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인한 수돗물 사용량이 급증하여 물 공급에 어려움이 있으니 수돗물 사용을 아껴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문자가 연달아 와서 무슨 일인가 하고 궁금해 했는데 청북과 포승지역이 단수가 발생했다고 한다. 평택에서 인생의 반을 살았으나 물이 부족한 것은 처음인 듯하다. 공원에 항상 출근을 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너무 더워 사망 사고가 있
나의 집 앞 왼편에는 아주 작은 꽃밭이 있다. 지난 4월, 작년에 손에 받아 두었던 분꽃씨앗과 봉숭아씨앗을 뿌렸다. 토끼풀과 잡초가 번져 뿌리를 내리는 땅이 황폐하게 보였다. 봄비가 내린 뒤 호미로 땅을 일구고, 꽃삽을 들고 부엽토를 섞어 흙을 부드럽게 하여 꽃씨를 뿌렸었다. 한 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꽃송이를 인 잎과 줄기가 축 축 늘어져 보고 있는 나도
지구라는 동그라미에 물방울이 떨어진다. 세교동 대임연립 등뼈휜 건물 화단에 누군가 심어 올린 호박잎도 빗물의 수액을 맞는다. 쩍쩍 하얗게 갈라진 이파리 정맥에 물기가 돌자 환하게 낯빛 싱싱해진다. 그 연립을 따라 마주한 공영부지는 작은 나무 공원이다. 몸체를 불린 커다란 사철나무가 곳곳에 무상 임대한 거미집들 폭우에도 탄탄하다. 아기거미 어미거미 곳간마다
이 사회는 나를 중심으로 모든 조직이 세포처럼 산재하듯 구성 돼 있다. 그 사회가 세상이고 우리네 삶의 터전 전부일 것이다. 이기적인 발상이라 할지는 모르지만 어쩔 수 없이 그 사회 구성의 구조적 역학관계의 중심에는 늘 내가 중심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이치다. 내가 있어 나와의 주변관계가 얽히고 엮이어서 지구처럼 자전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르
가족 톡이 시끄러워 보니, 아빠가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셨다. 주간보호센터에서 열이 높아 집으로 연락이 와 응급실로 모셨는데 폐렴이란다. 열이 39도가 넘어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의사선생님을 발로 턱을 차셔서 양팔과 양발을 묶고서야 검사를 마칠 수가 있었다 한다. 일반실에 입원을 할 수 없어 중환자실에 입원을 시켰다고 해서 식은땀이 흘렸다. 정초에 토정비결을
바람 부는 날이면 어느 시인은 압구정에 간다지만, 나는 가끔 헌책방을 찾는다. 초등학교 앞 지하에 오래된 헌책방이 있다. 소풍 나온 듯 들어가 바위틈과 나뭇가지에 숨겨진 보물 찾듯이 두리번거리며 뚫어지게 책장을 본다. 간간이 들려오는 7080음악이 반갑게 흐르고 책방 주인의 편안한 미소가 있다. 어디서 이렇게들 왔는지 되는대로 어지럽게 쌓인 책더미들, 그
약 10년 전 광림수도원에서 있었던 목회자 세미나를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날의 주제는 경청, 잘듣는 일이었는데요. 순서를 맡은 강사님이 먼저 두명씩 짝을 짓게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최근에 기뻤던 일슬펐던 일을 서로 이야기하며 나누라고 하십니다. 조건이 하나 있는데, 얘기를 나누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뒤로 넘기라는 겁니
기쁨은 슬픔과 상대적입니다. 동전의 앞뒷면처럼 늘 함께 있습니다. 슬픔 없는 기쁨 없고, 기쁨없는 슬픔 없습니다. 성경에도 ‘항상 기뻐하라’는 말씀은 있지만 항상 기쁜 일만 있을 것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당신이 형통할 것이고 평탄할 것이라’는 말씀은 있지만 ‘항상 평탄한 일만 있을 것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늘 기쁜 일만 있는 그런 삶은 없습니다. 늘 기뻐
1. 봄-화가의 화실은 개발이 시작되는 안정순환로에 위치한 조용한 주택이다. 세월을 가늠하기 힘든 기둥 굵은 목련나무가 환하게 피어 있는 2층 철제계단을 오르면 새들이 목련꽃 가지 사이로 후드득 날아 올라 봄날을 달빛으로 이끄는 시간, 술 한 잔에 흥이 오른 화백님은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 옥방에 찬자리에 생각난 것이 임뿐이랴 보고지고 보고지고 보고지고
관옥 이현주 목사님의 책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세상에 오신 것은 벙어리 소경 절름발이를 고쳐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랬더라면 갈릴리 호숫가를 지나서 산에 올라가 앉는 대신 병자들이 있는 마을을 순방하셔서 대대적인 치유집회를 계속하셨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십자가에 달리는 대신 많은 군중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시면서 백발노인으로 천수를 누리다
멀리 있는 벗이 스스로 나를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고 즐겁지 아니 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 라는 논어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논어의 학이편에 실려 있는 이 구절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 (학이 시습지불역 열호) 때때로 배우고 익이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라는 구절의 뒤에 있다. 배우고 익힘의 즐거움과 그 배움을 통한 학문의 향
우리는 살면서 많은 유혹과 시험을 만납니다. 유혹과 시험은 생명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찾아옵니다. 금방 돌아가실 노인의 마음에도 시험이 있고 방금 태어난 아이에게도 유혹이 있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많은 대로, 적은 사람은 적은 대로 시험과 유혹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건강한 사람도 병원에서 고생하는 사람도 똑같이 시험을 만납니다. 많이 배우고 적게 배운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짝사랑을 확인했다. 아들이 군대 제대 기념으로 해외여행을 가족여행으로 계획했는데 막상 제대를 하니 친구와 배낭 여행을 계획하고 즐거워하는 얼굴이 확연했다. 그래서 배낭여행이 끝나면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다. 두 번째로 밀린 가족 여행은 친구가 바쁘 고 직장에 다니는 아빠와 누나가 바빠 나와 둘이 갔다. 군대에서 체형이 변한 아이는 옷이
친구의 걸음걸이가 바뀌었다. 며칠 전, 세교동에서 내 앞의 여인 뒷모습을 보며 걸었는데, 알고 보니 오랜만에 만난 학교 동창이었다. 그녀 특유의 걸음걸이를 나는 기억하고 있다. 머리는 땅을 보고, 엉덩이는 씰룩씰룩, 다리는 팔자걸음으로 이상하고 방정맞은 자세는 어디로 가고 어느새 안정적이고 당당한 걸음으로 변하여 날고 있었다. 서서 걷는 문체처럼 멀리서 그
성경에는 효도를 명령하는 대표적인 구절이 있습니다. 에베소서 6장 2-3절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아버지 어머니를 공경하는 것이 약속이 있는 첫 계명입니다. 이것으로 당신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할 것입니다.” 이 말씀은 뒤집어서 읽으면 안됩니다. 내가 잘 되고 장수하는 것보다 부모공경이 먼저입니다. 하나님은 먼저 부모님께 드리는 공경을 통해 잘 되고 장
백모단, 우주목, 벽어연, 염좌, 에케베리아 제이드 포인트, 불야성, 부용, 자려전, 청옥, 십자성, 연봉, 벨루스, 흑법사 이많은 생소한 이름들은 요즘 새롭게 나와 함께하는 다육이식물들이다. 큰 화분들을 정리하면서 집안에 불필요한 물건들을 치우니 여백이 생겼다. 공간 배치를 다시 하고 집을 서정이 넘치는 테마로 가꾸기로 했다. 지인의 집에서 용트림 늘어진
얼마 전 미용실에 갔습니다. 미용실에 오신 아주머니들이 이야기를 나누시는 걸 듣게 되었습니다. 저마다 어버이날 자녀들에게 받은 선물 자랑들을 하십니다. 아주 작은 것까지도 부모님들에게는 큰 자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녀들의 선물이 기쁜 것은 선물의 값보다 그 안에 담긴 자녀의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진정성만 확인하면 선물의 크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유럽여행을 처음 도전했다. 여기저기서 다녀왔다 말을 해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바이까지 9시간 반 그리고 스페인으로 가는 비행기를 8시간 기다리고 다시 비행기로 7시간 반, 지쳤다. 왜 홈쇼핑에서 직항을 외쳤는지 알았다. 비행기만 타면 17시간 보다 짧은 시간일 텐데 삼일이라는 비행시간이 걸려 9박 10일 중 7일만 관광을 하고 3일은 기내식을 먹었다.
탈이란 가면(假面) 또는 탈바가지, 초라니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현재는 통칭 탈이라 부른다. 그 탈의 종류도 여러 가지이며 사용 방법이나 의미가 제 각기 다른 것을 알고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 탈의 용처란 얼굴을 가리고 인간 본연의 모습이나 내면을 함께 가리어 신분을 감추거나 남을 속이기 위한 도구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을 가리고 상대방이 나의
얼마 전 티브이에서 티벳 고산지역 사람들이 추운 겨울에 야크를 끌고 험한 겨울 산을 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목숨을 걸고 산을 넘어서 목적지에 도착한 그들이 얻은 것은 놀랍게도 소금이었습니다. 그 소금은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소금은 짠맛을 내는 데 주로 쓰이지만 그 전에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것입니다. 과