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이든 선명한 추억이든 상관하지 말고 생각을 되돌리게 하는 기억을 모두 추억이라 명명해 보자. 사실 기억 속에는 좋은 기억과 그렇지 아니한 기억들이 혼재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이나 추악한 기억, 또는 잊어버리고 싶은 비련의 에피소드나 격하도록 분노를 야기했던 격정의 순간들도 기억 속에 묻혀 있을 것이다. 기억을 더듬다 보면 이것저것 두
지금으로부터 약 700년 전 현재 벨기에의 영토를 다스리던 왕의 이름은 레이몬드 3세입니다. 이 사람과 관련해서 아주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권력의 암투 속에서 레이몬드의 동생이 쿠데타를 일으켰고 정권을 잡았습니다. 왕위에서 형을 끌어내리고 죽이려고 하는데 그래도 형제의 정을 나눈 사이인데 백성들 눈도 있고 해서 죽일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자기도
오월의 과수원은 배 열매솎기에 분주하다. 배꽃이 수정되고 꽃이 떨어지면 곧 착과가 되는데 한 꼭지에 10개에서 10개가 넘게 조그마한 열매가 맺힌다. 그 열매들 중에 한 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솎아낸다. 그 마음에 정한 하나를 위해 농부의 손에 선택되지 않은 것들은 가차 없이 땅에 떨어진다. 지난 주말 아침에 과수원 언니로부터 일손이 모자라 배 밭에 나오라는
아이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 세상에서 그것보다 편안한 것은 없습니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나를 사랑하시고 믿어 주시는 분. 그분이 우리 어머니 아버지이십니다.오늘은 우리가 이 땅에 올 때 귀한 통로가 되셨던, 우리를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을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에 대하여 성경의 가르침을 함께 나누기 원합니다.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
5월이 되면서 놀이터 여기저기 클로버가 꽃을 피운다. 지금나의 취미는 네잎클로버를 찾아 모으는 것이다. 날마다 놀이터에 가서 네잎클로버를 찾는다. 신기하게 날마다 네잎클로버를 찾고 난 그것을 앨범에 넣어둔다. 세잎클로버는 행복이란 뜻이라고 하니 많이 행복하라고 큰 세잎클로버를 따서 아이의 앨범 중앙을 장식하고 남는 부분을 네잎클로버로 채운다. 세잎클로버 두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믿었던 화가 르느와르의 그림은 부드러운 밝은 빛과 싱그러운 삼박자 왈츠와 같다. 역경의 시대를 살아온 그의 그림은 그 어디에도 그늘이 없는 선명한 행복과 웃음을 준다. 향연을 연주하는 꽃들이 무대 뒤에 숨었다가 순서를 기다려 탱글탱글, 하늘하늘 흔드는 꽃 나래를 보면 강산에 물든 달콤한 밀서들을 폭로하고 싶다. 벚꽃이 지고 조팝
세상 모든 어린이들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맡겨진 어린 생명들을 돌보고 사랑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르게 사랑하는 것일까요? 바르게 가르치는 것이 바르게 사랑하는 것입니다. 제가 올해부터 동방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지난달에 교장선생님을 중심으로 학부모 대표님들과 함께 운영위원회 첫 회의가 있었습니다
지난 주일은 장애인 선교주일행사로 전국 농아교회 수화찬양제를 개최하였습니다. 서울에서 삼천포까지 총 14개 교회가 참여하였고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찬양하며 기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수화와 함께 읽어 주셨던 전국 감리교 농아교회 연합회 회장님의 글이 가슴 깊이 감동이 되었습니다. 예수그리스도의 생명의 부활을 살아가는 성도 여러분.주님의
어릴 적 삼신자손이란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우리 귀여운 강아지 삼신자손 우리 새끼 먹구 자구먹구 자고~ 새근새근 잘 자거라 삼신할미 웃고 간다. 이렇게 읊고 나니 무척이나 낯이 익은 단어들이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가 나를 재우실 때 어린 가슴을 토닥이시며 불러주시던 자장가 소리가 아니던가.뼛속까지 배어있던 가락에다 새소리 쥐 소리조차도 운율이 맞아들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다 중심을 잃고 휘청 거렸다. “왜 그러지?”하며 출근을 했다. 난 피곤한가 보다 하고 말았다. 오후에 퇴근을 해서도 계속 어지럽다고 하는 남편을 보고 덜컥 겁이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응급실을 가자고 말을 했다. 남편은 “응급실 가 봐야 뭘 하겠냐?”하며 내일 간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하는 남편에게 병원을 가자고 설득을
몇년전 교회에 경로대학을 개설하였습니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비록 최고의 시설은 아닐지라도 최고의 공경으로 어르신들을 모시기로 다짐하고 우리 서정교회 교우들은 이 일에 힘을 모았습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수고하는 봉사자들의 손길이 참으로 귀할 따름입니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그의 책 ‘노년의 기술(오래된 미래, 20
우리 시대의 위대한 영성가인 안셀름 그륀 신부는 그의 책 ‘치유의 기도’에서 성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지난 1500년 동안 사용해 왔던 갈등 해결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참으로 유익한 내용이어서 여기 소개합니다. 첫째는 ‘분노가 가시처럼 상처를 입히기 전에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수도원에 들어올 정도의 사람이면 그의 삶을 하나님께 드린 자들입니다. 그러나 그들
지난 주, 제주도로 경로대학 졸업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니는 길도 행복했고, 자원봉사로 수고하신 선생님들, 모든 분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음식도 아주 훌륭했고 좋은 구경도 많이 시켜드렸습니다만 어르신들과 사흘을 보내면서 가장 좋았던 건 넉넉한 마음입니다. 어르신들이 이제 연세가 많
낡고 허름한 연립주택 뒤로 신축 건물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주민들의 반대 가득한 빨간 글씨 현수막이 거칠게 날렸었는데 이유인즉 집뒤 요양병원이 생긴다고 하니 그런 마찰이 있었나 보다. 점차 더해지는 고령화 인구의 증가로 노인과 관련된 노인 병원과 요양원이 늘어나고 있다. 주변만 보아도 친정 부모나 시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입니다. 개신교회가 탄생한 지 500년이 되었습니다. 종교개혁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마틴 루터입니다. 독일 성지순례를 가면 언덕 위에 성이 하나 있는데, 그 성이 발트브룩 성입니다. 루터가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살해위협을 받고 피신하여 숨어 있던 곳입니다. 약 1년간 숨어 있었는데 그곳을 요한이 유배되어 있었던 곳에 빗대어 루터의 밧
엉켜있던 시간들이 널브러진 폐가의 안방 한 구석에서 어린아이 안경 하나를 주워 들고는 한동안 호흡을 멈춘다. 도시개발로 곧 철거될 예정인 옛집의 흔적들이 못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그림자가 주인이 된 흔적만 남아 추억들을 곱씹으며 지지고 볶고 울고 웃던 삶의 얼룩들이 주렁주렁 서려 있다. 벽 한 면에는 알싸했던 IMF의 흔적들이 그림자처럼 화석이 되어 묻어
동남아의 쌀은 안남미입니다. 후불면 날아갈 듯한 그런 쌀입니다. 이 쌀은 기후가 따뜻한 곳에서는 1년에 4모작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수확량으로 따지자면 우리나라보다 4배는 더 많이 거둘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나는 비록 1년에 1모작이지만 우리나라 쌀이 더 맛있습니다. 우리나라 쌀은 안남미와는 다릅니다. 무더운 여름, 찬서리, 비바람을 이겨내면서
봄이 오는 진통이 시작됐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 꽁꽁 싸매게 하고 낮 동안은 따스해 외투를 들고 다닌다. 나도 진통을 시작했다. 더웠다 추웠다 반복하고 감정 조절에 계속 실패를 맛본다. 결과는 참혹하다. 어릴 때 부모님의 그늘이 얼마나 평온한지 몰랐다. 내가 부모가 대고 나서야 그 행복을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시간이 갈수록
고아원에서 자란 남매가 장성해서 아버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 본 아버지의 얼굴은 심한 화상을 입은 모습이었습니다. 늦게 나타나서 아버지 노릇하겠다는 것도 밉고 모습도 흉악해서 다시는 찾지 않았습니다. 몇 년 뒤 남매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연락을 받고 유언장을 보는데, 이런 부탁이 적혀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먼저
이른 봄 한 나절 햇볕에 겨울이 풀렸다. 우체국으로 난 길을 걷다가 재랭이 고개를 넘는다. 점을 치는 골목과 철학관이라 하는 이름의 간판들 가운데를 걷는다. 2월서 3월로 넘어가는 나는 이 고갯길 옹벽 위에 폭포수 모양으로 쏟아지는 영춘화 노란 무더기를 보았다. 꽃잎의 수는 여섯 잎으로 별모양이다. 긴 긴 겨울을 이기고 이렇게 꽃이 피면 어쩌나, 꽃의 마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