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은빛 모래의 강이 흐르는 마을
영주 무섬마을
영주시가 안동시, 예천군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문수면 수도리. 강 건너에서 바라보면 마치‘물위에 뜬 섬’처럼 보인다 하여 무섬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마을은 과거 이곳에 터를 잡은 반남 박씨들의 후손이 지금까지 대대로 살아가고 있는 전통마을이다.
수백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강산은 바뀌고 세상은 변화를 거듭했지만 무섬마을의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흘러갔다. 오헌고택, 섬계고택, 만죽재 등 대부분의 가옥들이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는 경상북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 가옥들은 영남 북부지방 가옥구조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를테면‘ㅁ’자 모양으로 사방을 막아 찬 기운을 막고 안채를 사랑채 보다 높게 지어 볕이 잘 들게 한 구조가 그렇다.
외나무다리 너머 조선시대 마을로 시간여행
무섬 사람들의 추억과 애환이 진하게 남아있는 외나무다리는 이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관광자원이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수십 년 간이 다리가 없어졌던 시기도 있다. 수도교가 놓이면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탓일 것이다. 시간의 강물에 휩쓸려 사라질 뻔했던 외나무다리는 매년 여름, 내성천이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시절에 열리는 축제와 함께 부활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앞에 펼쳐진 모래톱 위에서 씨름대회, 농악한마당, 다리 건너기 체험 등이 열린다. 다리의 폭이 30cm에 불과해 간혹 다리를 건너는 외지인이 물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수심이 얕아 그마저도 재밌는 추억으로 남겨진다.
무섬골동반
해우당고택 옆에 위치하는 전통 음식점. 무섬골동반(054-634-8000)에서는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장류를 비롯해 대부분의 식재료를 직접 만든 것으로 사용한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골동반(骨董飯)이라고 부르는 비빔밥과 한정식. 무섬선비정식은 퇴계 이황이 즐겨먹던 음식을 재현한 것. 비빔밥은 1만원, 선비정식은 1만5천원이다. 첫째·세째 월요일은 쉰다.
무섬마을 입향조인 반남 박씨의 후손이 살고 있는 오헌고택(010-2879-0425, www.무섬마을.kr)에 묵으며 우리 전통한옥의 정취를 흠뻑 느껴보자. 마당넓은집(054-636-1746 musomeday.blog.me)과 함께 외나무다리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 한복판에 자리 잡고있어 무섬마을 여행의 기점으로 삼을 만하다.
자연이 빚은 성벽에 둘러싸인 물돌이동
해발 240미터 높이의 비룡산을 비롯해 크고 작은 봉우리들 사이를 잇는 능선이 마치 성벽처럼 둘러싸고 있는 회룡포는 과거의성포(義城浦)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쪽의 일부를 제외하고 하천이 회룡포 전체를 감싸고 있어 마치 천연의 성채(城砦)와 같은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 현감이 이끄는 향병(鄕兵)이 임진왜란 때 용궁으로 쳐들어온 왜군들을 격퇴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지형을 십분활용했던 까닭은 아닐까? 지금은 예천군과 이웃한 의성군의 명칭과 같다는 이유로 회룡포라는 이름이 굳어졌다.
일명‘뿅뿅다리’가 놓인 북동쪽 강 건너에서 끊어진 도로가 회룡포까지 교각으로 연결돼 있다면 용궁면소재지에서 불과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 무릎에도 차지 않을 얕은 강물 너머로 회룡포가 빤히 보이는데도 무려 10km가 넘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성난 강물이 범람하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한 지협을 통해 간신히 뭍과 연결된 회룡포는 이처럼 문명의 이기가 닿지 않은 덕에 지금껏 옛 풍경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회룡대에 올라 굽어보는 최고의 절경
회룡포가 오래 전부터 사진가들에게 좋은 피사체가 되고 있는 이유 역시 이런 지형 덕이 크다. 비룡산 정상 턱 밑에 위치하는 전망대인 회룡대에서 바라본 회룡포 전경은 굽이치며 흐르는 물길이 태극 모양의 기묘한 지형을 빚어놓아 누구라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회룡포의 수려한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장안사 뒤쪽에 위치하는 회룡대로 가야한다. 비룡산 7부 능선에 기대어 있는 고찰 장안사까지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으며 이 절집에서 15분 정도만 걸어 오르면 회룡대에 닿을 수 있다. 지난해 장안사까지 가는 진입로 확장 공사가 끝나 자동차로 가기가 한결수월해졌다. 말끔하게 세워진 목조 전망 데크에 서면 회룡포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유유히 흐르는 내성천이 물돌이동 주변을 휘돌아나가는 모양이 신비롭기만 하다.
회룡포 오토캠핑장
최근 회룡포 오토캠핑장이 캠퍼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이 역시 회룡포의 독특한 지형 덕이다. 신비로운 물돌이동 한가운데서 누리는 캠핑은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기분 좋은 일. 주변에 큰 도로가 없어 조용하고 이용료가 무료인 것 역시 장점이다. 다만 무료인 만큼 샤워장이 없고 전기 역시 사용할 수 없다.
회룡포에서 멀지 않은 풍양면 삼강리의 낙동강변에 위치한 삼강주막(www.3gang.co.kr)은 무려 110여 년 전 세워진 주막.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이 만나는 삼강나루에 소금과 쌀을 싣고 온 상인이나 보부상이 허기를 달래며 쉬어가던 장소라고 한다. 지난 2005년이 시대 마지막 주모인 유옥연 할머니가 작고한 뒤 옛집의 형태를 복원해 관광지로 변모했다.
낙동강이 물줄기가 빚어낸 안동의 비경
안동 가송마을
그림 같은 청량산을 따라 낙동강 물줄기가 물돌이동을 휘돌아 흐르는 아름다운 마을. 가송리 경관의 핵심은 퇴계 이황이 명명한 도산구곡의 일부인 단사협과 그 아래를 한폭의 수채화 처럼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의 유장한 물줄기이다. 한마디로 영남의 명산 청량산과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어우러져 창조해낸 최고의 절경인 셈이다.
가송리의 으뜸가는 절경은 단사협이다. 흡사 산수화가 그려진 병풍을 펼쳐 놓은 듯, 깎아지른듯한 절벽이 1km나 이어지고 그 밑으로는 낙동강 줄기가유유히 흐른다. 강물과 절벽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옛기록에는 예안의 빼어난 경치 14곡 중 7곡이라고 적고 있으며 퇴계를 비롯한 당대의 명현과 묵객들은 이 절경을 시와 글로 노래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풍경
가송리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는 분강촌이라고 불리는 농암종택이다. 조선초기의 명신 농암 이현보 선생의 종택인데, 강변 널찍한 터에 단 사협을 바라보며 펼쳐진 앉음새가 우선 풍류로 넘친다. 이렇다 할 숙박시설이 없는 가송리에서 농암종택은 전체가 숙박시설로 개방되어 있어 고택과 농촌 체험을 겸한 훌륭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가송리는 고즈넉한 여행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여행지보다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강가로 나가 천렵을 하거나 물장구를 치는 것은 물론 래프팅과 트레킹도 즐겨볼 수 있다. 특히 매내에서 가사리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가송리를 휘돌아 나가는 물줄기를 내려보며 산자락을 오르내리는 흥과 멋을 만끽할 수 있다. 퇴계 선생은 이 길을 가리켜‘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길’이라 표현했다.
단사협을 마주보고 있는 낙동강변에 조선 전기의 유명한 문신 농암 이현보 선생의 종택이 자리잡고 있다. 가송마을민박이나 농암종택(054-843-1202 www.nongam.com)에 머물며 수려한 산하를 만끽하는 것만으로 훌륭한 여행이 되지만 인근에는 퇴계종택, 도산서원, 이육사문학관 등 반드시 들러보아야 할 명소도 여럿 있다.
낙동강 래프팅
가송리를 품은 낙동강 상류지역을 고무보트에 올라 노를 저으며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가송마을(054-852-2719www.gasong.net)에서 직접 운영하는 낙동강 래프팅은 가송마을에서 출발해 농암종택까지 3.5km를 이동하는 A코스와 백운지교까지 8km 정도 흘러 가는 B코스 두 가지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