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수확의 계절’이다. 봄에 싹을 틔우기 시작한 오곡백과들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실하게 영근 곡식과 열매를 선물한다. 바다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가을엔 미식가들의 발걸 음이 무척이나 바빠진다. 특히 갯벌이 아름다운 서해안의 목포와무안 낙지, 안면도 대하 그리고 서천 전어는 이 계절을 대표하는 별미들이다.

  풍요의 호남 바닷가에서 나는 가을의 진미

  목포·무안 세발낙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봄과 여름에는 덜 여물었던 낙지는 가을 철에 이르러서야 제 맛을 내게 된다. 당연히 이 계절에 낙지를 맛보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만드는 것. 조선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자 신의 저서 <자산어보>에서‘말라빠진 소에게 서너 마리만 먹이면 곧 강한 힘을 갖게 된다’고 기술했다. 바로 이 낙지는 목포와 신안, 무안 등지로 대표되는 전남 서남해안의 대표 먹거리로 꼽힌다. 낙지의 전체 영양소 중 자양강장에 효과가 있는 타우린 함량은 무려 30%가 넘는다. 타우린은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리가 가늘어 세(細)발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세발낙지는 목포를 비롯한 전남 지역이 자랑하는 진미 중에서도 항상 으뜸으로 선정될 만큼 유명한 먹거리. 세발낙지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낙지에 비해 크기가 작기 때문에 젓가락에 돌돌 말아 통째로 먹고는 한다.

 

 
 

  어떻게 먹을까?

 세발낙지는 주로 일회용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날것으로 먹거나 연포탕으로 해먹는다. 물론 가장 이색적인 요리법은 세발낙지를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양념장을 바른 뒤 숯불에 구워 먹는 것. 일명‘호롱 낙지’라고 부르는 이 요리는 낙지 본연의 쫀득함에 달콤한 양념 맛이 더해진 별미 중의 별미다.

  어디서 먹을까?

 목포역과 갓바위 주변 그리고 목포종합수산시장, 목포항동 시장에 낙지요리와 생선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몰려 있다. 송학낙지회관(061-283-6707)을 비롯해 독천식당(061-242-6528), 신안뻘낙지(061-243- 8181), 호산회관(061-278-0050) 등이 낙지를 잘하는 집으로 유명하다. 목 포와 이웃한 무안군에 망운면 목서리에 위치하는 제일회식당(061-452- 1139)은 <수요미식회>에 등장한 맛집이다.

 여행 가이드

 목포종합수산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목포의 명소로는 갓바위와 삼학 도가 있다. 예부터 목포8경의 하나로 꼽혔던 절경인 갓바위는 삿갓을 머리에 쓴 입암산이 붉은 저녁 노을에 물드는 풍경이라 하여 입암반조 (笠巖返照)라 불리고는 했다. 해질무렵 갓바위 앞에 조성된 300여 미터 길이의 해상 보행교를 따라 걸으면 눈부신 저녁 햇살에 반사된 갓바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삼학도는 목포항 동쪽에 위치하는 세 개의 섬으로 세 마리학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하여‘삼학도’라 이름 붙여졌다. 삼학동공원 내에는 목포요트마리나를 비롯해 이난영공원,삼학도 카누캠프(061-282-9781 www.canoecamp.co.kr)가 있다.

 

 

 

 

 

  펄떡이는 큰 새우 맛보러 오세요

  태안 백사장항 대하

 
 
  우리나라 바다에서 잡히는 새우 중 크기가 가장 큰 종으로 알려진 ‘대하’는 최대 20cm 이상으로 자라기도 한다. 대하는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부터 깊은 바다로 이동 하게 되는데 알에서 난 어린 새우들이 다 자라 깊은 곳으로 가기 전까지가 바로 대하 잡이의 계절이다. 서해안의 여러 포구들 중 대하의 산지로 널리 알려진 명소로는 태안 안면도 백사장항과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에 위치한 남당항이 손꼽힌다. 그 이름처럼 편안하게 쉬어가고 싶은 섬 안면도. 충남지역 대하 어획량의 8할을 차지하는 안면도 백사장항의 시월은 펄펄 뛰는 대하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띤다. 이 무렵 하루 혹은 이틀 일정으로 안면도를 찾은 여행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대하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자연산 대하는 1년 중 이때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 다. 매년 9월 말부터 10월 중순 사이에는 백사장항 일대에서 ‘안면도대하축제’도 열린다.

 

 
 

 어떻게 먹을까?

  조리법이 간단하면서도 가장 맛있게 대하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소금 구이다. 소금을 냄비 바닥에 깔면 은근한 열로 대하가 타지 않으면서 도 속살까지 골고루 익는다. 이 때 냄비 바닥을 쿠킹호일로 덮어주면 소금이 타서 눌러붙지 않아 뒤처리도 편하다. 대하를 고를 때는 무조 건 큰 놈을 고르기보다 약간 작더라도 껍질이 단단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어디서 먹을까?

  직접 대하를 요리해 먹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백사장항을 찾으면 된 다. 매년 대하축제가 개최되는 안면도 백사장항에는 시설 깨끗한 횟집 이 여럿 모여 회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횟집에서는 대하구이의 주재료 인 대하를 비롯해 소금이 깔린 냄비와 버너(스토브) 그리고 반찬을 함 께 내오며 자리 값으로대하 시세에서 1만원 정도를 추가로 받고 있다.

 여행 가이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꽃지해변 외에 삼봉, 기지포, 안면,두여 등 곰솔숲이 해안선을 따라 속 깊은 그늘을 드려놓은 해변길을 걸어보지 않 았다면 안면도를 반만 본 것이나 다름 없다. 우리 가족만의 뜻 깊은 시간을 보내기에는 이들 해변이 오히려 더 조용하고 운치 있다. 물론 안면도수목원, 꽃지해변의 할미할아비바위 그리고 안면암 등 안면도에서 전통의 명소로 꼽히는 장소들도 빠짐없이 둘러보아야 할 것이다. 아쿠아월드(041-671-7060)는 고급 리조트인 리솜오션캐슬내 스파 시설 이다. 숙박시설은 회원들만 가능하지만 심층해수로 온천욕을 즐기는 아쿠아월드는 비회원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아쿠아월드 노천 스파의 경우 꽃지해변을 내려다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참깨가 서말

  서천 홍원항 전어

 

 
 
  우리나라 대표적 전어 산지 중 하나인 충남 서천 홍원항에 전어철이 돌아왔다. 전어가 특히 가을에 맛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전어는 다가올 겨울을 나기 위해 전어가 몸속에 영양분을 축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습성 덕분에 가을이면 전어 의 속살은 더욱 여물고 기름기도 넉넉해져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전어는 맛이 좋은 만큼 몸에도 좋다. 전어에는 치매예방과 시력에 좋은 DHA, EPA등 지방산이 함유 돼 있기 때문이다. 전어는 구이의 경우 머리까지 통째로 먹는데 굵은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한 기름진 살은 여간 고소한 게 아니다. 회무침은 전어 고유의 쫀득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으며 비린내가 적고, 달콤하다. 가격은 1kg에 3만 원 안팎이며 어른 서너 명까지도 먹을 수 있다. 구이와 회무침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먹어야 하지만, 반씩나누어 내달라고 부탁하면 둘 모두 맛볼 수 있다.

 
 
  어떻게 먹을까?

  전어를 제대로 맛보려면 역시 구이로 먹어야 한다. 특히 겨울을 나려 고 몇 개월 동안 몸에 쌓아놓은 기름기의 고소함을 맛보려면, 오로지 굵은 소금만으로 살짝 간을 한 채 젓가락이 아닌 손으로 들고 뜯는 맛을 즐겨야 한다. 전어를 구울 때는 소금을 뿌린 뒤 1시간여 재워 놓았다 구워야하며, 조리 기구는 프라이팬보다 구이용 석쇠가 낫다. 전어를 고를 때는 15cm 안팎인 것이 적당하다. 너무 작으면 맛이 떨어지고 너무 크면 뼈가 단단해 뼈째 먹기 어렵다.

  어디서 먹을까?

  홍원항 일원에 시설이 깔끔한 횟집이 여럿 있으면 맛이나 시설은 대동 소이하다. 덜 붐비는 곳을 원한다면 홍원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축제 인파가 그나 덜 몰리는 곳을 찾아야한다. 마량항 가는 길목에 위치하는 해돋이회센타(041-951-9803)나 마량항에 위치한 서해안횟집(041-952-3177~8) 등을 추천한다.

  여행 가이드

  전어 산지인 홍원항은 드물게 서해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마량항 그리고 동백나무숲에 둘러싸인 채 바다를 굽어보고 있는 동백정과 인접해 있어 늦가을 맛기행으로 더없이 훌륭한 여행지다. 동백꽃은 때가 이르지만 일출은 볼 수 있다. 10월 말부터 마량항 동남쪽에서 해가 떠오르기 때문. 동해와 달리 서해의 일출은 소박하고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다. 서천 남쪽 끝자락에는 서산 천수만과 함께 서해안의 손꼽히는 철새 도래지로 알려진 금강하구가 펼쳐진다. 가을부터 금강하구를 찾기 시작하는 철새들을 관찰하려면 하구둑 곳곳에 위치한 탐조대를 이용하면 된다. 배율이 높은 망원경을 준비하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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