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인공호수의 아름다운 풍경 이면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깃들어 있다. 일제치하에 지어진 섬진강댐 덕분에 호남평야는 물을 풍족하게 공급받았지만 마을이 물 아래로 수장돼 버린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향땅을 등져야만 했다.

  옥정호는 섬진강 상류에 위치하기 때문에 섬진저수지라고 불리거나 소재지에서 이름을 따와 운암저수지, 산내저수지라고도 불리지만 저수지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가 아깝다. 옥정호의 가을은 아름답다. 일교차가 벌어지면서 물안개가 피어나기 시작하면 자욱한 안개에 잠긴 뭍의 섬‘붕어섬’이 단풍에 물든 주변 산세와 어울려 멋진 풍경을 빚어낸다. 붕어섬은 섬진강댐에 의해 본래 육지였던 지금의 옥정호 일대가 물에 잠기면서 산 정상만 섬처럼 고립되면서 생긴 내륙의 섬을 가리킨다

  옥정호는 호반 드라이브와 등산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운암면 입석리에 위치한 국사봉전망대에 오르면 옥정호와 붕어섬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또한 749번 지방도, 27번국도, 715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섬진강댐까지 호반 드라이즐브길를 수 있다.

 
 

 
 
  전라남도 보성군, 순천시, 화순군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주암호는 지난 1992년 주암댐이 완공되면서 생겨난 호수다. 호수 주변으로는 총연장 145km에 달하는 호반도로가 펼쳐져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드라이브 길 주변에는 송광사와 선암사 그리고 보성 대원사 등 국보급 문화유산을 여럿 보유한 고찰들이 많다. 그밖에 고인돌공원, 서재필박사기념공원, 일일 레저타운도 들러볼 만하다.

  송광사를 기준으로 했을 때 18번국도를 타고 송광면사무소 방면으로 이동하다가 다시 화순 방향 15번국도를 타고 계속 달리면 보성 대원사 입구와 복교리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브 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충주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호반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다. 굽이굽이 호반도로 따라 가을색에 취한 산들이 펼쳐지고, 길위에 쌓인 낙엽은 운치를 더한다. 충주호는 호수 자체의 면적이 넓어 내륙의 바다라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호수를 감싸 안은 호반도로 역시 길어 그 길이가 총 120km에 달한다. 호수가 넓은 만큼 드라이브 코스도 여럿이지만 청풍대교를 건너 청풍나루를 지나 호반도로를 따라 달리는 청풍호반 드라이브 길을 추천한다.

충주호 드라이브 길 중 가장 풍치가 뛰어난 곳은 역시 제천 일대의 청풍호반 드라이브 코스다. 이는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에서 충주호를 끼고 달리는 40여 km의 코스로 금월봉, 청풍문화재단지 같은 충주호 일대의 명소들을 두루 거쳐 가게 된다

 
 

 
 
  마이산도립공원이 위치하는 진안읍에서 795번 지방도를 따라 북상하면 20여 분만에 용담호에 도착하게 된다. 용담호 드라이브는 갈두마을에서 월계마을을 잇는 구간이 하이라이트다. 호수 주변만 맴돌게 되는 여느 호반 드라이브 코스와 달리 도로가 호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가 어느 사이 교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마치 물 위를 날아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용담호는 전라북도 진안군 용담면, 안천면, 주천면, 상전면 그리고 진안읍에 걸쳐 있는 금강 상류의 인공호수다. 댐의 건설과 함께 호수 주변을 따라 개설된 도로들은 자연스레 호반 드라이브 코스가 되었다. 우리나라 인공호들이 대개 그렇듯 용담호 역시 산자락을 파고들며 물이 차올라 있기 때문에 호수 주변을 휘돌아나가는 도로를 따라 달리면 자연스레 화려한 가을 호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용담호에는 3곳의 전망 포인트가 있다. 드라이브 길이 시작되는 갈두마을에서 북동쪽으로 약 3km 지점에 있는 망향탑과 정자, 용담대교를 건너자마자 왼편 경사진 진입로 끝자락에 위치한 태고정 그리고 용담댐 수자원공사 물문화관이 그곳이다.
 
 

 
 
  둘레만 120km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호수이자 충주호와 함께 내륙의 바다라 불리고 있는 소양호는 우리나라 모든 호수들이 그렇듯 수많은 산자락에 둘러싸여 있다. 소양호 안쪽 오봉산 자락에는 오래 전부터 연인들이 즐겨 찾던 청평사가 자리한다. 지금은 화천으로 우회하여 접근하는 도로가 뚫렸지만 1980년대만 해도 소양호유람선이 오고 가는 물길이 청평사로 가는 유일한 루트였다고 한다.

배에서 내려 식당가를 통과하면 계곡을 따라 오르면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는 구성폭포 그리고 원나라 공주와 상사뱀 이야기가 얽힌 회전문(廻轉門)을거쳐 호젓한 절집인 청평사에 닿게 된다. 소양댐 정상에 있는 유람선 선착장에서 청평사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다.
 
 

 
 
  북한강에는 유난히 댐이 많다. 댐이 많은 만큼 호수도 많다. 북한강 드라이브 길의 명소로는 춘천호와 의암호가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을 달리길 원한다면 산천어의 고장 화천으로 가야한다.

  파로호의 남쪽을 타고 이어지는 461번 지방도와 양구군을 지나는 403번 지방도가파로호 드라이브 길. 호반도로는 길지 않고, 호수의 면적 또한 넓지 않아 장쾌한 맛은 느끼기 어렵지만 겹겹이 쌓인 험준한 협곡을 통과하기 때문에 그 나름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해산령을 넘어 평화의댐까지 이어지는 460번 지방도 역시 단풍 감상과 드라이브를 겸할 수 있다. 해산령은 해발 1,180미터에 달하는 고개로 산허리를 뱀처럼 휘감는 도로변을 붉게 물들인 고엽과 산자락을 스쳐가는 운해가 어우러져 선경이 펼쳐진다.

  파로호는 지난 1944년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에 댐을 세우면서 생성된 호수로 험준한 산들에 둘러싸여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산꾼들이 즐겨 찾는 화천 두류산의 경우 그 옛날 금강산에 가던 신선들이 풍경에 반해 잠시 쉬어갔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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