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달이 부드럽고 은은하게 퍼지는 밤이다. 달이란 이름은 얼마나 고운가.지구에서 달을 바라볼 때 육안으로 보이는 것이 달토끼, 일명 방아 찧는 토끼 형상이다. 어쩌다 무심히 보아도 그리 보인다. 달의 표면은 크레이터crater, 즉 움푹 파이거나 솟거나 하며 모양도 제각각인 지형으로 사전적 의미를 빌려 말하자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위성이며 우주적 생명력을 가지게 하는 종교적 상징도 있다.시골 태생이라 청정하늘의 원대하고 거대한 우주에 휩싸여 살았다. 별이 쏟아지는 밤을 보고 자랐으니 정서적 축복이 가득했다. 별을 세는 일은 무의미
추석명절을 열흘 남짓 앞두고 요소요소에 요란한 기계 소리로 세상이 소란스럽다.바로 추석 성묘를 앞두고 조상님 묘역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고 가지런히 정리하는 벌초 작업이 성행 하고 있기 때문이다.소란스럽다 하기엔 너무나 고귀한 소음 이므로 왕성 하다고 바꾸어 표현해 보고 싶다.일 년에 한번 추석명절을 앞둔 시점에 항상 조상님의 묘역을 정비하는 벌초 행사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살아 왔다.우리 민족의 뿌리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효심과 숭배정신이 근간이 되어 유구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관습이다.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왼쪽 엉치부터 허벅지 종아리 발로 내려오면서 통증의 색깔이 가지가지로 한꺼번에 쏟아지는 극심한 고통이었다.왼쪽 다리를 질질 끌고는 병원을 찾았다. 방사선에 찍힌 뼈 사진을 보며 의사는 나의 척추뼈 3,4,5번 마디 간격이 좁게 이어져 있다고 설명해주었다.아리고 땡기고 시리고 불타는 듯하다. 한쪽 다리를 다른차원에서 가져와 붙여놓은 것처럼 영 이질스럽고 귀찮게 붙은 것을 붙들고는 4주째다.신경과 의사는 좌골신경통의 아픔을 충분히 아는 듯 자세히 알려주신다.체중을 줄이세요. 코어 운동을 수시로 해주세요. 그리고는 직접 코어운동 요법으로
부모님이 장사 하시던 학창시절부터 틈틈이 장사 하시는 모습을 어깨너머 보면서, 거래처 수금도 도와드리며 일찍이 장사에 눈이 뜬 친구가 있다. 가난했지만 그래도열심히 살면 좋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친구 덕분에 오토바이를 타고 수금을따라간 식당에서 자장면도 얻어먹었다. 하지만 생선을 안 먹는 건지 못 먹는 건지 모르겠지만 상추 겉절이나 무생채, 열무김치로 차려진 우리 집 밥상과는 다르게 친구는 늘 꽁치와 고등어 같은 반찬이 주 메뉴였다.오늘날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친한 친구는 그동안 사업이 번창해 건물도 여러 채 소유한 부자 사장님
진한 여름이 기울기 시작하면서 각종 농작물의 작황도 변해가고 기후에 따라 제 각각의 타고난 본연의 결실을 준비한다.화창한 봄날을 장식했던 꽃들의 향연과 더불어 울창했던 여름날의 푸르름 들이 복합으로 점철되어 중후하고 알찬 가을의 시간들을 불러 모아 속이 꽉 찬 알곡처럼 익어가는 황금기가 다가오는 것 이다.우리들의 인생 이야기도 이와 비슷한 섭생의 논리로 돌아가고 있어서 봄이면 희망을 이야기 하고 여름이면 활발한 청춘의 열정을, 가을이 되면 듬직하고 무게 있는 경륜의 황혼기를 이야기 하게 된다.어느 한 순간 헛되지 않았음이 마무리의
입으로 전해오는 우리나라 민요 중 의 한 구절이 있다.산중의 귀물은 머루나 다래인간의 귀물은 나 하나라라고 표현한 이 대목을 만나고는 나를 위한 ‘치료약’으로 수시로 먹는다. 자신을 존중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탁월한 쑥스러움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과의 소통이 세련되지 않은 편이다. 말과 행동에 어리숙함을 느낄 때는 나를 지청구하며 괴로워한다.그리고는 다시 생각한다. 나뿐만이 모자란 게 아니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어느 때에는 한쪽으로 몹시 쏠려 있고, 그때그때 다르고, 어딘가에 이상
칠공주와 더불어 12인 대가족이 함께하는 가족 여행이 있었다. 막내 동생이 2박3일 일정을 계획한 십년만의 안면도 여행이다. 공유한 일정 1일차, 죽도 상화원 전통가옥 및 정원과 주변 환경을 감상하고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까페 옥상 하늘정원에 올라 그네도 타며 단체사진도 찍었다. 해저터널을 지나서 숙소에 입실을 하고 여정을 풀면서 노령의 언니들은 바닥에 몸을 누이며 ‘아이고 아이고’를 후렴구로 넣는다. 안면도와 연결된 긴 다리가 원산도를 이어 섬과 유지의 생활권이 빠르고 편리해 졌다.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
하늘과 땅의 역할이 바뀐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혼란스런 더위가 이어 지고 있다.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저녁부터 밤을 넘겨 아침까지도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이른바 밤에는 열대야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낮에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한낮에는 정상적인 인간의 평상생활이 불가능 할 정도로 뜨거운 폭염이 내리쬐고 있다.자연이 우리에게 준 천혜의 조건인 태양의 분노가 시작 된 듯 하여 다소는 두렵기도 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인류가 스스로 통제하고 제어할 수 없는 현상 중에 태풍 장마 토네이도 같은 기상이변과 지진
복복선이었다. 서울 전철 세개의 노선이 한 곳에서 모였다가 흩어지는 전철역이기에 땅속 사람들이 강줄기처럼 흐른다.서울 1호선, 3호선, 5호선의 환승역인 것을 길을 잃고 헤매다 나와 보니 유명한 종로 3가였다.나는 서울 나들이를 멀고 어렵게 생각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서울길을 목요일 저녁 모임을 위해 고속버스를 탄다. 서울에 도착하면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같은 코스를 탄다. 강남고속터미널에서 3호선을 타고 안국역에서 내리고, 올 때도 안국역에서 타고 강남고속터미널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집에 온다.헌데, 이날은 모임 후 식사를
여름이 유난히도 뜨거운 태양을 쏘아 올린 듯 무더위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더니 마침내 무서운 장마로 변했다.예년에 비해 상당한 양의 폭우가 전국적으로 물 폭탄처럼 쏟아지면서 곳곳에 산사태와 침수로 인한 피해가 대단 하다.다리가 끊기고 길이 무너지고 집이 무너지고 농토가 유실되기도 하였고 강물이 제방을 넘실거리며 마치 세상을 삼킬 듯 위세를 토해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갑작스런 홍수의 유입으로 지하차도에 갇힌 채 미쳐 빠져 나오지 못하고 희생된 사례도 있고, 단란한 가정을 토사가 덮쳐 많은 피해를 안겨 주주기도 했다.사람의 힘으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비는 일’이 기원의 두 번째 뜻이다.이제 예순을 넘긴 그의 8개월 병원살이가 끝났다. 코로나로 병동 출입이 제한적이던 시간을 보내고, 위험한 병세를 이기고 재활을 하면서 고독한 시간을 이겨낸 승리의 시간이라 볼 수 있다. 병원의 지루하고 불확실한 환경에서 삶의 의지를 굳건히 간직하며 산다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다. 거기에는 두 아들이 말없이 행한 아버지에 대한 근본적 사랑과 애정이 있었다.무더위가 혹독하다. 태양빛이 끈끈하게 습도의 시간 안에 스며들어 생존을 힘겹게 한다. 그건 단지 사람의 일만 아니다.
삼일동안 아이를 돌보는 일과 수박을 키우는 일이 땀과 시간에 뒤엉킨다. 하루해가 넘어가는 저녁세상이 조금씩 조용해지는 걸 뚫어져라 지켜보기도 하고, 바람이 세미하게 부는 날이면 도서관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여섯 살짜리 눈망울 검은 이웃집 소녀가 생긋 웃으며 지나간다. 내 마음에 늘 저만한 아이가 살고 있다. 산골에 살던 여름날, 엄마에게 면박 맞아 아플 때나, 혼자있을 때나 별 이유가 없는 날에도 나는 초등학교 작은 도서실에 있었다.문을 열면 잠에서 깬 듯한 종이와 활자 냄새가 안기듯 풍긴다. 나무 바닥에는 햇볕 조각들이 옹기종
대한민국 10승지라 함은 살기 좋고 풍요하며 유복하고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10곳의 명승지를 말한다.조선시대 예언서로 불리는 정감록 이라는 책이 있다. 여기에서는 당시 사회적 혼란이나 정변이 일어나도 몸을 피하고 안위를 유지하며 살기 좋고 풍요하며 유복한 곳 10곳을 지적하여 예시 하였다. 그중 한곳이 영월 정 동쪽 상류 이다.옛날 옛적에는 난리를 피해 종적을 감출만한 곳이라 칭하고 있는 곳으로 동강 상류를 의미한다. 현재는 래프팅의 출발지로 유명한 명소가 되어 있는 곳 이다.문산리 강변 래프팅 출발점에서 보트에 몸을 싣고 어라연
2023 평택민예총 예술제 공연이 있었다. “생명, 평택에 깃들다”로 이루어지는 평택시민과 함께하는 유쾌한 공연이었다. 오성농업기술센터 야외 공연장에서 진행된 프로그램 춤 퍼포먼스를 이은 두 번째 순서로 음악과 함께 시작되는 시낭송과 오분간 짧은 시나리오 시극 공연에서 시낭송을 맡았다.취지가 생명, 환경, 평택을 춤과 음악과 시극이 함께 어우러져 활기차고 역동적인 놀이마당으로 펼쳐내는 신명나는 시간이었다.안내방송에도 평택을 지나친 당신마음만 플랫폼에 내려놓고들녘 바람에 눈물을 훔치며차창 밖을 보던 작은 얼굴역 광장에서 헤살되며 당신
그녀는 한 때 텃새를 부리는 서너명의 직장동료들에게 시달림을 받았다.나는 그녀보다 한 달을 먼저 입사해 직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하이에나같은 더러운 인간상을 겪은 후라 지금은 관찰자로서 자리 잡기로 마음먹었다. 복희 언니는 단발머리에 마른형이다.구부정한 자세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꾸밈을 가지지 않은 그 자체이다. 처음 현장에 들어오면 누구나 그렇듯 손이 느리고 답답하고 허둥대기 마련인데 복희 언니는 동작이 더 눈에 띄었다. 팀장부터 해서 텃새 조직 몇이 그녀를 구박하고 우습게 대하기 시작하는데 그 꼬락서니들, 사람의 입과 행동에서 나
우리나라를 가로 지르는 국도 중에는 38 국도가 있다.도로명은 38국도 이지만 1953년 한국전쟁이 휴전이 되면서 한반도의 허리에 그려진 휴전선인 38선과는 다르다. 우리나라 위도 상 북위 38도선이 휴전선으로 그려진 까닭에 70여년이 지난 오늘날도 38선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아직도 휴전선에 봄이 찾아오면 이름 모를 들꽃들이 피어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지
피검사 결과 당뇨 경계선에 있다는 의사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복용하는 약이 늘어나면서 아침 운동을 시작한지 이십 여일이다.이른 아침에 기상하는 일은 무엇보다 어렵지만 이왕 정신을 차리기로 마음먹었으니 ‘세로야’란 이름의 오솔길 산책로를 왕복 다섯 번 다녀오면 한 시간 반 걷게 된다. 마침 언니와 짝을 이루어 둘이 걸으니 자매와의 다정한 담소는 덤이다.
운전대를 잡았다.도시를 벗어난 산천은 초록으로 뒤덮여 지금 나는 시원함으로 풍덩 들어가고 있다.티맵에 공주 공산성과 풀꽃문학관을 입력하고 출발하려니, 장거리 운전에 초행이라 겁이 잠깐 든다.그러하나 집에서 타온 커피와 자동차의 라디오 음악, 티맵이 든든히 힘을 합하였으니 즐거운 출발이다. 공주 가는 길 도로는 한산하고 푸르른 산과 들만 보인다.그 사이로 보
파릇한 새싹이 돋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세상이 온통 초록빛이다.5월은 실록의 계절이라 했듯이 이를 방불케 하듯 하루하루가 다르게 푸르러 지고 있다.연일 비로 계속 된 어린이날 연휴가 한편으로는 야속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지내라는 의미로 생각 하니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든다.흔히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이는 아마
‘근로자의 날’로 시작된 오월 첫 주 황금휴일을 맞아 제천으로 1박 여행을 떠났다.허물없는 오랜 우정의 세 친구와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었다.한 친구는 자영업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고 다른 친구는 간호사가 천직인 서로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며, 살아가는 날들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공유하는 다정한 벗이다.부와 가난을 가리거나 나누지 않고 오직 어린 시절 순수함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