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해송
법무법인 해송
  을의 처는 얼마 전 친구들의 꾐에 빠져 화투를 치다가 제법 많은 돈을 잃게 되었으며, 그 돈을 되찾기 위해 그 자리에 있던 갑에게 차용증을 작성하여 주고 돈을 빌려 계속하였으나 그 돈마저 결국 다 잃고 말았습니다. 을의 처가 그 돈을 갚지 못하자 갑은 을을 찾아와서 당장 돈을 갚아주지 않으면 을의 처를 구속하겠다고 하여 을은 하는 수 없이 을의 집과 대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게 되었습니다. 을은 처의 도박빚을 다 갚아 주어야 하나요.

<해설> 처의 도박 빚을 갚아 줄 필요가 없으며 근저당권의 말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일상가사(자녀들의 학비나 식비, 공동의 주거비 등)의 범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 한 처가 빌린 돈을 남편이 갚아 주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도박자금을 빌리는 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써 무효이므로 부인 역시 그 빚을 갚아 줄 이유가 없습니다(물론 돈을 빌려 준 사람이 도박자금으로 사용될 것을 알지 못한 경우라면 무효임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도박 빚에 대한 변제로 이미 돈을 갚아주었거나, 돈을 갚는 대신 부동산의 소유권을 넘겨준 경우라면 도박자금 대차계약이 무효라는 이유를 들어 그 돈의 반환을 요구하거나 부동산의 소유권을 돌려받을 수는 없습니다(민법 제746조). 왜냐하면 도박 빚을 진 사람 역시 반사회적인 법률행위를 한사람인데, 법이 이러한 반사회적 법률행위를 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을이나 을의 처는 도박 빚을 갚아 줄 필요는 없지만, 이미 근저당권의 설정등기를 마쳐 준 이상 근저당권의 말소를 구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일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 역시 인정하여 주지 않는다면, 근저당권은 그 자체로 경제적인 이익을 가지는 것이 아니고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을 경우 법원에 경매를 신청하여 환가를 한 다음 배당을 받아서 경제적인 만족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박 빚에 대한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것에 대해 말소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도박 자금을 대여해 준 사람이 경매를 신청한 경우 법원은 이를 인정해 주는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반사회적 법률행위를 한 사람의 이익을 위해 법이 도움을 주는 것이 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대법원은 민법 제746조에 의하여 반환을 인정하여 주지 않는 이익이란 종국적인 이익을 말하고 저당권과 같이 별도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경우(담보를 목적으로 가등기를 하여 주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나, 담보를 목적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준 양도담보의 경우는 별도의 조치를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합니다(94다54108 판결).

  따라서 을은 위 근저당권이 도박 빚에 대한 담보로 설정된 것과 갑이 그러한 사정을 알고 돈을 빌려준 것임을 주장, 입증한다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갑이 을의 처를 꾀어 사기도박을 한 후 그돈을 갚기 위하여 주택을 넘겨받은 경우와 같이 이익을 얻은 자에게만 불법성이 있거나 불법성이 현저히 큰 경우는 종국적 이익이라고 하더라도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46조 단서, 95다49547 판결).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