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6월의 폭염이 기승이다. 흔히들 무더운 여름 날씨를 일러 삼복더위라 한다.찌는 듯 한 갈증과 작렬하는 태양의 맹위는 삼복중에 비로소 그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려 삼라만상을 번뇌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복중의 큰형인 말복이 지나면 맹렬한 더위도 물러간다는 희망과 바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에 지금껏 굳건히 이겨내고 견뎌 온 것 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중국 오왕과 원숭이 이야기로 겸손을 비유한 우화가 있다. ‘오왕이 미후산으로 가면서 많은 원숭이들이 도망을 갔는데, 재주 많은 원숭이는 자신의 재주를 믿고 있다가 오왕의 화살에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대한민국 여성 미술대전’에 입선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선작을 상대로 대상, 금상, 은상과 같은 부분별 상을 가리는 2차 실물 심사가 있는 날
계속되는 낮의 노동과 밤의 불면으로 글쓰기는 도무지 실마리 잡기가 어수선하다.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매는 하나는 순간 속 기록이다. 손과 뇌가 살아 예민하게 움직여 사물과 조응한다.가방 속에서 종이책을 꺼내 읽는다. 생명의 끈으로 동행하는 고마운 책에는 가뭄 끝에 비를 맞는 기쁨이 있다.법정 스님의 글은 살아서 세상을 어루만지고 나를 다독인다. 나와
5월의 전령사 붉은 장미가 아직도 한창이지만 어느덧 6월의 중순에 접어들고 있다.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이 있었던 지난달의 의미는 매우 가족적 이었다.지루했던 코로나 사태가 다소완화 되면서 나들이가 가능해 졌고 모처럼의 가족 모임들이 이루어지던 화목했던 지난 달 이었다.어린이와 어른들이 손을 맞잡고 공원길을 걷는 이 들이 꽤나 많이 보이기도 했
통복천을 산책하는 일은 늘 평화롭고 유유하다. 하천 정비가 한창인 지금 베어낸 풀이 누렇게 마르는 냄새도 좋다.‘평택시 바람길숲 조성사업’으로 나무의 수종을 늘이면서 심어진 배롱나무가 새 터에 뿌리를 내렸는지 씩씩하다.벚나무가 있는 언덕길은 대나무가 촘촘 그늘을 드리우고 쉼터 의자와 그네에 앉아 천변에 피고 지는 꽃과 새와 오리를 바라보며 작고 소소한 행복
작은 참새가 회사 현관 옆 장미나무 아래 쓰러져 있었다.바로 전 잽싸게 날아와 출입 유리문에 부딪혀 머리가 부서졌다.투명한 유리벽에 비친 구름에 벽 아닌 하늘인 줄 알았다. 공간 바람 속에도 숨은 하얀 벽이 있다는 걸 참새도 모르고 살다가 장미가 흐드러져 꽃피울 때 새는 벽에 부딪혀 죽는다. 일터 현관 오른쪽에는 한 평 남짓한 화단이 있다. 포도나무 한 그
지구 한구석 촘촘한 틈을 찾아 힘껏 향기를 묻는다.눈물이 나도록 매쾌 하거나, 매콤 새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나거나, 적당히 매워 정신을 번쩍 들게 할 수 있는 고약하고도 야릇한 향기를 심는다.주렁주렁 달릴 행복나무처럼 정성스레 꾹꾹 눌러서 생각을 심는다.붉게 익어갈 삶의 향기를 점치며 허리를 편다.오늘밤 밭 한 모퉁이가 밤새 들먹일 것을 상상 하면서 뿌리들의
언젠가부터 길가의 가로수가 온통 하얀 이팝나무 꽃으로 수종이 바뀌었다. 고속도로와 국도 도심 하얀 이밥처럼 수북하고 복스러운 마치 나무 밥그릇을 본 듯 탐스러운 흰 꽃송이를 보니 배가 부르다. 꽃이 지고나면 모든 나무는 몸체와 가지가 검어지고 연한 잎에서 짙은 초록빛으로 변해간다.가지는 잎에 가려져 잎이 나무의 사상을 이끄는 듯 장엄한 시간이 된다.한 꽃이
옹기화분에 제라늄이 피었다. 족두리 모양의 진분홍빛이 피어 몇 날 며칠을 지지도 않고 피고 있다. 베란다와 집안이 환하니 이 공간과 시간에 보는 것으로 멈출 수 있어 기쁘다. 동백으로부터 피어 봄을 일깨워주면 꽃차례로 일어나는 빛의 조응들, 내 마음에도 꽃 이름에 맞게 모란이 피고 작약이 핀다.피고 지는 꽃 이야기, 나의 꽃으로 이틀 밤낮을 써도 이야기꽃은
매일아침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출근부에 인사를 건네기보다 더 먼저 동쪽으로 향한 네 개의 커튼을 힘껏 올린다.대형 창문으로 시야가 확 펼쳐지면 동시에 이른 햇살이 먼저 사무실 안으로 들이 닥친다. 새파랗게 펼쳐진 잔디밭 사이로 어제 정리하다 두고 온 몇 줌의 땀방울들이 마치 이슬처럼 영롱하게 보이는 듯 하여 한참을 내다보며 어제의 상황들을
들길을 지난다. 연푸른 잎들이 돋아 검은 가지를 덮고 있다.나즈막이 핀 노란 민들레와 냉이꽃 애기똥풀이 하늘거리고 희고 붉은 영산홍과 라일락꽃 풍성하다. 시골길은 마음의 고향이라고 했다.높고 낮음 구분 없이 조용히 제 몫의 빛을 발하는 꽃 이야기 듣는 이 밤 향기롭다.칠흑 같은 밤이다. 겨우내 헐벗은 까치집 울타리 푸르게 단장한 낙엽송을 지나서 물을 댄 논
새록새록 봄은 동심을 부르며 온다. 울긋불긋 꽃대궐이 펼쳐지고 버드나무 뿌리에서 물을 밀어 올린다. 그리고 봄비가 내렸다. 꽃잎들을 비와 바람에 보내고 가지와 잎으로 뭉게뭉게 연두가 번졌다. 아침 라디오에서 ‘도레미 송’이 들려 퍼진다. 어린 시절 따라 들어가 부른다. 뮤지컬 영화 을 보고 또 보고도 지루하지 않던 그토록 영화와 음악에
긴 겨울 장막이 걷히고 입춘의 문턱을 넘어 선지도 꽤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아침기온이 가끔씩 영하의 기온을 나타낸다.4월이 되면서 양지쪽 개나리들이 고개를 들고 웃기 시작 했다.노란 산수유 꽃이 가장 먼저 얼굴을 내 밀더니 하얀 매실 꽃이 뒤를 이어 미소를 띠기 시작했고, 곧 이어 울긋불긋 온산에 진달래가 만발 할 조짐이다.길가 벚꽃들이 사람들을
一片花飛減却春꽃잎 한 점 떨어져도 봄빛이 줄어들건만두보의 시 “曲江二首”첫 행이다. 사월은 꽃의 시간이다.어디를 가나 각양각색 꽃이 피고 귀여운 새가 노래를 부른다.봄꽃의 시작은 들판과 경작지 주변 어디에나 새끼손톱 반 정도 크기 하늘색 봄까치꽃(큰개불알풀)으로 시작된다.꽃말이 ‘기쁜 소식’이라고 하니 삭막한 들판을 거닐다 보일듯 말듯 피어난 작은 꽃이 보
절간 같이 조용한 나의 집은 윗층에서 들리는 생동생동 뛰는 어린이들 소리와 같이 산다. 한밤이고 새벽이고 쿵쿵쿵 작은발 뛰는 소리, 화장실에서 들려 내려오는 조그마한 말소리도 이제 적응이 되었다.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5살, 3살은 엄마 양팔에 매달려 나를 보며 방긋 웃는다. “오늘 윗층으로 이사 온 가족입니다아이들이 어려 조금 시끄러울 수 있어 미리 양해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아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 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쌩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1970년 초에 발표된 유명한 동요 과수원 길의 노래 가사가 봄을 재촉하듯 귓가에 아른거린다.이 노래가 한창 불려 질 무렵 갓 중학생이 된 나를 데리고 아버지께서는
손님이 왔다. 백년손님 주인은 사위가 아니라 장가간 아들이다. 자식을 보는 일이 점점 어려운 세상이다. 지글지글 고기를 구워 차려내는 밥상이 손님맞이 가장 귀한 대접이라 생각했는데 현관문을 들어서며 하는 아들의 말은 언제나 “엄마, 김치볶음밥 해주세요”이다.이것저것 준비한 음식을 뒤로하고 묵은지 송송 썰어 파기름 낸 달궈진 프라이팬에 찬밥과 들기름을 부어
안과 대기실은 마치 붐비는 터미널 대합실 같았다. 앉은 사람들은 의사에게 내 눈의 불편을 호소하는 짧은 만남을 위해 기다리고 기다린다. 기다림이 지루해 옆 건물 다이소에 가서 빨래집게와 꽃무늬가 든 작은 그릇을 사고 다시 왔다. 돈이 많거나 적거나 바쁘거나 한가하거나 오직 내 눈에 집중해 모인 사람들 속에 나도 들어간다. 젊은이가 보이지 않아 노인회관에 들
우리명절 설날 아침에 다짐한 새해 각오는 보름명절에 대보름달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더 빌어 보게 된다.그만큼 소원이란 것은 이루어지기를 간곡하게 바란다는 의미 일 것이다.그동안 참으로 많은 소원들을 빌기도 했고 더러는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들도 꽤나 많이 산재해 있지만 우리는 순간순간 잊고 지나다가 또 다른 새해가 되면
푸른 지층이 보고 싶어 통복천을 걷는다. 꿈자리 사나웠던 밤을 캐어내기 위해 넓적 돌다리를 디디며 더러운 물위에 둥둥 뜬 커다란 물고기 주민 사체와 마주한다. 오래 묵을수록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더러움 속에서도 견딘 아가미를 생각하면서 죽어야만 이룩될 숙명을 생각한다. 세상을 아우르는 싱잉singingbowl 소리를 듣고 싶다. 히말라야 티벳 전통 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