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학교 국제교육원장 박기철 교수
평택대학교 국제교육원장 박기철 교수

지금 중국 대중매체들의 가장 큰 관심의 초점은 10월에 예정된 18차 전당대회와 조어도 문제이다.
세계 각국의 언론은 시진핑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여러 가지 루머들이 쏟아져 나왔다. 후진타오의 습격설과 권력투쟁설 등 마치 큰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보도되었다. 그러나 며칠 후 시진핑이 건재한 모습으로 등장하였으며 이와 관련한 유언비어는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루머와 유언비어가 난무한 것은 중국의 정치속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보인다.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자신이 권력을 장악하기 전이나 큰 결심을 해야 할 때에는 우선 몸을 엎드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시진핑의 경우에도 후진타오가 건재한 상태에서 자신이 주목받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진핑이 권력승계를 한달여 앞두고 공식석상에 등장한 것은 지금의 중일관계와 이와 관련한 민심이 매우 위급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는 중국과 일본은 기념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일본이 조어도를 국유화한다고 선언하자 중국 국내는 거의 전쟁준비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우선 일본의 국유화 선언에 대한 반응으로 조어도를 자신의 영해로 선언하면서 갈등을 증폭시켰다. 중국은 9월 10일 “중화인민공화국정부의 조어도 및 그 부속도서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9월 15일 해군 감시선 6척을 파견하였다. 중국의 국가주석인 후진타오는 “일본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경고하였고 군사위원회 부주석인 쉬차이호(徐才厚)는 중국군의 군사적 충돌을 준비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와 동시에 중국 사회도 반일본 정서가 팽배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중국의 동북부를 점령하기 위해 전쟁을 시도했던 ‘만주사변’ 기념일인 9월 18일을 전후로 최근 며칠간 중국 국내에서의 반일감정은 일본에 대한 단순한 매도를 지나서 폭력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중국인의 역사적 기억속에는 청일전쟁에서의 패배와 대만의 반세기가 넘는 식민지, 만주지역에 대한 일본의 만주국 건설,그리고 남경 대학살 등 근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러한 아픔은 조어도를 둘러싼 중일의 갈등에서 반일(反日)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결합되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최근 중국의 대도시 곳곳에서는 일본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일본제품을 파는 상점이 습격당하고 있고, 길가던 일본인들이 봉변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충돌 양상은 중국에 진출해있던 일본 기업들의 철수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대학생들이 시위대에 합류하여 시위의 성격이 혹시 반정부 시위로 변할 것을 두려워하여 대부분의 대학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학교를 봉쇄하고 학생들을 교내에 묶어두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에게는 1989년의 6.4 천안문 민주화 운동의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과 격한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 정부는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일본과의 대립을 어디까지 끌고 갈것인가? 또한 시민들의 시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일본과의 대립에서 미국이라는 변수를 얼마나 고려해야 할 것인가 등등이 후진타오와 시진핑등의 지도부를 괴롭히고 있다. 애국주의와 조어도 사이에서 중국과 일본의 지도부는 모두 스스로의 방향을 잃어가고 있으며 동북아시아의 안정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 바로잡습니다.
지난주 ‘21세기 중국의 빛과 그림자 70’에서 칼 막스의 세계사 5단계에서 ‘고대
공산사회 - 노예사회’를 ‘원시 공산사회 - 고대 노예사회’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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