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함께 손을 마주잡고 걷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산자락의 오솔길 위에 푹신하게 쌓인 낙엽을 밟으면 바스락 하는 소리가 더 없이 낭만적으로 들린다. 가을이 깊어가는 서울과 강릉, 주왕산과 속리산의 트레킹 코스 4곳을 소개한다
  누군가와 함께 손을 마주잡고 걷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산자락의 오솔길 위에 푹신하게 쌓인 낙엽을 밟으면 바스락 하는 소리가 더 없이 낭만적으로 들린다. 가을이 깊어가는 서울과 강릉, 주왕산과 속리산의 트레킹 코스 4곳을 소개한다
 
 
▶ 서울의 푸른숲 대모산 자락을 걷다
  600여 년의 기나긴 세월 동안 한양에서 경성을 거쳐 서울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기까지 수많은 사연들이 한강 유역의 산과 들녘, 하천과 마을에 촘촘히 스며들어 있다. 서울 둘레길은 서울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이러한 서울의 역사, 문화 그리고 자연생태를 탐방하는 트레킹 코스이자 인문학의 올레길이다.

  ‘사람을 위한 길’,‘ 자연을 위한 길’,‘ 산책하는 길’,‘ 이야기가 있는 길’. 조성방향을 함축한 4개의 문구에 서울 둘레길의 목적이 오롯이 녹아있다. 특히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적지와 문화유산 혹은 전설과 이야기를 발굴해 알린 일은 서울 둘레길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모두 28곳에 마련된 스탬프 시설에는 바로 이런 상징들을 도장으로 만들어 비치해 도보여행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산의 허리춤 따라 걷는 평탄한 길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아차산, 구룡산, 관악산 등 수도 서울의 경계에 성곽처럼 둘러쳐진 주요 산들과 그 사이 사이에 놓인 하천, 마을을 연결하는 둘레길은 모두 8개 코스이며 이를 모두 연결하면 총연장 157km에 이른다.

  그 중 4코스인 대모·우면산 구간은 서울 강남에 몇 남지 않은 녹지인 대모산과 구룡산을 포함해 양재천과 우면산 등지를 잇는 17.9km 길이의 부담 없는 트레킹 코스이다. 11월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도보여행자도 적은 편이어서 한결 걷기가 좋다.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곧바로 대모산 자락으로 접어 들게 되는데 시월을 아름답게 채색했던 빛깔 고운 단풍은 모두 떨어지고 없지만 바닥을 덮은 낙엽을 밟으며 걷는 조붓한 숲길은 낭만 그 자체다.

  군데군데 조금 가파른 구간도 있지만 산행이 아니라 산의 허리춤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걷기도 수월하다. 구룡산과 우면산 사이에는 여의천과 양재천, 양재시민의 숲처럼 주변경관이 훌륭한 경유지를 통과하므로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점도 좋다. 무엇보다 중간에 어느 곳에서든 빠져나올 수 있어 체력적인 부담도 느낄 필요 없다.
수서역 → 대모산 → 구룡산 → 여의천 → 양재천 → 우면산→ 사당역

 
 
▶ 바다가 호수가 어우러진 상쾌한 트레킹
  강릉은 영동과 영서를 통틀어 매년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강원도 제일의 관광도시로 꼽힌다. 그 만큼 보고 느낄 거리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 옛날 조선시대 영동지방에 부임하는 원님을 고갯마루에서 울게 만들었다는 대관령을 비롯해 바다와 호수가 한데 어우러진 경포대일원, 커피축제와 카페거리로 유명한 안목해변, 강릉이 낳은 천재 남매 허균과 난설헌 기념관등이 강릉의 대표적인 명소다.

  강릉 바우길은 강릉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담긴 이런 장소들을 강원도 감자바우처럼 우직하게 그리고 천천히 걸으며 곱씹어 음미하는 느리지만 아름다운 도보여행길이다. 바우길의‘바우’는 바위를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이자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불치병도 낫게 하는 여신으로 등장하는‘Bau’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20개 코스로 이루어진 강릉 바우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길 바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강릉의 만추를 만끽하며 거닐다
  강릉 바우길의 다섯 번째 코스인‘바다 호숫길’은 이름 그대로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진 상쾌한 트레킹 코스다. 사천해변에서 출발해 울창한 해송숲과 경포해변, 경포호를 돌아 안목을 거쳐 남항진해변까지 이어지는 길목에는 인공폭포, 참소리박물관, 허균허난설헌기념관, 안목 카페거리 등 볼거리와 먹거리도 적잖이 포진해 있다.

  특히 경포호수 남쪽 자락의 초당동의 늦가을 풍경은 그 어느 계절보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 겨울을 예고하는 바닷바람은 차갑지만 소나무숲은 여전히 푸른 빛깔을 머금었고 허균의 누이 난설헌이 태어나고 자란 이광로 가옥의 기와지붕에는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 앉아 먼길 걸어온 객을 반겨준다.

  강문과 송정해변을 지나 해송숲길을 걷는 일이 조금 지겨워졌을 무렵 안목해변에 들러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피로를 달래보자. 안목해변은 이제 서울 못잖은 개성 넘치는 카페들의 경연장이 되었을 만큼 모던한 커피의 거리로 바뀌었다. 안목해변 바로 옆에 위치한 강릉항에는 요트 접안시설인 마리나가 있어 풍경이 자못 이국적이다.

사천해변공원 → 경포인공폭포 → 경포대 →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 강문해변 → 송정해변쉼터 → 강릉항(죽도봉) → 솔바람다리 → 남항진해변
 
 
▶ 전설처럼 아름다운 만추의 주방천계곡
  주왕산은 국내 국립공원 중에서도 가장 오지로 불리는 경상북도 청송군에 펼쳐진 울창한 산이다. 해발 720미터로 비교적 낮은 산에 속하지만 산세가 웅장하고 삼림이 울창하며 주방천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기암절벽 지대가 펼쳐져 절경을 이룬다. 또한 험준한 산세에 비해 등산코스는 비교적 완만해 부담 없이 트레킹을 즐기기에 매우 좋다.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대전사에서 출발해 주방계곡을 따라 용추폭포를 지나 내원동까지 다녀오는 주왕계곡 코스다. 이 코스는 대부분의 구간이 매끈한 흙길이거나 데크가 깔려 있으므로 유모차를 끌고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걷기가 좋다. 탐방로 좌우로 아찔한 기암절벽과 계곡의 절경이 펼쳐지며 11월초까지 단풍이 남아 있어 늦가을 트레킹 코스로는 최적이다.

대전사 → 기암교 → 자하교 → 용추폭포 → 용연폭포 → 내원동

▶ 가을이 깊어가는 심산유곡의 절경
  속리산 북쪽 자락에 위치한 화양동계곡은 계곡과 숲이 어우러져 이 가을에 더욱 빛을 발한다. 화양동 계곡의 또 다른 이름은 화양구곡이다. 이는 주자가 중국 무이산의 아홉 절경을 ‘무이구곡(武夷九曲)’이라 명명한 것에서 비롯됐다. 조선중기의 유학자 우암 송시열은 주자를 본받아 화양동계곡 곳곳에 자리한 절경에 이름을 붙이고‘화양구곡’이라 불렀다.

  제1곡인‘경천대’에서 제9곡‘파천’까지, 전국 어느 명승지의 풍경에 빗대어도 빠질 게 없는 화양구곡을 제대로 감상하자면 역시 트레킹이 제격이다.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동지구의 탐방로는 온통 붉게 물 들어가는 숲 속을 완상하는 산책이나 다름없는 부담 없는 숲길이 이어진다. 구곡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제2곡 운영담과 제4곡 금사담을 꼽을 수 있다.

화양동 탐방지원센터 → 경천대 → 운영담 → 읍궁암 → 금사담(암서재) → 첨성대 → 능운대 → 와룡암 → 학소대 → 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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