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차 타고 근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곡성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명소는 누가 뭐래도 섬진강 기차마을이다. 끝이 뾰족한 박공지붕을 머리에 얹은 채 근대 철도역사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옛 곡성역사(등록문화재122호)의 대합실을 통과하면 시간은 어느덧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철길 위에 증기기관차 한 대가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05년 기차마을이 문을 열면서 12억원을 들여 제작한‘미카 129호’다. 기관차 2량, 탄차 2량 그리고 객차 3량으로 구성된 이 기차에 오른 승객들은 섬진강변을 달리며 추억 속으로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 물론 진짜 석탄을 떼서 증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증기기관차는 아니다. 그러나 외형을 그럴 듯하게 재현했을 뿐 아니라 기적소리도 흉내 낸다.

  기차마을의 볼거리와 놀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곡성세계장미 축제가 이곳에서 개최되면서 아름다운 꽃의 정원으로 탈바꿈했다. 유월부터 늦여름까지는 연못에 피어나는 고고한 기품의 연꽃이 장미를 대신한다. 또한 잔디광장 남쪽‘기차마을 드림랜드’에는 복고풍 놀이기구인 대관람차와 회전목마가 방문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유유자적 섬진청류 풍경 감상하는 래프팅

 
 
  고무보트에 올라 강물 따라 유유히 흘러가며 느껴보는 섬진강의 늦여름은 그야말로 산자수려(山紫水麗)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풍경들로 가득하다. 인간의 손이 덜 탄 강변에는 우거진 수풀로 빼곡하고 물굽이와 여울마다 햇살을 가득 머금고 반짝이는 섬진청류가 미소 짓는다.

  섬진강 래프팅 코스는 편도 5km이며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가정역 아래 둔치에서 출발해 압록유원지까지 유유히 흘러가게 되며 비가 온 직후를 제외하면 물살이 매우 잔잔하 므로 여유롭게 패들(노)을 저으며 강변 풍경을 감상해보자.
  섬진강 래프팅(5km): 곡성청소년야영장 → 심청여울 → 드센바위 → 압록유원지

17번국도 따라 섬진강드라이브

 
 
   초록으로 빛나는 곡성의 산자락을 그대로 반영한 섬진강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바로 지금이다. 섬진강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자동차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섬진강 드라이브일 것이다. 어느 코스를 선택할까를 두고 복잡하게 고민할 일도 없다. 증기기관차가 오가는 섬진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17번국도를 달리면 그만이다. 새봄에는 벚꽃과 철쭉으로 화사하게 채색되었던 17번국도변은 풍요로운 섬진수의 풍경들로 가득하다. 기성세대의 기억 속에서도 희미해져 가는 천렵과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절 로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드라이브 코스: 섬진강 기차마을 → 침곡역 → 가정역 → 압록역 → 압록유원지
 
섬진강천문대, 섬진수 위에 펼쳐지는 은하수
 
 
  인류는 전기를 통해 소중한‘빛’을 얻었지만 그로 인해‘별빛’을 잃었다. 빛의 공해를 뜻하는 광해(光害)로 인해 도시에서는 한밤 중에도 별을 볼 수 없게 된 것.

  그러나 곡성의 밤은 하늘을 가린 빌딩숲도 없고 밤을 낮처럼 밝히는 가로등도 없다. 해가 기울면 밤하늘 가득 별밭이 펼쳐진다. 여름에는 선명한 은하수의 띠도 감상할 수 있다.

  오염되지 않은 곡성의 밤하늘에 가득한 별밭은 맨눈으로 봐도 좋지만 이왕이면 섬진강천문대를 방문해 천체망원경을 통해 좀 더 자세히 관찰해 보는 건 어떨까? 섬진강천문대에는 국내 기술로 제작한 600mm 천체망원경을 비롯해 8미터 원형돔 스크린을 갖춘 천체투영실과 전시실, 시청각실 등 천체(天體)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돕는 다양한 시설을 보유했다.

섬진강도깨비마을,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섬진강에는 도깨비살에 관한 전설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조선의 개국 공신으로 알려진 마천목 장군이 그의 어린 시절 강가에 나갔다가 푸른빛이 도는 기묘한 돌을 주워 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바로 도깨비 무리의 우두머리였다고 한다.

  그날 밤 도깨비들이 우두머리를 돌려달라며 장군을 찾아왔는데 마천목 장군은 이 푸른 돌을 돌려주는 대신 조건을 내걸었다. 도깨비들에게 전통 물고기 잡이 도구인 어살을 만들어 놓으라고 한 것.
바로 이 도깨비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섬진강변의 고달면 호곡리 산 속에는 섬진강도깨비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도깨비마을은 도깨비 설화를 비롯해 다양한 소재의 창작동화와 동요 그리고 인형극을 콘텐츠로 하는 체험형 문화학교라 할 수 있다.

  방문객들, 특히 부모의 손에 이끌려 온 어린 자녀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콘텐츠는 인형극.
호랑이와 토끼가 등장하는‘호랑이는 내가 맛있대’는 연출자와 관객이 서로 대화하며 극을 전개해 나가는 인형극이다.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톡톡 튀는 아이들의 대답 때문에 인형극의 내용이 조금씩 변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의외성이 더 큰 재미를 선사한다.

수려한 산자락에 들어앉은 고찰 두 곳

 
 
  곡성군은 지리산 자락의 고장 구례, 하동과 이웃하고 있다. 두 고장이 보유한 화엄사와 쌍계사라는 명찰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곡성에도 신라시대 창건된 태안사와 계곡이 아름다운 도림사라는 고운 절집이 자리 잡고 있다. 두절집 모두 진입로를 따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계곡을 품고 있어 더욱 좋다.

  태안사 답사의 백미는 능파각이다. 산문(山門)과 일주문(一柱門)에 사이에 위치한 능파각(凌波閣)은 암반을 따라 맑은 계수가 흐르는 태안사계곡에 걸터앉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태안사의 금강문인 이 다리는 맞배지붕을 얹은 정면 1칸, 측면 3칸의 누각을 겸하고 있으‘미인의 가볍고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뜻하는 이름처럼 우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보유한 문화재의 수나 전각의 고색만 놓고 보자면 태안사를 선택하겠지만 계곡은 도림사 쪽이 낫다. 도림사는 전각이 몇 없는 아담한 사찰이지만 계곡을 따라 너른 암반지대가 형성돼 있어 탁족하기에 더 좋다. 또한 기차마을과 가깝고 계곡 입구에 도림사 오토캠핑 리조트가 위치하므로 여러모로 곡성 여행의 기점으로 삼기에 좋은 이점들이 있다.

태안사: 전남 곡성군 죽곡면 태안로 622-215, 061-363-6622
도림사: 전남 곡성군 곡성읍 월봉리 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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