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시민’이라 하면 어떤 시민을 말하는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용어라 생소한 감이 들겠지만, 이는 노인을 대신한 말이다. 그동안 나이 많고 늙은 사람을 노인이라 호칭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수명이 예전에 비해 많이 연장되어 83세가 되었다. 공식적으로는 노인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65세 이상 된 노인 중에도 나이에 비해 노인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노인이라 호칭하는 것에 대하여 사실상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요즘은 어디를 가도 ‘아버님’ ‘어머님‘ ’어르신
폭설이 내린 만뢰산을 올랐다. 자연 생태적 경관과 역사적 사건으로 다양한 등산로가 있는 해발895m 천안의 최고봉으로 알려진 명산이다. 임진왜란 때 중요한 싸움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만뢰산을 오르기 전 보탑사와 고려시대 건립된 비인 유적 연곡리 석비가 문화와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준다. 인위적으로 결빙을 녹인 마을길과 도로는 눈의 흔적이 사라지고 잠시 주춤한 틈에 나무의 눈도 모두 햇살에 녹고 있었다. 미끄러운 오르막이 진행되는 산길이라 아주 천천히 고요한 풍경을 차창으로 바라보는 일도 신비롭다. 길이 깊어지면서 눈은 더
올 한 해를 대표할만한 기억에 나는 유행어가 둘 있다. 그중 하나는 “나 되게 신나!”라는 말이다. 작년 말부터 올 초에 이르기까지 큰 반향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 등장하는 대사다. 유행어 대사 한 마디에 드라마 속 주인공 문동은의 복수극이 축약되어 있다. 또 하나의 유행어는 “I am 신뢰”다. 올 하반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으로, 전직 펜싱 국가대표 선수 남현희의 연인으로 알려진 전청조의 사기극에 등장하는 말이다. 이 말은 참 많은 기업과 매체의 패러디를 양산해 냈다. “나 되게 신나”든, “I am
지난 16일과 17일,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린 가운데 평택시는 기상청 집계에서 10.7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이는 경기 남부에서 가장 많은 양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폭설이 강풍과 함께 내리면서 지역 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와 피해가 속출했다는 점이다.실제로 시민들의 주요 피해 사례는 빙판길에 미끄러져 발생한 교통사고와 낙상사고이다.이들 피해 모두 제설작업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 시민들의 주요 입장이다.평택시민 A씨는 “한광고등학교 인근에서 제설작업을 진행하기는 했다”며, “그러나 트럭 뒤에
무엇이든지 끝이 난다는 것은 유쾌함 보다는 아쉬움이 앞서기 마련이다.새해 첫날의 감회가 사뭇 무식해 지기 시작하는 연말이다. 때 맞춰 찾아든 한파가 더욱 쓸쓸함을 더해가는 시점에서서 한해의 긴 밤 동지를 맞이하는 감회 또한 스산하다. 계절의 혹한기 이지만 마음의 혹한기는 아니길 비는 애절한 심정이기도 하다.사계절을 살면서 매번 맞이하는 계절적 특지의 상징적인 날들이 있다.봄은 화창 하다 하고, 여름은 혹서기 때문인지 지루하다고 흔히 들 말한다.그런가하면 가을은 풍요로운 계절 이라 한다.보고 먹을 것이 넘쳐나서 그렇게 불리지 않나 생
첫 번째 성탄절의 소식은 제일 먼저 들판에서 양을 돌보던 목자들에게 알려졌다. 그들이 들은 성탄 소식은 모든 인류에게 미칠 가장 기쁜 소식이었다.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눅 2:10-11).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아주 비상한 사건이었다. 만물의 창조주가 인간이 되시는 일, 전능한 절대자가 스스로를 비우고 제한 속에 들어온다는 것은 신비에 속한 일이요, 인간의 지혜로는 도저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고작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평택시 곳곳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는 총선에 출마할 예비 정치인들로 북적이고 있다.대개 이들은 행사 시작 전에 방문객들을 상대로 명함을 돌리고 예비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식의 선거운동을 펼친다. 그리고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면, 홀연히 다른 행사장으로 이동한다.그러나 이러한 선거 후보자들의 행동은 행사를 주관하는 유권자에게 좋은 인상으로 다가오지 않고 있다.자신들이 공들여 준비한 행사가 마치 예비 정치인들의 선거운동의 장으로 전락한 기분이 든다는 것인데, 실제로 모
나의 집 베란다에는 제라늄이 있어 좋았다. 어느 해 이른 봄날 시장에서 작은 화분에 심겨진 것을 삼천원을 주고 사왔다. 물을 주고 햇볕 드는 창가에 두었더니 하루 이틀 줄기와 키가 자라면서 매년 계절 없이 꽃을 피웠다. 분홍 주황빛을 피우고 지면 또 피었다. 꽃을 다 피우고 잠시 쉬는 제라늄은 이파리도 무성하다. 싱싱하게 평온한 모양을 갖추어 바라보면서도 식물과의 일치감에 행복해, 그 이파리에 손가락을 살짝 문지르면 허브향이 진하게 손끝에 닿았다.초겨울부터 한기에 얼어 죽을까봐 제라늄을 들어 안으로 들였다가 다시 베란다에 놓아 비닐
큰 고난을 겪고 있던 욥은 지금까지 의롭게 살려고 했던 자기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에게 이런 큰 재난이 닥친 원인이 자기가 죄를 지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내뱉은 욥의 말들은 역으로 고난을 주신 하나님이 불의하신 것처럼 되어버렸다. 자기가 옳다고 계속 주장하다보니 결국은 하나님보다 자기가 더 의로운 것처럼 된 것이다. 욥은 내가 죄를 짓지 않고 의롭게 살아간다고 한들 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했다. 의롭게 살았음에도 이렇게 고난을 당한다면 범죄하는 삶보다 나을 게 없지 않느냐는 것이 욥의 항변이다(욥 35
다사다난했던 2023년도 불과 3주만을 남겨두고 있다.올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기에 지자체나 지역 내 단체, 개개인들은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해를 뒤돌아보고 다가올 2024년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그러나 형편이 어려운 불우이웃들에게는 다가올 혹독한 추위의 겨울나기 걱정이 앞선다. 불우이웃이 느끼는 체감온도를 우리의 따뜻한 나눔 온정으로 녹여줘야 하는 이유다.올해는 국민, 모두가 경제성장률 하락과 경기 침체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불우이웃들은 경기 침체를 이겨내고 버틸만한 힘이 없다. 힘든 시기를
2023년 11월 열한 번째 진행한 박물관포럼에서 진용선 아리랑아카이브 대표의 강의를 들었다. 아리랑 아카이브를 위해 지난한 노력을 잠깐의 소개로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아리랑 기록을 찾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독일 등을 찾아다닌 여정이 10년이고 그 과정에 897명을 만나 인터뷰, 영상촬영, 채록 등 기록을 하였다고 한다. 또 앨범 30권 속 사진을 정리·분류하고 메타데이터 작업을 했는데 “내가 아카이브의 힘들고 느린 작업을 머리가 검었으니까 했냈다”고 했다. 해본 사람은 알 것이라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수고가 드는지를 말할
근래에 와서 제비를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제비는 따뜻한 남쪽에서 살다가 봄이 되면 우리나라로 날아와 여름을 나고 가을이면 다시 따듯한 남쪽(강남)으로 돌아가는 철새이다. 그래서 〈가을〉이라는 동요에도 나오는 가사를 보면 가을 (작사 백남석 작곡 현제명)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남쪽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노라 여기서 남쪽 나라 또는 강남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중국 양쯔 강 이 남 지역을 강의 남쪽이라는 의미로 강남이라 한 것이라 한다. 즉, 지금의 베트남 태국 인도네
한해의 마지막 달 첫날 아침에 달력을 마주하고 앉아 있자니 만감이 교차됨을 통감한다.새해 첫 달력을 넘기며 느꼈던 소회와는 사뭇 다른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채 가시지 않은 지난해 겨울의 냉기를 품고 시작 된 1월에서부터 서서히 온화함이 찾아들고 새싹이 돋아 오르기 까지도 지난한 일기기의 심술로 말미암아 꽃 몽우리가 얼어붙는 수난을 겪으며 봄을 맏이 한지가 엇 그제 일처럼 아련하다.개화기에 냉해를 입은 식물들이 여름 내내 몸살을 앓기도 했다.그래서 그랬는지 울안 감나무가 늦도록 열매를 맺지 못하고 시름 대더니 예년 같으면 약 두접
구약성경 욥기는 우리에게 고난의 의미를 묻는다. 하루아침에 모든 재산을 잃고 자식들마저 먼저 세상을 떠난 기가막힌 불행을 당한 욥에게 친구들은 말했다. “생각하여 보라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 정직한 자의 끊어짐이 어디 있는가 내가 보건대 악을 밭 갈고 독을 뿌리는 자는 그대로 거두나니”(욥 4:7-8).친구들은, 죄 없는 사람은 절대 이 세상에서 고난당할 리가 없으며, 하나님 말씀대로만 산다면 복을 받고 살아간다는 단순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즉, 욥에게 세 친구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이것이다. “세상 모든 일들은 인과응보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년도 은행권의 이자수익이 60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수치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셈이다.이렇게 과도한 수익을 올린 은행들은 국민이 갖는 불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이유를 들이대며 자신들의 배 불리기에만 혈안이 됐다.은행수익의 가장 기본은 대출이다. 대출에는 금리가 붙게 돼 있고 그것을 대출금리라고 부른다. 이러한 대출금리는 은행에 따라서 또는 대출인의 신용도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이렇다 보니, 신용도가 낮은 일반 서민들은 우량기
얼마 전 몸에 이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내과에서 복부 ct 조영촬영과 각종 검사와 함께 엄지손가락 사이 혹이 커지고 있어 두 가지 검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종일 검사와 기다림, 수납과 이동으로 지친 가운데 신경 종양으로 판명된 손가락 혹 수술이 결정되어 입원을 했다. 간단한 시술 정도로만 생각하여 아무 준비 없이 왔다가 수술대 위에 누워 수면 마취로 잠이 들었다. 백색 병실 침상에 옮겨져 있다가 눈을 뜨니 손에 붕대가 칭칭 두껍게 손목까지 감겨 있었다. 쇄골로 주입한 마취가 풀리지 않아 한쪽 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옆 침대
지금으로부터 3,500여 년 전, 애굽(이집트)에서 노예생활로 고통을 받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이 세우신 모세의 인도 아래 애굽을 빠져나오게 된다. 이것을 ‘출애굽’이라 한다. 그런데 애굽을 떠난 그들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 땅으로 곧바로 올라가지 못한다.그들은 40년간 광야에서 방황하면서 출애굽 1세대들은 대부분 광야에서 죽는다. 그리고 광야에서 태어난 두 번째 세대가 주축이 되어 40년 만에 가나안 땅을 향하여 전진하게 되었다. 가나안을 목전에 두고 가나안으로 곧바로 갈 수 있는 지름길에 위치한 에돔지역 사람들에게 그들의
바닷물이 빠진 뻘 위로 늦가을 햇볕이 가득하다. 저만치서 밀물 떼가 아장아장 겹겹이 밀려들어온다. ‘어디 갔었니? 너희도 멀리멀리 달아났다가 반가운 때가 되어 돌아오는거니?’ 밀물떼가 돌아오는 모습은 명랑하다.우리 일행은 이른 아침 홍성 남당항 선착장 매표소에 앉아 죽도 가는 배를 기다렸다. 휴일을 맞아 섬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고 가는데 육지에만 들러붙어 사는 나에게 섬과 배는 신기한 풍경이다.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5분쯤 들어가 섬에 닿았다. 나무로 만든 둥근 길을 천천히 걸었다. 네 등분으로 나눈 사과를 베어 물며
논리학의 오류 중에 ‘후건 긍정의 오류’가 있다. 기호로 나타낸다면 이렇다. “①P이면 Q이다. ②Q이다. ③그러므로 P이다.” 언뜻 보면 맞는 말 같아 보지만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예를 들어보자. “①감기에 걸리면 기침이 나온다. ②기침이 나온다. ③그러므로 감기에 걸린 것이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기침이 나온다고 모두가 감기가 원인일까? 그렇지 않다.감기가 아닌 다른 질병 때문에도 기침이 나올 수 있다. 결과가 같다고 모두 원인이 같다는 보장은 없다. 심각한 질병에 걸려서 기침이 나오는 데도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보
한국인의 삶에 가장 깊이 스며든 물고기는 무엇일까? 다소 이견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많은 사람이 조기, 명태 혹은 멸치를 떠올리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친숙한 물고기임에도 조명치(조기, 명태, 멸치)를 주제로 한 박물관은 쉬이 상상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난 20일, 평택남부문예회관에서 열린 제14회 평택 박물관 포럼, ‘해양인문학의 현장성과 조명치 특별전의 이해‘는 작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시작되었다. 강연이 시작되자 강사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기록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