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난을 겪고 있던 욥은 지금까지 의롭게 살려고 했던 자기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에게 이런 큰 재난이 닥친 원인이 자기가 죄를 지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내뱉은 욥의 말들은 역으로 고난을 주신 하나님이 불의하신 것처럼 되어버렸다. 자기가 옳다고 계속 주장하다보니 결국은 하나님보다 자기가 더 의로운 것처럼 된 것이다. 욥은 내가 죄를 짓지 않고 의롭게 살아간다고 한들 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했다. 의롭게 살았음에도 이렇게 고난을 당한다면 범죄하는 삶보다 나을 게 없지 않느냐는 것이 욥의 항변이다(욥 35
다사다난했던 2023년도 불과 3주만을 남겨두고 있다.올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기에 지자체나 지역 내 단체, 개개인들은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해를 뒤돌아보고 다가올 2024년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그러나 형편이 어려운 불우이웃들에게는 다가올 혹독한 추위의 겨울나기 걱정이 앞선다. 불우이웃이 느끼는 체감온도를 우리의 따뜻한 나눔 온정으로 녹여줘야 하는 이유다.올해는 국민, 모두가 경제성장률 하락과 경기 침체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불우이웃들은 경기 침체를 이겨내고 버틸만한 힘이 없다. 힘든 시기를
2023년 11월 열한 번째 진행한 박물관포럼에서 진용선 아리랑아카이브 대표의 강의를 들었다. 아리랑 아카이브를 위해 지난한 노력을 잠깐의 소개로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아리랑 기록을 찾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독일 등을 찾아다닌 여정이 10년이고 그 과정에 897명을 만나 인터뷰, 영상촬영, 채록 등 기록을 하였다고 한다. 또 앨범 30권 속 사진을 정리·분류하고 메타데이터 작업을 했는데 “내가 아카이브의 힘들고 느린 작업을 머리가 검었으니까 했냈다”고 했다. 해본 사람은 알 것이라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수고가 드는지를 말할
근래에 와서 제비를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제비는 따뜻한 남쪽에서 살다가 봄이 되면 우리나라로 날아와 여름을 나고 가을이면 다시 따듯한 남쪽(강남)으로 돌아가는 철새이다. 그래서 〈가을〉이라는 동요에도 나오는 가사를 보면 가을 (작사 백남석 작곡 현제명)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남쪽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노라 여기서 남쪽 나라 또는 강남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중국 양쯔 강 이 남 지역을 강의 남쪽이라는 의미로 강남이라 한 것이라 한다. 즉, 지금의 베트남 태국 인도네
한해의 마지막 달 첫날 아침에 달력을 마주하고 앉아 있자니 만감이 교차됨을 통감한다.새해 첫 달력을 넘기며 느꼈던 소회와는 사뭇 다른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채 가시지 않은 지난해 겨울의 냉기를 품고 시작 된 1월에서부터 서서히 온화함이 찾아들고 새싹이 돋아 오르기 까지도 지난한 일기기의 심술로 말미암아 꽃 몽우리가 얼어붙는 수난을 겪으며 봄을 맏이 한지가 엇 그제 일처럼 아련하다.개화기에 냉해를 입은 식물들이 여름 내내 몸살을 앓기도 했다.그래서 그랬는지 울안 감나무가 늦도록 열매를 맺지 못하고 시름 대더니 예년 같으면 약 두접
구약성경 욥기는 우리에게 고난의 의미를 묻는다. 하루아침에 모든 재산을 잃고 자식들마저 먼저 세상을 떠난 기가막힌 불행을 당한 욥에게 친구들은 말했다. “생각하여 보라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 정직한 자의 끊어짐이 어디 있는가 내가 보건대 악을 밭 갈고 독을 뿌리는 자는 그대로 거두나니”(욥 4:7-8).친구들은, 죄 없는 사람은 절대 이 세상에서 고난당할 리가 없으며, 하나님 말씀대로만 산다면 복을 받고 살아간다는 단순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즉, 욥에게 세 친구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이것이다. “세상 모든 일들은 인과응보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년도 은행권의 이자수익이 60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수치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셈이다.이렇게 과도한 수익을 올린 은행들은 국민이 갖는 불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이유를 들이대며 자신들의 배 불리기에만 혈안이 됐다.은행수익의 가장 기본은 대출이다. 대출에는 금리가 붙게 돼 있고 그것을 대출금리라고 부른다. 이러한 대출금리는 은행에 따라서 또는 대출인의 신용도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이렇다 보니, 신용도가 낮은 일반 서민들은 우량기
얼마 전 몸에 이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내과에서 복부 ct 조영촬영과 각종 검사와 함께 엄지손가락 사이 혹이 커지고 있어 두 가지 검사를 동시에 진행했다. 종일 검사와 기다림, 수납과 이동으로 지친 가운데 신경 종양으로 판명된 손가락 혹 수술이 결정되어 입원을 했다. 간단한 시술 정도로만 생각하여 아무 준비 없이 왔다가 수술대 위에 누워 수면 마취로 잠이 들었다. 백색 병실 침상에 옮겨져 있다가 눈을 뜨니 손에 붕대가 칭칭 두껍게 손목까지 감겨 있었다. 쇄골로 주입한 마취가 풀리지 않아 한쪽 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옆 침대
지금으로부터 3,500여 년 전, 애굽(이집트)에서 노예생활로 고통을 받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이 세우신 모세의 인도 아래 애굽을 빠져나오게 된다. 이것을 ‘출애굽’이라 한다. 그런데 애굽을 떠난 그들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 땅으로 곧바로 올라가지 못한다.그들은 40년간 광야에서 방황하면서 출애굽 1세대들은 대부분 광야에서 죽는다. 그리고 광야에서 태어난 두 번째 세대가 주축이 되어 40년 만에 가나안 땅을 향하여 전진하게 되었다. 가나안을 목전에 두고 가나안으로 곧바로 갈 수 있는 지름길에 위치한 에돔지역 사람들에게 그들의
바닷물이 빠진 뻘 위로 늦가을 햇볕이 가득하다. 저만치서 밀물 떼가 아장아장 겹겹이 밀려들어온다. ‘어디 갔었니? 너희도 멀리멀리 달아났다가 반가운 때가 되어 돌아오는거니?’ 밀물떼가 돌아오는 모습은 명랑하다.우리 일행은 이른 아침 홍성 남당항 선착장 매표소에 앉아 죽도 가는 배를 기다렸다. 휴일을 맞아 섬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고 가는데 육지에만 들러붙어 사는 나에게 섬과 배는 신기한 풍경이다.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5분쯤 들어가 섬에 닿았다. 나무로 만든 둥근 길을 천천히 걸었다. 네 등분으로 나눈 사과를 베어 물며
논리학의 오류 중에 ‘후건 긍정의 오류’가 있다. 기호로 나타낸다면 이렇다. “①P이면 Q이다. ②Q이다. ③그러므로 P이다.” 언뜻 보면 맞는 말 같아 보지만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예를 들어보자. “①감기에 걸리면 기침이 나온다. ②기침이 나온다. ③그러므로 감기에 걸린 것이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기침이 나온다고 모두가 감기가 원인일까? 그렇지 않다.감기가 아닌 다른 질병 때문에도 기침이 나올 수 있다. 결과가 같다고 모두 원인이 같다는 보장은 없다. 심각한 질병에 걸려서 기침이 나오는 데도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보
한국인의 삶에 가장 깊이 스며든 물고기는 무엇일까? 다소 이견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많은 사람이 조기, 명태 혹은 멸치를 떠올리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게 친숙한 물고기임에도 조명치(조기, 명태, 멸치)를 주제로 한 박물관은 쉬이 상상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난 20일, 평택남부문예회관에서 열린 제14회 평택 박물관 포럼, ‘해양인문학의 현장성과 조명치 특별전의 이해‘는 작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시작되었다. 강연이 시작되자 강사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기록은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
본격적인 가을의 서막이 열리고 현란할 정도로 아름다운 단풍들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너무나 온화하고 적당한 일교차 때문인지 매우 아름답게 단풍이 물들어 가고 있다. 오래도록 떨어지지 않고 멋진 풍광을 보여 주었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그러한 우리들의 속셈을 알 리가 없는 나무들은 아름답지만 어절 수 없이 내려놓아야 하는 운명도 알고 있다. 인간의 욕망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는 없기에 순순히 놓아 주어야 마땅할 것이지만 그래도 내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그래서 그런지 어쩌다 서둘러 떨어진 낙엽들을
당연한 내일은 없다오늘 안녕한 것은 당연하지 않다. 어제 별일 없었고 안녕했으니까 오늘도 당연히 안녕할거고 내일도 안녕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참 용감하다. 해마다 보험공단에서는 국민들에게 건강검진의 기회를 준다. 작년에 아무 문제없었으니 올해도 무사할 것이 보장된다면 해마다 반복해서 건강검진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매해 건강 검진하라는 연락이 연초부터 왔었다. 그런데 정작 검진을 받는 때는 연말이 닥쳐와서이다. 마치 방학을 맞은 아이가 방학 막바지에 가서야 바빠지는 것같다.
최근 평택시 인권센터 설립과 관련한 이야기가 지역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평택시에 평택시민인권센터(이하 인권센터)를 설립하고 시민의 기본적 인권보장 및 증진을 위해 상임·비상임 인권옹호관 5명 이내를 두어 운영한다는 내용이다.그러나 일각에서는 평택시 지역 특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다.평택시 인권센터의 역할이 공공기관에만 한정돼 있을뿐더러, 현재 평택시 감사관과 시민옴부즈만과 겹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인권센터 설립의 근거는 최근 평택시의회에서 가결된 「평택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인데, 해당 조례
성악을 하는 동생의 집들이 초대가 있었다. 탁 트인 통 유리창 눈 쌓인 논이 보이는 고덕 신도시 풍경을 보며 도심 속 절경과 맞선 설레고 멋진 기분이 드는 집이다. 그리고 위풍당당 가오(폼의 속된 말)에 놀란다.아무 것도 없던 맨땅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맨질맨질 길이 닦여도 신도시 위력은 무채색 가운을 걸친 이구아나처럼 낯이 설고 삭막하며 정이 가지 않는다.모처럼 모인 자매들의 자리 더덕 담금주를 마시면서 얼근해지니 동생에게 노래를 청한다.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서 긴장하며 노래 부르던 모습이 아닌 순수한 자리여서인지 화기애애 최고조다
요한계시록에는 ‘흰 옷’을 입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기는 자는 이와같이 흰 옷을 입을 것이요 내가 그 이름을 생명책에서 결코 지우지 아니하고 그 이름을 내 아버지 앞과 그의 천사들 앞에서 시인하리라”(계 3:5).어떤 이단 사이비 종파들에서는 이 말씀들을 근거로 공식적인 집회뿐 아니라, 심지어 일상생활에서도 흰 옷을 입도록 강요하는 일도 있다. 이것은 성경의 본래 의미를 저버리고 문자적으로 지키려는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흰 옷은 요한계시록에서 여러 상징적인 이미지 중 가운데 하나이며, 성도의 현재와 미래의
알권리는 국민 개개인이 정치·사회 현실 등에 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알 수 있는 권리이다.이러한 알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국가는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단어가 추상적인 개념으로 불리는 이유다.그러나 대한민국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을 제정해 어느 정도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있다.언론이나 개개인 누구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공공기관이 보유ㆍ관리하는 정보를 요청할 수 있으며, 해당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최근 평택시 모 부서에서
호사다마(好事多魔)는 중국 고전 소설 에 나오는 말로, 좋은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역경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이다.개인적으로 순순히 풀리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또한 그 기쁨에 들떠 있었다. 물론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운이란 것도 무시하지 않는다. 주어진 만족한 결과에 한참 취해 있을 때 건강에 이상 적신호가 왔다. 소화기내과와 정형외과 두 군데를 오가며 동시에 검사를 하고 먼저 정형외과 입원과 수술이 진행되었다. 몇 년을 엄지와 검지 중앙 관절 부분에 서리태 콩만큼 커진 혹이 양성이긴
‘N’이라는 자매가 있다. 20여년 전 내가 부목사로 부임해간 교회의 청년이었다. 그 자매의 가정에는 오랜 시간 깊은 상처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였다. 성장기에 줄곧 보아온 아버지는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서 온갖 행패를 부리는 그런 아버지였다.심지어 고3 수능 시험을 치르기 전날에도 술에 취해 들어와 밤새도록 온갖 소란을 벌이는 바람에 다음날 울면서 시험장에 가야 했다. 자매는 간호대학에 입학했다.청년부를 담당하고 있던 내가 그 자매를 만났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술에 취해서 길바닥에 쓰러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