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 건축의 밑바탕에는 되도록 주변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 전각을 지어 올리는 무위자 연(無爲自然)의 사상이 깃들어 있다. 이러한 건축과 조경에는 여러 장점들이 있지만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띠는 특징이다.알록달록 빛깔 고운 단청 은 단풍과 닮았고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치켜 올라간 처마 끝에는 새파란 가을 하늘이 매달렸다. 이번 가을에 는 추색으로 물들어가는 우리 문화유산 속에서 산책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전통 건축의 밑바탕에는 되도록 주변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 전각을 지어 올리는 무위자 연(無爲自然)의 사상이 깃들어 있다. 이러한 건축과 조경에는 여러 장점들이 있지만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띠는 특징이다.알록달록 빛깔 고운 단청 은 단풍과 닮았고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치켜 올라간 처마 끝에는 새파란 가을 하늘이 매달렸다. 이번 가을에 는 추색으로 물들어가는 우리 문화유산 속에서 산책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조선의 기틀을 다진 태종임금이 잠든 곳

 
 

서울 헌인릉
  햇수로 8년 전인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남한에 있는 조선왕릉 40기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켰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유교와 풍수사상이 빚어낸 독특한 건축과 조경 그리고 지금껏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제례의식 등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등재 이유다. 구리동구릉을 비롯해 광릉, 태릉, 영릉 그리고 지금 소개할 서울 헌릉까지 문화재청이 신청한 40기의 조선왕릉이 빠짐없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으니 이는 국가적인 경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조선왕릉이 오로지 문화재적 가치만 높은 것은 아니다.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왕릉들이 일반에게 개방되어 있는데, 조경이 매우 훌륭할 뿐 아니라 왕릉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숲은 자연스레 방문객들의 산책로이자 쉼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온 산하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드는 이 즈음이면 답사를 겸할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 변모한다.

서울 남쪽에 남겨진 마지막 청정숲
  헌인릉은 서울 강남·서초 지역에 남은 거의 마지막 녹지인 내곡동에 자리 잡은 조선왕릉이다.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헌인릉은 조선조 제3대임금 태종과 왕비 원경왕후의 무덤인 헌릉(獻陵) 그리고 제23대 임금 순조와 순원왕후의 무덤 인릉(仁陵)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알다시피 태종임금은 조선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임금 세종대왕의 아버지이자 조선의 창업주인 태조 이성계의 다섯 째 아들 이방원이다. 이방원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개국에 큰 공을 세웠으며 두 차례 왕자의 난으로 피바람을 일으킨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인릉이다. 봉분 하나에 왕과 비가 함께 묻힌 합장릉이며 정자각과 비각 동쪽으로 이어지는 울창한 숲길은 헌릉으로 이어진다. 헌릉은 인릉과는 달리 임금과 왕비의 무덤을 두개의 봉분에 따로 모신 쌍릉이다. 대모산 자락에 안긴 헌인릉은 다른 조선왕릉들과 마찬가지로 생태경관보 전지역으로 지정된 덕에 울창한 숲에 안겨있다. 당연히 그 자체로 훌륭한 가을나들이 터이자 산책 코스로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왕릉 답사 정보
  조선의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커다란 사상적 물줄기 둘을 꼽으라면 유교와 풍수사상일 것이다. 왕릉도 예외일 수 없다. 나지막한 주산을 등지고 산중턱에 무덤이 자리 잡고 있으며, 봉분 앞에는 문인석과 무인석을 비롯해 수라간과 정자각, 비각과 수복방 등이 들어서 있다.

 
 

 법흥계곡 깊은 자락에 숨겨진 운치 있는 절집

 
 

영월 법흥사
강원도 영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동강과 선돌 그리고 한반도지형일 것이다. 그러나 영월에 관음성지이자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 맑은 법흥천이 흐르는 법흥계곡 상류의 구봉대산과 사자산 사이의 골짜기에 자리 잡은 법흥사가 그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법흥사가 들어앉은 사자산을 넘으면 행정구역이 영월에서 횡성으로 바뀐다. 이 절집이 영월의 북쪽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하는 탓이다. 또한 동쪽으로는 평창군과 어깨를 맞대고 있어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법흥사로 접근할 때는 과연 이곳이 평창인지 영월인 지 구분이 애매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월군의 명소들이 운집해 있는 영월읍에서 멀 뿐만 아니라 법흥계곡에서 다시 백년계곡 안쪽 깊숙한 자락을 파고 들다보니 이곳은 여행자들이 자주 들르는 관광지라기에는 애매하다..

적멸보궁으로 향하는 길목에 내려앉은 가을빛
널찍한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를 보아도 승용차보다 관음성지 순례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을 싣고 온 관광버스가 더 많이 보일 정도. 유명한 관광지라기에는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법흥사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에 내려앉은 가을빛은 영월 전체를 통틀어 첫손가락에 꼽아주고 싶을 만큼 곱고 아름답다.

  진부 월정사의 말사인 법흥사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상원사, 정암사, 통도사 등지와 함께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 내려오는 당우로는 적멸보궁을 포함해 대웅전과 무설전 등이 남아있으나 절터의 넓이에 비해서는 전각의 수가 적은 축에 속한다. 적멸보궁에는 따로 불상을 모셔놓지 않았으며 전각 뒤쪽에 창을 내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부도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만다라전 옆으로 난 길로 접어들면 늘씬한 전나무와 알록달록 물들어 가는 활엽수가 어우러진 운치 있는 탐방로가 시작된다.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길목, 눈앞에 펼쳐지는 절집의 추색은 쉽사리 잊히지 않을 강렬한 원색을 선보인다.

울창한 솔숲에서 즐기는 캠핑
유리알 같은 계수가 흐르는 법흥계곡에 위치하는 캠핑장. 솔밭캠프장(010-5483-7066,www.solbatcamp.co.kr)이라는 이름그대로 5천여 평의 너른 부지가 대부분 울창한 소나무숲으로 덮여 있으며 바로 옆에 계곡이 있어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백제의 고도에 부는 가을 바람

 
 

충남 부여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 부여는 삼국시대 한반도의 맹주 중 하나였던 백제 왕조의 흥망과 운명을 함께 한 비운의 고도다. 백제는 나라가 사라질 때까지 모두 세 번 천도하는데 부여는 그 마지막 도읍지였다. 이 때문에 현 부여군청이 자리하는 읍내를 중심으로 부소산성과 낙화암, 정림사지 등 수많은 문화유적들이 즐비하다.

  BC 18년에 건국된 백제는 7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반도 중남부 지방을 지배했던 고대국가 중 하나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백제는‘폐망의 역사’라는 짙은 그림자 속에 가려져있다.

  찬란했던 문화는 어느 날 갑자기 홍수에 휩쓸리듯 허망하게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백제의 고도 부여는 그 어느 고장보다 가을의 쓸쓸한 정서를 만끽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를 꼽으라면 만수산 자락에 둥지를 튼 고찰 무량사를 추천하고 싶다.

일주문에서 금당으로 이어지는 가을빛 산책길
  무량사의 가장 큰 볼거리는 법당 건물이다. 무량사 대웅전은 다른 사찰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2층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 전북 익산 금산사대웅전보다는 약간 작지만 다층 구조의 금당 건물은 이채롭기도 하거니와 그 웅장한 모습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금당 앞에 세워진 오층석탑은 백제가 멸망한 이후인 고려시대에 세워졌지만 백제와 통일신라의 양식이 혼합되어 그 형태에서 지역색이 듬뿍 묻어나고 있다.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백제시대 석탑인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신라의 대표적인 석탑인 불국사 석가탑의 양식을 모두 엿볼 수 있다.

  무량사는 부여읍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하는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한다. 따라서 부여읍에 먼저 들러 부소산성, 백마강, 정림사지오층석탑 그리고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백제문화단지를 두루 돌아본뒤 무량사로 이동할 것을 권한다. 임천면 군사리 성흥산성과 충화면 가화리 서동요테마파크도 가볼 만하다.

되살아난 옛 백제
몇 년 전부터 부여에서 가장 이목을 끌고 있는 명소는 누가 뭐래도 백제문화단지이다.  사비궁과 위례성 구리고 능사 오층목탑 등 영화롭던 옛 백제의 모습을 되살려 놓은 백제문화단지(041-830-3400 www.bhm.or.kr)에 들르지 않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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