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따스한 남녘의 바닷가에 꿈결처럼 해무가 밀려오면, 마음은 어느덧 잔잔한 바다 너머 낙원 같은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배를 타고 떠나도 좋고 연육교 위를 자동차로 달려도 좋을 고요한 섬. 칼바람 불어오는 내륙의 추위를 피해 봄처럼 따뜻한 남녘 섬으로 간다
  유난히 따스한 남녘의 바닷가에 꿈결처럼 해무가 밀려오면, 마음은 어느덧 잔잔한 바다 너머 낙원 같은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배를 타고 떠나도 좋고 연육교 위를 자동차로 달려도 좋을 고요한 섬. 칼바람 불어오는 내륙의 추위를 피해 봄처럼 따뜻한 남녘 섬으로 간다
 
 
정겨운 섬들의 고향, 물빛 고운 그 곳
고흥 나로도 
  나로도는 섬에 달린 작은 무인도인 외나로도가  우주기지로 개발되면서 비로소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고흥반도의 동남쪽에 위치한 나로도는 호남고속도로 순천 I.C를 빠져나온 뒤에도 한 시간 반은 더 달려야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거리다. 하지만 그런 피로감 정도는 나로대교를 앞두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

  나로도의 관문인 나로1대교를 건너기 전에 나로대교 준공탑 전망대에 올라보자. 작지만 섬전체가 관광지나 다름없다고 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들이 곳곳에 박혀있는 주변 풍경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일렬로 심어진 해송 방풍림은 바다와 어우러져 평화로운 풍경을 빚어내고, 해식애와 바위섬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나로1대교와 나로2대교를 건너면 자연스레 나로도의 숨겨진 풍경들을 주섬주섬 마음에 챙겨 넣고 돌아오게 된다.

섭정마을 형제섬과 염포해변 파도의 노래
  나로도에 한 번이라도 들렀던 사람이라면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꼭두여, 사자바위 등 해상 경관을 꼽을 것이다. 하지만 내나로도 섭정마을 앞바다 형제섬과 외나로도 염포해수욕장의 자갈해변 역시 그 못지않은 훌륭한 풍경을 자랑한다.

  ‘형제섬’은 하루 두 차례 썰물 때면 물이 빠지면서 섬까지 걸어갈 수 있는 바닷길이 열린다. 염포마을 자갈해변은 남녘 섬나라의 바다를느껴 볼 수 있는 한적한 해변.‘차르르, 차르르’ 밀려 드는 파도에 소리 내는 염포해수욕장 검은 자갈의 노래는 귀를 간질이는 노래 같다.

  나로도로 떠난 여정의 최종 목적지는 나로우주센터다. 나로우주센터는 우리의 인공위성을 우리땅에서 직접 쏘아 올리기 위한 전초기지. 물론 일반인은 우주센터에 출입할 수는 없지만 나로우주센터 가는 길목에 있는 우주과학관은 누구나 다녀올 수 있다. 우주과학관은 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체인 인공위성과 로켓(발사체) 그리고 우주과학을 직접보고, 만지고 느껴서 이해할 수 있는 장소. 실내외 전시관에는 인공위성과 발사체를 비롯해 우주탐사와 달탐사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쪽빛 바다 한가운데 연꽃을 닮은 섬
통영 연화도 
  쪽빛 남해에 한 떨기 꽃처럼 피어오른 섬. 연화도는 유교 국가였던 조선의 억불정책을 피해 숨어든 연화도사가 3인의 제자와 은둔했던 낙토다. 연화도사가 입적하자 제자와 섬 주민들은 도사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수장했다. 헌데 물에 떠내려가던 그의 몸이 아름다운 연꽃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이 섬은 연꽃을 뜻하는‘연화도’라 불리게 되었다.

  섬 산행의 매력은 힘들이지 않고 정상 정복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바닷가를 따라 해식절벽이 발달된 남해안의 섬에 배를 타고 들어가 망망한 바다를 조망하며 걷는 기분은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통영 앞바다에 뜬 연화도는 남해안섬 산행의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키는 훌륭한 여행지라 할 수 있다. 산행보다는 트레킹에 가까운 편안한 탐방로이기에 더욱 좋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아찔한 절경
  산행은 여객터미널이 위치한 본촌마을에서 시작해 동두리에서 끝을 맺는다. 편도 5km, 동두리에서 차가 다니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돌아오는 3km를 합쳐 왕복 8km이므로 서너 시간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해발 212미터 높이의 연화봉을 오를 때와 암릉 구간이 있는 118봉에서 밧줄을 타야하는 것 외에는 그다지 힘들 것 없는 길이 이어진다.

  연화봉 정상에서 바라본 섬 전경은 이곳이 낙원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영겁의 세월 동안 거친 파도에 맞서 온 해식절벽은 기이한 형상을 띠고 있으며 그 끝자락에 통영8경의 하나인 용머리가 방점을 찍는다.

  봉우리 일대가 모두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118봉은 연화도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까다로운 구간이다. 산행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별문제 없겠지만 자신이 없거나 아이와 함께라면 이 코스는 피하는 편이 낫다. 정상 부근에 버티고 선 약 2~3미터 높이의 바위산은 밧줄을 타야 올라설 수 있다. 118봉우리에 올라서면 용머리가 뚜렷하게 그 윤곽을 드러낸다. 여기까지 왔다면 트레킹은 거의 끝난 셈이다.
 
 
가슴 아픈 근대사가 깃든 비밀의 섬
부산 가덕도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항동에 위치한 가덕도는 부산 사람들조차 그 존재를 잘 몰랐던 섬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덕도는 부산 소속의 섬들 중 가장 면적이 넓은 섬이지만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놓이기 전까지 섬주민 말고는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부산신항에서 가덕대교와 가덕터널을 차례로 통과한 뒤 가덕 톨게이트를 지나기 전 천성교차로에서 대항 방면으로 진출하면 가덕도 대항마을로 갈 수 있다. 대항마을과 외양포그리고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덕도등대는 이 섬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 대항마을은 연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이 대항(大項) 즉, 큰 목덜미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에서는 낚시체험, 후릿그물체험, 홍합따기 그리고 전통 숭어잡이 방법인‘육소장망’등을 체험할 수 있는 어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오얏꽃 문양 새겨진 대한제국의 등대
  외양포(外洋浦)에 남겨진 태평양전쟁의 흔적도 곱씹어 보자. 외양포는 일본군 제4사단 소속 진해만요새 사령부가 주둔했던 곳으로 폐허가 된 탄약고와 벙커 시설 등을 볼 수 있다. 당시 외양포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쫓겨나고 강제로 끌려온 이들이 고된 노역을 했다고 전해진다. 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 했던 콘크리트 구조물은 무성한 수풀로 뒤덮였지만 원형은 잘 보존된 편이다. 일본군 내무반, 장교 사저, 탄약고, 우물도 그대로 남아있다.

  가덕도등대를 찾아가는 길은 수월하지 않다. 단순 방문일 경우에도 최소 5일 전에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을 통해 예약해야 하며 두 차례 검문으로 신분을 확인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단 가덕도등대에 도착하고 나면 그 정도 수고는 보상 받고도 남는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외양포마을을 지나 가파른 산길을 넘어가면 섬 끝자락에 갈매기 깃털처럼 새하얀 등대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등대출입문 위쪽에 오얏꽃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대한제국이 일제에게 사실상 국권을 넘겨주었던 1909년 불을 밝힌 등대이기에 오얏꽃의 의미가 남다르다. 등대 아래 건물은 등대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여기서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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