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무엇인가 분명하지 않고 확실하지 않은 것을 ‘애매모호’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애매’와 ‘모호’는 다른 뜻이다. ‘애매하다’는 것은 어떤 단어나 문장이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고 다르게도 해석할 수 있어서 무엇을 말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며칠 전 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통화를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오늘 저녁에 전화를 드릴까요, 아니면 내일 전화를 할까요?” 그랬더니 답문이 딱 한 글자로 왔다. “네” 순간 당황했다. 오늘 전화해도 좋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내일 전화하라는 이야기인지가 분
새벽에 유리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었다. 뜨지 않은 눈으로 비 두드리는 소리를 가만히 가만히 듣기만 했다. 비오는 날이 마침 휴일이라 마음껏 여유를 부린다. 물을 끓여 커피를 정성껏 타서 들고 집을 나왔다. 짧은 장화에 커다란 우산을 쓰고 봄비 마중을! 봄기운과 나는 하나가 되어 마음껏 호흡한다. 때에 맞게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대지는 우유처럼 빨아 들이고, 덕동산 잔디 공원 튤립 구근 싹이 덤불을 뚫고 무수히 삐져 나온다. 재랭이 고개 나의 영춘화가 보드라운 비를 맞으며 노랗게 피기 시작했다. 11월, 12월, 1월, 2월 동안
주일 아침이면 가족들이 샤워 후에 사택 화장실에 있는 순간온수기의 온도 조절 레버를 저온으로 내려놓는다. 교회의 전체 전기 계약 용량이 작아서 온풍기에 방송시스템까지 쓰다 보면 혹시 주일 예배 중에 전기 과부하가 걸리지는 않을까 싶어서다. 월요일 아침 일찍 서울로 출근하기 위해 샤워기를 튼 순간 아차 싶었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 주일 아침에 늘 마지막으로 샤워하는 아들 녀석이 레버를 낮춰놓았다는 것을 깜박했다. 전날 밤에는 미지근한 물이 조금 남아 있었고, 간단히 씻고 자느라 미처 의식을 못 했다. 결국 온도 조절 레버를
2024년도 민족 대명절 ‘설’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예전과 달리 대부분의 가정이 핵가족화(부부와 미혼의 자녀만으로 이루어진 소가족) 된 현대사회에서 설날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이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다. 이를 통해 가족이라는 안정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주 소중한 날이기도 하다.하지만 올해 설 명절에는 서민들의 지갑 사정이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설을 불과 며칠 앞두고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직전 달의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
지금 우리에게는 생각지도 못 했던 저 출산 시대가 왔다. 출산은 인구와 직결 되어 있는 문제이기에 시대 시대에 따라서 국책으로 출산 장려와 출산 제한 등의 인구 조절 정책을 펴 왔다. 지난 시절 한 때 우리나라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시절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편 적이 있었다. 이 때 구호로 “아들 딸 구별 말고 둘 만 낳아 잘 키우자.”가 있었다. 이 시절 이 운동을 펼치기 위해 전문 요원들이 마을마다 찾아다니며 가임 여성들에게 적극 홍보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남자들은 예비 훈련장에서도 무료로
겨울동안 소복이 내렸던 눈이 아직도 덜 녹은 곳에는 응달의 한기가 느껴지지만 군데군데 구멍처럼 녹아내린 포근한 양지쪽에는 어느덧 봄의 기운이 들어 차 있다.그러나 절기 입춘이 지났어도 일교차가 큰 요즘 밤 기온은 아직도 영하 7, 8도의 맹위가 남아 있다.하지만 동장군이 세월을 이길 수는 없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양지쪽으로 물오른 개나리가 피어오를 것을 안다.그래도 눈이 쌓여 보기 좋았던 겨울의 참 모습이 유난히 눈에 아른 거린다.특히나 그림처럼 전개되었던 한적한 시골 초가지붕에 내려앉은 함박눈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요즘
지난주 어머니의 졸업식에 다녀왔다. 78세의 어머니가 졸업하신 학교는 ‘전북특별자치도립여성중고등학교’이다.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할지 망설여지는 학교 이름이다. 제때 공부를 하지 못한 여성 만학도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는 학교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니지 못하셨다. 가족들이 많았던 그때, 애나 보라면서 초등학교도 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이 20에 결혼하실 때도 한글도 제대로 깨치지 못하셨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장남인 내가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돈 번다고 외지에 나가 계시고 어머니 혼자 어린 나를 건사하며 가난
매해 건설현장 추락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올해만 해도 지난 1월 2일 평택 고덕 삼성전자 내 신축 현장에서 50대 근로자 1명이 7m 아래로 추락해 사망한 데 이어, 5일에는 화성시 소재 공사장에서, 18일에는 삼성중공업 조선소 선박 건조 작업 중이던 60대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등 벌써 올해 들어 수명의 근로자가 추락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상황이 이렇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일, 추락사고 다발 경보를 발령하는 등 안전의식 환기와 안전 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한편, 안전대·안전모 착용, 개구부 덮개 고정, 안전대부착설비
둥글게 돌아간다는 의미는 걸림이 없이 수월하게 소통 된다는 의미에 부합 될 것 이다. 장애물이 없어야 쉽게 회전이 가능 할 것이고, 모난 부분이 없어야 또한 그러할 것이다. 공중을 날듯이 돌아가는 회전 그네를 보면서 세상의 모든 것 들도 저렇게 수월하게 빙글빙글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거리낌 없이 내 달리는 급행열차나 계곡을 내리 달리는 스키보다도 더 의미 깁게 다가오는 회전의 미학이 왜인지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는 않지만 혼잡한 차들을 신호 없이 자율적으로 운행 하도록 설계된 회전 교차로를 보면서 더욱 그 의미가 강
몇 년 전 어느 소셜 네트워크에 올라온 글이 많은 사람의 감동과 공감을 자아낸 사연이 있다. 친하지 않은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는 이야기였다. 필자는 이글을 최근 우연히 보았다. 글의 내용은 이랬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두 번 우연히 본 적이 있을 뿐 연락조차 안 하고 지내던 친구가 자기 결혼식에 와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처음에는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아주 간곡하고 끈질기게 부탁을 해와서 마지못해 결혼식에 참석했다.그런데 가서 보니 신부 측 하객 수에 비해 신랑 측 하객 수가 너무 적었다. 결혼식 후 친구가 너무나 고맙
지난 9일 오후 9시 59분경. 화성시 양감면에 소재한 유해화학물질 보관저장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화재 신고를 받고 신속히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불은 8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화재 당시 저장됐던 ‘메틸에틸케톤’, ‘에틸렌디아민’ 등의 유해 물질이 소방 용수와 섞이면서 하천에 유입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이 일로 화성·평택 관리천~진위천 합류지점 구간 7.4km에 유해화학물질이 유입됐으며,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평택시는 하류 지역으로, 사고 소식을 접한 후 곧바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진위천 유입을
신정호수에 도착하니 날씨가 흐려졌다. 선약된 친구들과의 나들이라 찬바람에도 좋았다. 물속에 잠긴 나무들과 살얼음이 소리 없이 밀리는 가운데 저 멀리 오리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겨울나기를 위해 속 털을 촘촘히 찌운 듬직한 몸을 물 밖에 나와 말리는 모습도 보인다. 호수의 나무 데크 길을 도는데 한 시간 가량 걸린다. 발을 옮기니 만보기가 작동한다. 좌로는 가지만 남은 수목마다 이름표가 세워져 있고 우로는 물에 잠긴 나무와 마른풀들로 가득하다. 여름을 싱싱하게 하던 꼬부라진 연잎과 연대가 푸른 시절의 무상을 말하듯 고요한 일기를 쓴다.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하나님의 뜻에 대한 순종이다. 그런데 현실의 삶에서 순종이 필요한 때 신중함을 핑계 삼아 순종을 머뭇거리거나 불순종의 길로 가는 경우가 있다. 과연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신중함일까, 아니면 단순한 순종일까? 모세는 신명기 1장에서 40여 년 전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의 노예상태에서 벗어나 가나안 땅을 향해 가는 중에 일어난 일을 회고한다. 그들은 1년 동안 호렙산 근처에서 머문 뒤 가나안을 지척에 둔 가데스에 도착한다. 그들은 ‘애굽의 노예살이’를 청산하고 ‘가나안의 자유살이’를 시작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9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역 내 예비후보자들의 경쟁도 심화하는 모양새다. 자신들이 출마할 선거구 내에서 진행되는 각종 행사에 참석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있기 때문이다.앞서 우리나라의 선거는 1948년 시행된 헌정 역사상 최초의 제헌의회 선거부터 2024년까지 7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민주주의식 선거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선거에 참여한 국민들이 있었기에 1948년도부터 지금까지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국회의원 선거는 4년 동안
한동안 당근 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 푹 빠져 살았다. 틈만 나면 당근 앱을 열고 들어가 울긋불긋한 모양의 사진 속 물품들을 바쁘게 눈에 담느라 시간 개념조차 잊는다. 사람들이 만들어 낸 온갖 것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입고 세상에 나온 가지각색의 제품들을 보는 신기함, 부담스런 시선 없이 혼자 눈으로 마음껏 쇼핑하는 자유로움이 방종까지 이어질 지경이다. 내가 구입한 물건은 화홍 그림붓, 색연필 64색 셋트, 퀼트 가방, 뜨개 모자, 나무 의자, 장화, 나무 행거 등 주로 새 물건이나 수제품을 골라 저렴히 구입한
2023년 12월 29일. 같은 날 교우 중 한 분은 생명의 위기를 넘기고 퇴원했고, 다른 한 분은 세상을 떠났다. K집사님과 L집사님이었다. 한 날에 생사가 엇갈렸다. 그날 퇴원하게 된 K집사님이 처음 병원에 내원했을 때 피 검사를 했는데, 결과를 본 의사는 칼륨 수치가 정상 수치보다 너무 낮아서 당장 생명이 위험할 정도라고 경고했다. 심장이 멈출 수도 있으니 곧바로 응급실로 가서 약을 투여하고 링거를 맞으라고 했다. 급하게 여러 검사를 진행하면서, 입원 절차를 밟는 과정 중에도 의료진은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칼륨이 비정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온 청룡의 해이다.청룡은 사신(四神, 동서남북의 방위를 나타내고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네 가지 상징으로서의 짐승) 중 동쪽 방위를 지키는 신령을 상징하는 상상 속의 존재이자, 만물의 근원인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으로 알려져 있다.올해는 만물의 근원인 청룡의 해를 맞이하는 만큼, 대한민국의 경제와 평택·안성시 시민들의 근심과 걱정거리가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 나아가 국가 경제는 청룡처럼 용솟음치면서 성장하고 서민 물가는 낮아지며, 가정마다 사랑과 기쁨만이 가득했으
시간 속을 여행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 해 준다.무엇보다도 한해를 넘겨 달리는 해맞이 여행은 희망과 설렘이 포만 된 순간 일 것이다.지난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뒤돌아 볼 새 없이 바쁜 일상으로 질주 하는 사이에 한 해의 긴 여행이 마감 되었지만 새해 아침 둥근 해가 유난히도 밝고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새로운 한해의 여행길에 올라서서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 한다.그동안 수많은 시간들과의 한판 승부에서 우리는 항상 우승자가 되었다.그 시간들이 쌓여 하루가 되고 한 주가 되며 한 달 두 달 여행 기록으로 남게 되
어떤 부자에게 자기 재산을 도맡아서 관리해주는 청지기가 있었다. 그런데 청지기가 주인의 재산을 제 마음대로 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주인은 청지기를 불러서 추궁했다.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결국 주인은 청지기를 해고하려고 했다. 장부를 정리하고 나가라는 것이다. 청지기는 과거에 행한 잘못으로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는 생각했다. “주인이 내 직분을 빼앗으니 내가 무엇을 할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부끄럽구나”(눅 16:3). 그는 이 위기의 순간에 지금 나에게 있는 것과 없는 것,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4일만을 남겨두고 있다. 올 초 새해의 포부를 다짐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눈 깜짝할 새 1년이 또다시 지나간다.올해를 뒤돌아보니,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였다.전국적으로 전세 사기가 극성을 부리며,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사태의 심각성으로 인해 국회에서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인 「전세사기 특별법」을 발의, 본회의 통과 6일 후부터 신속하게 시행되기도 했다.이 외에도 정부에서 발주한 LH공공임대주택의 철근이 누락되는 일이 전국적으로 발생해 국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