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알려진 고사성어, ‘호가호위(虎假虎威)’는 여우가 호랑이의 위엄을 빌려다 거만하게 잘난 체하며 경솔하게 군다는 뜻으로, 남의 권세를 팔아 위세를 부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예로부터 권력의 주변에는 호가호위의 인물들이 있어왔다. 그 옛날에는 봉건군주시대라서 그랬다지만 오늘날 민주사회에서도 호가호위의 인물들은 여전히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는 최순실이라는 한 무명의 여인으로 비롯한 국정 농단사건이 바로 호가호위인 것이다. 권력으로 부터 멀리 떨어져서 열심히 생업에만 매달려, 학업에 매달려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며 힘들게 살아가던 국민들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권력의 핵심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진과 행정관 중에 일부 또한 이와 관련되어 한 바퀴처럼 구르면서 농단을 했다니 더욱 기가 막힐 일이다. 이들은 검찰에 구속 수감되어 수사 중에 있지만 연일 터져 나오는 이들의 비리 혐의는 갈수록 엄청나 과연 이 나라가 그동안 이렇게 굴러왔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이들이 무엇인데, 권력의 실체도 아닌데, 그 이름만 내 세워도, 그 입김만 불어내도, 재계의 총수들도 꼼짝 못 하고 거액을 바치고 또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는 관계 기관에서도 단체에서도 학교에서도 원칙을 무시하고도 쉽게 처리해 주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 모녀의 갑질 행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의 딸 정유라는 sns에 “돈도 실력이다.  너네들 부모를 원망하라”라고까지 했다. 출석일수 미달에도 성적미달에도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대에 입학도 했다.  이 모녀의 엄청난 재산 축적과 그 호화판 씀씀이와 귀족 같은 생활은 가히 양귀비와 다를 게 무엇이랴.

  요즘 이와 관련된 혐의자들이 검찰청에 불려 가면서 포토라인 앞에 섰을 때 벌떼처럼 모여든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같이 “죄송합니다. 검찰에서 다 말하겠습니다.”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에 가서 다 말할 것이면 기자들 질문에는 왜 짤막하게도 한 마디 못 하는가? 그리고 막상 검찰에 가서는 왜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것인가?

  지난 11월 12일, 토요일 오후4시부터 서울의 한복판인 광화문광장, 시청 광장, 서울역 앞 일대에 100만 인파 모여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밤새 촛불시위를 했다.  이 시위에는 일부 노동단체도, 야당 의원들도 참여했지만 일반 시민, 중·고등학생 그리고 지방에서 버스로 기차로 올라온 일반 국민들이 더 많이 참여했다. 전에 없이 폭력시위가 아닌 축제도 벌이며 평화롭고 질서 있는 시위에 대해 외신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이제껏 살아 왔는데 요즘에 이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후진국으로 되돌아가는 나라꼴이 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여나 야, 청와대가 자기주장만 하며 지체할 게 아니라 하루 빨리 이 사태를 수습하여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이건 재계이건 온 국민이 모두 각성하고 다시는 이련 일이 없는 진정한 민주국가로 새 출발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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