 명필 한호가 쓴 ‘석봉 천자문’이다. 천자문의 실체를 알고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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